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왜 카카오 김범수를 ‘포토라인’에 세웠을까? [위기의 카카오]
배재현은 구속, ‘윗선’ 김범수에도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위법을 발견하면 엄중히 제재하겠다."
지난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남긴 말이다. 금감원의 칼날은 카카오를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2월 하이브와 벌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경영권 확보 경쟁에서 특정 세력과 결탁해 에스엠의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의혹이다.
금감원은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을 '포토라인'에 세우기도 했다. 현역 경영진도 아닌 총수급의 창업자를 공개 소환조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금감원이 이번 카카오를 둘러싼 시세 조종 혐의 입증을 자신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됐다.
이례적 '공개 소환'…금감원 '자신감'의 근거는
김 전 의장은 지난 23일 금감원에 피의자로 출석해 24일 새벽까지 16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았다. 김 전 의장은 이른바 '윗선'으로서 시세조종을 사전에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날 조사를 마치고 나온 김 전 의장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선 함구한 채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고 짧게 말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들여다보고 있는 구체적 시점은 지난 2월 전개된 에스엠 인수전 당시 하이브가 12만원의 공개매수 계획을 밝힌 직후다.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도 당시 에스엠 주가보다 20%가량 높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하이브의 매수 계획 발표 이후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12만원을 넘겼다. 이후 카카오는 3만원을 더 얹은 15만원에 공개 매수 계획을 발표해 최종 승리자가 됐다.
금감원은 에스엠 주가가 폭등한 과정 이면에 카카오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억원을 들여 에스엠 주식을 대량 매수,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특사경은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특정 세력과 결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월16일 하루 동안 에스엠 발행주식의 2.9%에 해당하는 68만2298주에 대한 매수 주문이 몰렸는데, 해당 매수 주체가 카카오와 특수 관계로 알려진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로 파악되면서다. 원아시아는 비교적 신생 운용사인데도 카카오와 수차례 거래를 해왔다. 김태영 원아시아 사장은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과거 CJ그룹 미래전략실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특사경은 원아시아와 카카오 사이 연결 고리를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범죄 혐의 상당 부분 소명"…카카오에 '먹구름'
아직 경찰 수사 단계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특사경은 관련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 4월 카카오와 에스엠을, 8월에는 김 전 의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사경은 배 대표와 카카오 실무진 등이 주식 매입과 관련해 통화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압수수색 후 배 대표 등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와 김 전 의장에 대한 공개 소환이 이뤄진 것을 고려하면, 금감원이 시세조종 관련 단서를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배 대표는 지난 19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특사경은 "구속 상태에서 수사해 10일 이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 대표와 함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에 대해서는 "수사 결과 객관적 사실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규명돼 있다"면서 "보강 수사를 계속해 처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법원은 이들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는 상당 정도 규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카카오 측은 "이 사건은 하이브와의 에스엠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정상적인 주식 매수행위였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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