中 주식 저가 매수 기회?…전망 180도 바꾼 증권가

양병훈 2023. 10. 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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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3분기 GDP 4.9% '깜짝 성장'한 뒤
증권사 다수 "지수 전망 긍정적" 선회
"지방정부 부채 안정적 관리 중이고
미·중 갈등 완화되며 부담 줄어들 것"
IBK 리서치, 이런 흐름에 나 홀로 반박
"중기 성장률 3%대…둔화 이어질 것
잠재력 훼손되고 있어 투자 신중해야"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중국 증시에 대한 증권사들의 시각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중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4.9%로 시장 예상치(4.5%)를 큰 폭으로 상회한 게 전망 전환의 방아쇠가 됐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대부분 이달 중순 이후 리포트를 통해 중국 증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강화했다. 이 시각대로라면 전망 선회 뒤 아직 반등하지는 않은 지금은 중국 주식에 대한 좋은 매수 기회일 수 있다. 중국 추천 종목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하나증권은 BOE, 북방화창, 마오타이 등을 상하이 증시 유망주로 꼽는다.

다만 이런 전망 전환을 비판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센터 중 유일하게 중국 증시에 대한 '베어마켓'(하락장) 시각을 유지 중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경제의 단기적인 모멘텀이나 추세적인 기조가 전혀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다"라며 "시장의 긍정적 반응이 당황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中 증시 연내 10% 이상 반등"

24일 증권가에 따르면 중국 애널리스트들이 최근까지 중국 증시를 부정적으로 봤던 이유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중국은 1990년대부터 코로나19 사태 전까지 경제성장률이 매년 6%를 넘길 정도로 고속 성장했지만 최근 이런 기세가 꺾였다. 둘째, 미·중 갈등이 중국 기업의 기술 고도화를 가로막고 있다. 셋째,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 경기 부진이 부실의 뇌관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

증권사의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중국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며 최근 첫 번째 전망에 대한 견해를 바꿨다. 올 1~3분기 중국 경제가 전년 동기 대비 5.2% 성장했다는 게 그 근거다. 지난달 중국 소매 판매(+5.5%), 산업생산(+4.5%)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깜짝 성장하면서 시장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역시 완화 국면에 들었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5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미·중 양자 간 정상회담 열릴 가능성이 꽤 확고하다"고 보도한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양자회담이 성사되면 두 정상 모두 외교 성과를 올리기 위해 긍정적인 자세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바이든 대통령, 경기 침체 등으로 위기에 몰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중요한 이벤트"라며 "경기 반등에 정치적 긴장 완화까지 겹치면서 중국 관련 주가지수는 연내 평균 10~13%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방정부 부채 무사히 만기 연장"

올 들어 집중적으로 부실 우려가 제기됐던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도 무리 없이 해결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방정부 부채가 많이 쌓였던 중국 내 20개 이상 지역에서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채권이 무사히 롤오버(만기 연장)됐다"며 "관련 위험(리스크)이 단기적으로 해소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도 중국 부동산 경기와 소비 회복이 다소 느린 편이라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작아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인 주택 거래가 더 나빠질 여지가 적고 신규 착공이 반등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재건축과 신도시 개발이 주택건설 수요를 뒷받침하며 ‘L자형 연착륙’의 경로를 밟을 전망"이라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비 회복과 관련해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다수 열릴 예정인 것도 호재다. 다음 달 11일은 '중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절이다. 연말에는 중국의 향후 5년 경제정책 방향이 제시되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리는데 여기서도 내수 진작을 위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홍콩 행정장관의 시정보고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있다.

하나증권은 중국 추천 종목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발표한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IT 부품 및 전자기기 분야에서는 BOE·윌반도체, 반도체분야에서는 북방화창·SMIC·JCET, 소비 회복 관련주로는 마오타이·중신증권·포커스미디어를 최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백 연구원은 "중국은 반도체 분야에서 장비 국산화, 선단공정 제조 경험 축적 등에 힘입어 '7㎚ 이하 장벽'을 성공적으로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성장 잠재력 크게 훼손됐다" 반론도

이런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 리서치센터도 있다.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대표적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중국경제에 대한 낮아진 눈높이와 본질적인 고민' 리포트를 통해 이같은 중국 증시에 대한 전망 변화에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나오는 긍정적 반응은 기대치가 워낙 낮았던데 따른 것일 뿐, 중국 경제의 단기 모멘텀이나 추세는 전혀 긍정적인 모습이 아니다"라며 "중국 정부는 내년 경제 성장률 목표에 대해 지난 6월까지 5% 수준을 유지했으나 7월 이후 빠르게 하락해 4%대 중반으로 내려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는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발표한 경제 전망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중기적(5년)으로 3%대 후반에 수렴하며 추세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중국의 성장 잠재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훼손되고 있어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가파른 하락 가능성을 열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정론까지는 아니어도 긍정론에서 한발 거리를 둔 전문가도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업 이익 증가율이 반등하고 있어 중국 경기가 바닥에서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을알 수 있다"면서도 "회복 속도가 더디다 보니 경제 성장률 둔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사례가 2021년 이후 잦아졌다"면서도 "올 4분기 성장률이 5%를 넘는다면 내년 목표치 5%가 유지될 수도 있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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