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의 바다를 보고 싶은가?"…한 응급의학과의 '패기'

박정렬 기자 2023. 10. 24.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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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필수의료과가 너나없이 '의사 모시기'에 나선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의 '패기' 넘치는 공고가 화제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는 "빠르고 쉬운 길을 가려면 다른 병원이 더 맞을 수도 있다"면서 "수 없이 환자를 보고, 힘든 것을 각오하고, 도전하고 싶은 응급의학과 의사를 환영한다.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내년도 전공의 모집 공고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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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모집 공고./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내년 상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인원 부족에 시달리는 필수의료과가 너나없이 '의사 모시기'에 나선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의 '패기' 넘치는 공고가 화제다.

24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응급의학과는 "진정한 중환을 만나고 싶은가?"로 시작하는 제목의 2024년도 신입 전공의 모집 공고를 통해 "수련 과정이 편하고 쉽게 트레이닝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다른 공고들도 많다"면서 "그러나 서울아산병원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운을 뗐다.

병원 측은 "4년 동안 그만두고 싶은 일도 많을 것이고, 환자를 보다가 지치는 일도 무수히 많을 것"이라면서 "그 경험들이 훌륭한 의사를 만드는 데 필수불가결하다고 믿고 있다"며 '하드 트레이닝'을 예고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빅5 병원' 중 한 곳이다. 성인·소아응급의료센터, 응급중환자실 등에서 희귀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다양한 환자를 치료한다. 지난해 병원을 찾은 응급환자는 총 10만5491명으로 일평균 300명에 육박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도교수와 1대1 집중 교육, 해외학술대회와 단기 연수 지원 등 고도화된 연구·교육 체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서울아산병원은 전국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2020년부터 22년까지 최근 3년간 총 17명의 전공의 모집에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이 기간 정원 대비 지원율은 매년 100%를 기록했다. 이 병원 응급의학과는 "빠르고 쉬운 길을 가려면 다른 병원이 더 맞을 수도 있다"면서 "수 없이 환자를 보고, 힘든 것을 각오하고, 도전하고 싶은 응급의학과 의사를 환영한다. 한 명의 응급의학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며 내년도 전공의 모집 공고를 마무리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아산병원이 쉽고 편하다 하면 아무도 안 믿을 거다"면서 "오히려 정면 돌파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응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 공고를 보고 가슴 뛰는 의사가 많으면 좋겠다" "이런 의사들이 돈 많이 벌어야 한다"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다수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자신의 SNS에 이 공고를 공유하면서 "서울아산병원 정말 힘들고 고생하시는 병원인데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반면 "이렇게까지 '광고'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거나 "의료 소송, 진상 환자 대처도 수련 기간에 가르쳐주나요"처럼 위기의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글도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한 '낙수효과'가 필수과 의사 증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보는 점에 빗대 "낙수의사가 중환의 바다에 빠지는 건가"라며 자조하는 의사도 있다.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조석주 교수는 "사실 인기가 있으면 외부에 광고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면서 "필수 의료 분야 의사는 경쟁에서 도태된 '낙수과 의사'가 아니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환자를 치료할 수 있게 정부도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뒷받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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