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할 땐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 신축아파트 공고문, 무슨 일?

이가영 기자 2023. 10. 24.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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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의 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입주민 의결 사항 내용. 기존 입주민들이 할인 분양 세대 이사를 막기 위해 내건 조치다. /에펨코리아

올해 초 입주를 시작한 전남 광양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 ‘이사 시에는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취지의 공고문이 붙었다. 건설업체가 ‘할인 분양’을 하자 기존 입주자들이 새로운 입주자들의 이사를 막기 위해 내세운 조치였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광양의 어느 아파트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미분양 때문에 건설업체가 할인 분양 중인데, 기존 입주자들이 똘똘 뭉쳐서 할인 분양받은 이들을 입주하지 못하게 막고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아파트 매매가격 오를 때까지 새로운 입주자 막을 거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글쓴이가 함께 올린 사진에는 아파트 기둥에 붙은 ‘입주민 의결 사항’ 내용이 담겨 있다. 만약 할인 분양 세대가 이사 온 사실이 적발됐을 때는 ▲차량 1대부터 주차 요금 50배 적용 ▲커뮤니티 및 공용시설 사용 불가 ▲이사 시 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 내야 한다고 공지했다. 사실상 할인 분양 세대 입주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한, 부동산 및 외부인 출입 적발 시 강제 추방과 무단침입죄를 적용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아파트를 구입하기 전 둘러보는 행위 자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입주민들은 또 “할인 분양 계약을 잠시 미뤄 달라. 협의할 시간을 준다면 좋은 이웃으로 환영한다”는 공고문도 붙였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는 시기, 정해진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기존 입주민과 할인 분양자들 간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다. 건축주 입장에선 미분양 상태로 오래 있으면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에 할인 분양을 택하게 된다. 기존 입주민들은 단지 먼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큰돈을 손해본다.

이로 인한 입주자들 사이의 갈등은 2013년 경기 파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60%가량이 미분양되면서 건설사는 분양가의 최대 30%를 할인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입주자들이 아파트 정문과 후문 출입구를 막고 신규 입주자와 차량 출입을 제한하면서 갈등이 생겼다. 이 사건은 당시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영화 ‘드림팰리스’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건설 업체의 분양 할인은 신고나 허가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 미분양과 관련한 법적 다툼에서도 법원은 건설업체의 미분양 처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2010년 강릉의 모 아파트 기존 입주자들은 할인 분양에 나선 시행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광양 아파트단지 건설업체는 입주자들의 갈등을 막기 위한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24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할인 분양 입주자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기존 입주자와의 협의를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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