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분리한 학생 누가 맡나…'폭탄 돌리기' 우려
[EBS 뉴스12]
지난달부터 시행된 학생 생활지도 고시에는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한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그런데 이 분리 조치를 누가, 어디서 할지를 두고, 학교에선 벌써부터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이상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번 학기부터 시행 중인 학생 생활지도 고시입니다.
학생이 수업 중 돌발행동을 하거나 수업을 거부하면, 교실 밖으로 분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분리된 학생을 누가, 어디서 지도할지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습니다.
올해 말까지 학칙을 개정해야 하는데, 별도의 인력이나 예산 지원은 없는 실정입니다.
인터뷰: 인천 OO중학교 생활지도부장 교사
"교장, 교감 선생님이 그거(분리 조치 담당)에 대해서 거부하는 학교 같은 경우에는 이제 어디에다 보내냐는 거죠. 폭탄 돌리기가 돼버린 거예요. 어찌 보면 지금 상황은."
이렇게 되면 생활지도 담당교사는 물론, 상담교사에게 업무가 몰리게 돼, 교사들의 본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인터뷰: 경기 OO초등학교 상담교사
"상담실이 혼나서 오게 되면 아이들이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학교 안에 1차적 안전망 역할이 없어지고, 이게 상담교사의 본질적인 업무를 저해하게 되기 때문에…."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교사 3,8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은 별도의 인력이 분리 조치를 맡아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별도의 담당 인력이 없다면, '교장, 교감 등 관리자가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84.4%로 압도적이었습니다.
학교 관리자에게 문제행동 학생에 대한 관리와 지도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상일 교사 / 서울 강덕초등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 그런 요구가 있는데 사실 이것이 학교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까 교장, 교감 선생님들의 선의에 기대야 되는 그런 또 상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제도적으로 명시가 되어야 되지 않을까…."
대구,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의 지침을 통해, 학교장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학교장이 학생 분리 조치에 대한 책임을 맡더라도,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 지원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석승하 교장 / 서울 조원초등학교
"학교 현실에서는 여유가 있는 교사들이 없기 때문에 예산이나 인력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거고, 그 부분에 대한 예산은 학교 현재 예산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교권과 함께 모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생활지도 고시.
학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려면, 예산과 인력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EBS뉴스 이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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