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법관 재산 38억, 국민 평균 8배…이마저도 절반은 축소 의혹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고위법관의 평균 재산이 국민 평균의 8배가 넘었다. 고위법관 절반가량은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을 받았다.
2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고위법관 155명 1인당 재산 신고액 38.7억 원
이날 경실련은 재산신고 대상자인 고위법관 155명(3월 정기공개 대상자 138명, 5월 추가공개 17명)의 재산 내역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1인당 재산 신고 총액은 38억7000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 평균 재산의 8.4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경실련은 통계청의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근거로 국민 1인의 순자산은 4억50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총자산(5억500만 원)에서 부채(9000만 원)를 제한 액수다.
앞서 경실련은 대통령비서실 고위직, 국회의원, 장·차관의 재산 신고 총액도 발표한 바 있다. 고위법관 평균 재산은 대통령비서실 고위직 재산(48억3000만 원)보다 작았으나 국회의원(34억8000만 원), 장·차관(32억6000만 원)보다 많았다.
총 재산이 가장 많은 고위법관은 윤승은 법원도서관장이었다. 부동산(29억4000만 원)과 증권(21억8000만 원), 예금(119억8000만 원), 기타(27억7000만 원)재산을 모두 포함해 총재산은 198억7000만 원이었다.
최상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181억9000만 원),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65억2000만 원), 조경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원로법관(162억7000만 원), 안병욱 서울회생법원 법원장(144억5000만 원),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21억1000만 원),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20억5000만 원), 김용철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120억3000만 원), 이승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18억4000만 원), 김우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11억2000만 원) 순이었다.
이들 상위 10인의 평균 재산은 144억4000만 원에 달했다.
고위법관 절반이 재산 축소 신고 의혹 받아
한편 조사 대상 155명 중 77명(48.7%)은 공직자윤리법상 고지거부 제도를 이용해 재산을 축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실련은 지적했다.
관련법상 등록의무자의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존비속의 재산은 고지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독립 가계를 꾸린다는 이유로 부모나 자식에게 재산을 돌릴 경우, 해당 재산은 신고되지 않는다.
즉, 고위법관 절반가량이 재산을 축소 신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77명이 재산 내역 고지를 거부한 사례는 118건이었다. 117건은 고지 거부(독립생계유지 112건, 타인부양 5건)였고 1건은 등록 제외였다.
재산 고지거부 건수가 4건에 달한 이는 김우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다. 부(독립생계유지), 모(독립생계유지), 장녀(독립생계유지), 장남(독립생계유지)의 내역 고지를 거부했다.
김창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 성지용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양태경 대전지방법원 법원장, 정형식 대전고등법원 법원장은 각각 3건의 고지를 거부했다.
이처럼 공직자윤리법상 허점을 이용한 살례가 많았음에도 징계 수준은 낮았다. 경실련은 정보공개청구 결과 "지난해 현재 재산심사대상자 4964명 중 징계는 주의촉구 6명, 서면경고 3명이 전부였고 과태료 부과, 징계의결 등은 한 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고위법관 절반 이상이 부동산 투기 의혹
고위법관 155명의 재산을 내역별로 나눠 보면, 부동산의 경우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150억4000만 원을 보유해 가장 큰 재산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최상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132억6000만 원), 김용철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114억5000만 원),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07억6000만 원), 김우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91억7000만 원), 박형순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원장(86억8000만 원),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83억6000만 원), 윤태식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74억2000만 원), 심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74억 원), 김시철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72억7000만 원)가 부동산 재산 상위 10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10명이 가진 부동산의 평균 가치는 98억8000만 원이었다. 155명 고위법관의 총평균은 29억1000만 원이었다.
경실련은 "(주식과 달리) 부동산백지신탁제도가 없어서 부동산 보유에 제한이 없어" 고위 공직자가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 인해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경실련은 우려했다.
경실련은 관련해 부동산 투기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목록을 따로 뽑았다. 조사 결과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전체의 25.8%인 40명이었다. 비주거용 건물을 보유한 이는 전체의 32.9%인 51명이었다. 대지를 보유한 이는 17명(11.0%)이었다.
이 가운데 중복을 제외하면 이처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부동산 보유자는 81명(52.3%)이었다.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김용철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안철상 대법원 대법관 등 3명은 다주택자이면서 비주거용 건물과 대지를 모두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고위법관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으로 추가 소득 증식을 노린 셈이다.
보유한 다주택 가치가 가장 큰 고위법관은 박형순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원장이었다. 박 법원장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서초구 아파트 2채 등 총 3채의 아파트를 보유했다. 이들의 주택가액은 65억4000만 원(시세 기준)이었다.
김용철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서울 송파구 아파트 한 채와 송파구 다가구주택 2채의 각각 절반 지분 등 3채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였다. 이들 주택가액은 48억8000만 원이었다.
이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강남구 아파트, 서초구 아파트, 46억 원), 이준 대법원 윤리감사관(서울 서초구 아파트 2채, 41억2000만 원), 권혁중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강남구 아파트, 성동구 아파트, 40억 원),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용산구 아파트, 중구 다세대주택, 37억8000만 원),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강남구 아파트, 용인시 단독주택, 36억8000만 원), 신숙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 서초구 아파트, 서초구 다가구주택, 30억9000만 원), 백강진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부장판사(서울 서초구 아파트, 서초구 다가구주택, 30억9000만 원), 민유숙 대법원 대법관(서울 서초구 아파트, 영등포구 아파트, 30억6000만 원) 순이었다.
