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3][단독] 홍수로 220억 재산 피해 난 전북 익산, ‘가뭄 대비’하다가 미리 댐 방류 못 한 ‘인재’?

강한들 기자 2023. 10. 2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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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전북 익산시 용안면의 시설 하우스가 흙탕물에 잠겨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지난 7월 전북 익산 등에서 큰 피해를 낸 홍수는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자원공사가 가뭄 관리를 이유로 댐 저수율을 높였다가, 호우 예보 이후 급히 물을 방류하면서 홍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민주당 의원(비례)이 확보한 지난 7월 대청댐 방류량 현황을 보면, 대청댐에서는 지난 7월12일부터 같은 달 17일까지 하류로 초당 평균 1634㎥의 물을 내려보냈다. 12일 초당 974㎥였던 방류량은 16일에는 2474㎥까지 늘어났다. 14일 대청댐에 하루 만에 164.1㎜ 비가 온 뒤 방류량이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댐 하류 방류량이 초당 20~3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폭포수’ 같은 물을 쏟아냈다.

문제는 저수율이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7월 대청댐의 가뭄 단계를 ‘관심’ 단계로 보고 유량을 조절해 용수를 비축할 계획을 세웠다. 지난 6월에도 저수율은 48.8%, 하류 방류량은 초당 40.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류 방류량을 약 12.5% 줄여서 운영했다. 7월 1일~12일 기준 대청댐 저수율 현황을 보면 2021년 56%, 2022년 47%였는데 올해는 60.3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청댐에 이례적으로 비가 많이 내리긴 했지만 초당 2000㎥ 방류 사례는 드물다. 2020년 7월13일에는 하루 86.1㎜의 비가 왔어도 초당 방류량은 176.6㎥에 그쳤다. 당시 저수율은 69.8%였다. 지난해 7월 18일에는 저수율이 47.0%인 상태에서 68.6㎜ 비가 내려, 초당 방류량은 57.5㎥ 수준에 불과했다.

연일 내린 많은 비로 금강 하류에 있는 전북 익산시 산북천 제방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 7월 16일 오전부터 용안면 10개 마을 주민 600여 명이 용안초등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연합뉴스
지난 7월16일 오후 전북 익산시 망성면 일대에 물이 가득 차 비닐하우스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김창효 선임기자

방류량이 늘면서 대청댐 하류 금강 수위가 높아졌고, 금강 지류 중 하나인 전북 익산 산북천에서는 제방이 일부 붕괴하는 등 익산 곳곳은 7월 13일~17일 침수됐다.

당국이 홍수에 ‘늦장 대응’한 정황도 있다. 전라북도는 같은 달 15일 오후 11시56분 수자원공사와 금강홍수통제소에 “집중 호우로 인한 하천 수위 상승과 대청댐의 급격한 방류랑 확대로 금강 하류 지역에 다수 침수 피해가 장시간 걸쳐 발생했다”라며 방류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금강홍수통제소는 국무총리 주재 호우 피해 대책 회의가 있었던 이후인 16일 오전 11시37분, 약 12시간 만에야 전북도에 회신했다.

침수피해가 컸던 익산시 용안면, 망성면, 용동면은 수자원공사가 지난 4월 댐 상·하류를 고려해 냈던 ‘대청댐 제약사항 조사 결과’에 침수 취약 지역으로 들어가 있지 않았다. 붕괴했던 산북천 제방도 ‘취약제방’으로 반영돼 있지 않았다.

지난 7월13~17일 홍수로 침수된 익산시의 피해 건수는 총 2만6656건으로, 공공·민간의 피해액 총합은 220억1100만원에 달한다. 농작물 피해 면적은 7451㏊, 주택 침수는 347동에 달했다. 소상공인이 침수된 곳도 271건 있었다. 13~18일 집중호우 누적 강우량은 418㎜였다.

이 의원은 “홍수기에는 집중 호우를 고려해 저수율을 확보해야 한다”라며 “환경부 장관이 가뭄을 핑계 삼아 4대강 보 유지와 댐 확대 등에만 몰두하니, 이에 발맞췄던 수공이 한꺼번에 물을 방류하며 피해를 키웠다”라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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