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쓰자!과학용어] ①협심증→가슴통증...의료 부문 질환명
[편집자주] 과학, 기술, 의학 분야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용어들이 쏟아져나오는가 하면 처음 통용되기 시작할 때 의미 전달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용어들이 많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문용어라고 애써 회피해도 사는 데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지진·기상 재해, 후쿠시마 오염수, 최첨단 기술 등장 등이 우리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용어들은 선뜻 이해하기엔 여전히 어렵고 일부는 잘못 사용되거나, 오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우리 삶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분야에서 이처럼 전환이 필요한 용어들을 선별해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제안하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전문가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대한화학회, 한국기상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차세대한국과학기술한림원(YKAST)이 이번 기획에 도움을 줬습니다. 제시되는 대체 용어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용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획의 첫 순서로는 의학 부문 질환명이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질환명은 오랜 시간 굳어져 있기 때문에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한자어, 외래어가 섞인 질환명도 많지만 어느 정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는 어려운 한자어나 외래어로 표기된 질환명을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수백가지가 넘는 질환명 중에서도 좀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체 질환명을 5가지 제시한다. 대체용어도 익숙하지 않을 순 있지만 대체용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 협심증→가슴통증·흉통
협심증(angina)은 동맥이 막히거나 혈관의 수축, 또는 혈전 발생 등에 의해 갑자기, 또는 만성적으로 심장 쪽으로 통하는 혈류 공급이 줄어들면서 심장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증상이다. 한자어를 조합해 만들어진 용어로 일상에서도 자주 쓰지만 한자어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용어다. 협심증은 가슴통증이나 흉통 등 보다 광범위한 의미를 지녔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도 대체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협심증은 가슴통증이라는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에 해당된다는 점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
2. 당뇨→당뇨병
만성 성인질환 중 대표적인 질환인 당뇨(glycosuria)는 말 그대로 당 성분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증상을 일컫는다. 적절한 대체어는 없는 상황이지만 당뇨라는 말 자체가 갖는 의미보다는 당뇨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증상과 질환이 지니는 위험성을 강조하기 위해 당뇨에서 그치지 않고 당뇨병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3. 고지혈증→고지질혈증
현대 사회에서 체내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만성질환으로 부상한 고지혈증은 지질 성분이 혈액 속에 다량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의학용어위원회에서는 고지혈증이 익숙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지질’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방향인 고지질혈증으로 변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4. 안와골절→눈확골절
안구와 안구 주변 뼈에 골절이 생기는 경우를 안와골절이라고 한다. 안와(orbit)이라는 용어는 의학용어에서 ‘눈확’이라는 한글 표기를 병기 처리하고 있다. 한자어로 표기된 안와는 흔히 눈구멍이라는 한글로 표기되는 경우도 있지만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눈구멍은 적절하지 않다는 게 학계의 견이다. 눈확이라는 한글 표기가 병기 처리되고 있기 때문에 눈확골절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눈확이라는 표기가 현재 익숙하지 않은 표현이라는 한계점도 분명 존재한다.
5. 루게릭병→근위축축삭경화증·루게리그병
루게리그라는 야구선수가 이 병에 걸리면서 알려진 병인데 한국에서는 ‘루게릭병’으로 잘못 불려지고 있다. 워낙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병명이라 다른 한글 용어를 제안하기보다는 정확한 명칭인 ‘루게리그병’으로 수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정식 병명인 근위축축삭경화증인 정식 병명을 직접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말 그대로 원인 불명으로 근육이 위축돼 근력이 저하되고 사지가 굳는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이라는 의미다.
이밖에 대체가 필요하다고 여겨지지만 적절한 대체용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용어로 심근경색증, 뇌졸중, 자폐스펙트럼장애, 양극성장애, 치매 등이 꼽혔다. 이 중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자폐와 스펙트럼, 장애라는 한자어, 외래어가 합쳐진 용어로 마땅한 대체용어가 없다. 자폐 용어 자체도 한자어인데 마땅한 대체 용어를 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외래어 표기언 스펙트럼도 적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한글 표기가 없는 상황이다.
양극성장애도 마찬가지다. 조증과 우울증이 반복되는 반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는데 어려운 한자어가 포함되긴 했지만 대체가 쉽지 않은 용어다. 치매의 경우 ‘어리석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용어지만 현재 치매를 대체하기 위한 용어를 학계에서 검토중이지만 마땅한 대체용어가 없는 실정이다.
※ 이 기사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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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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