보유한 비주거용 건물의 가치가 가장 큰 이는 최상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이었다. 최 원로법관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의 근린생활시설 가치는 76억6000만 원이었다.
이어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마포구 복합건물, 65억8000만 원), 김우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강남구 업무시설, 64억5000만 원), 김용철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서울 종로구 근린생활시설 2채, 55억8000만 원), 홍승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서울 구로구 근린생활시설, 강서구 근린생활시설, 강남구 업무시설, 금천구 업무시설, 54억4000만 원), 윤태식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서울 강남구 근린생활시설, 종로구 근린생활시설 2채, 강남구 오피스텔, 40억5000만 원), 이상주 수원고등법원 법원장(서울 마포구 근린생활시설, 37억6000만 원), 박형준 부산지방법원 법원장(부산 해운대구 복합건물, 부산 동구 복합건물 3채, 서울 관악구 복합건물, 29억6000만 원), 김형훈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부산 기장군 근린생활시설, 22억6000만 원), 기우종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경기 화성시 근린생활시설, 서울 종로구 근린생활시설, 서초구 근린생활시설, 22억6000만 원) 순이었다.
보유한 대지 가치가 가장 큰 이는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였다. 서울 서초구 대지 97.069㎡의 가치가 34억4000만 원이었다.
이어 최상열 서울중앙지방법원 원로법관(경북 포항시 대지 1467.6㎡, 11억4000만 원), 부상준 춘천지방법원 법원장(제주시 대시 959㎡, 872㎡, 8억7000만 원),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경기 고양시 대지 165.25㎡, 안양시 대지 126.4㎡, 7억8000만 원), 안철상 대법원 대법관(경남 진주시 대지 388.56㎡, 4억5000만 원), 김용철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서울 구로구 대지 90.3㎡, 3억9000만 원), 김형훈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부산 기장군 대지 106㎡, 2억4000만 원), 이창한 광주고등법원 부장판사(전남 장성군 대지 351㎡, 2억3000만 원),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광주시 대지 572.66㎡, 1억6000만 원), 황정수 서울남부지방법원 법원장(전남 구례군 대지 229.5㎡, 239.9㎡, 1억5000만 원) 순이었다.
전체 고위법관 155명 중 절반에 가까운 70명(45.2%)이 부동산 임대업을 신고했다. 즉 고위법관이 임대업자였다.
임대업을 신고한 이들 중 임대업 수입이 가장 큰 고위법관은 박형순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원장이었다. 임대업 수입만 46억2000만 원에 달했다. 이어 문광섭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8억 원),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7억2000만 원),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5억4000만 원), 이윤직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13억6000만 원), 김수일 제주지방법원 법원장(11억 원), 심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0억7000만 원), 김형훈 창원지방법원 부장판사(10억1000만 원), 김상우 대법원 대법원장(10억 원), 민유숙(대법원 대법관(9억2000만 원) 순이었다.
경실련은 "헌법은 (고위공직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도 임대업 등 과도한 영리업무를 제한하고 있다"며 "임대업자의 경우 겸직을 신고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참담한 심정"…청렴함 어디 갔나
증권재산이 가장 많은 고위법관은 안병욱 서울회생법원 법원장이었다. 보유 증권 가치는 38억4000만 원이었다. 이 가운데 주식 재산은 32억2000만 원이었다. 삼성전자우, 맥쿼리인프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 네이버 등의 주식을 보유했다.
이어 이승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38억2000만 원, 가온폴리머앤실런트, 케이엠, 성림유화 등), 윤승은 법원도서관장(21억8000만 원, 삼성SDI, KB금융지주, 에이젠글로벌 등), 강승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1억6000만 원, 유성물산교역), 서경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9억9000만 원, 삼성전자, 동아타이어, 한길교육연구소 등),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4억6000만 원), 정선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4억 원, 맥쿼리인프라, 쏠라텍), 김문석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10억4000만 원), 김우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7억4000만 원), 전상훈 대전지방법원 부장판사(6억4000만 원) 순이었다.
공직자윤리법상 주식백지신탁 대상인 3000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을 보유한 이는 45명(29%)이었다. 이들은 2개월 이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고 그 사실을 등록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경실련은 그러나 "직무관련성 심사를 통해 직무관련성이 있는 주식에 한정해 매각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심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직무관련성 신고 자체를 하지 않거나, 심사 전까지 해당 주식을 보유하거나, 심사 자체가 허술하게 이뤄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아울러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가 주식백지신탁 심사 결과를 비공개한다"며 "3000만 원 초과 주식 보유자들이 언제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했는지, 어떤 주식이 직무관련성 없다고 판단받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정지웅 시민입법위원장은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재판관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만큼, 고위법관에게 요구되는 제1조건은 청렴함이어야 한다"고 일침했다.
경실련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의무자(4급 이상) 전원을 재산공개 대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1급 이상만 재산공개하며, 2021년 한국톶주택공사(LH) 임직원의 대대적인 부동산 투기 이후 이들 임직원도 재산공개 대상에 포함됐다.
경실련은 또 부동산가액은 공시가격과 실거래가를 동시 기재하도록 제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기재하도록 됐는데, 대부분 시세의 60~70%(아파트) 수준인 공시가를 신고하는 게 현실이어서 부동산 재산 축소 신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실련은 또 직계존비속에 대한 고지거부 조항을 삭제하고, 공직윤리위원회는 통합하는 등의 개혁을 통해 고위공직자의 재산 현황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릴 것을 촉구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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