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넷플릭스 증인’ 채택 무산에 뒷말, ‘보이지 않는 손’?
윤석열 대통령 방미 ‘K콘텐츠’ 25억달러 투자 발표
넷플릭스 CEO, 대통령 부부에 감사 편지 보내기도
여당 “우리가 해달라는 증인 채택 안 해준 게 발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합의 불발로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출석 증인 ‘0명’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야당이 요구한 넷플릭스 증인 채택을 여당이 거부한 점이 꼽힌다. 6개월 전 윤석열 대통령 방미 때 ‘K콘텐츠 투자’를 깜작 발표한 넷플릭스를 여당이 지나치게 비호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24일 경향신문이 취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과방위 국감에서 이용자 보호 문제 등을 따져 묻기 위해 레지날드 숀 톰슨 넷플릭스코리아 대표나 최승현 넷플릭스코리아 정책총괄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국민의힘에 요청했지만 무산됐다.
국회 증언·감정법에 따라 증인 출석 요구일 7일 전 출석요구서를 송달해야 하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26일)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27일) 일정을 고려하면 추가 증인 채택 시기도 놓쳤다. 지금이라도 여야가 합의하면 참고인으로는 부를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의 출석을 담보할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넷플릭스 측에 별도로 출석 의사를 타진했고 톰슨 대표는 어렵지만 여야가 합의하면 최 총괄이 나오는 것은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국민의힘 측에 (증인 채택을 거부하는) ‘이유가 있냐’고 물어보니 ‘사정이 있다’고만 답하고 명확히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며 “ ‘용산’(대통령실)에서 오더를 받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는 윤석열 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넷플릭스의 태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 향후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자리에 김건희 여사가 동석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불렀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중간중간에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드리고,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던 영부인께도 진행 상황을 보고드린 적 있다”고 밝힌 게 화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을 보고받는 자리에 있지 않은 김 여사의 등장을 두고 “엄연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서랜도스 CEO는 지난 6월 윤 대통령 부부에게 별도의 서한도 보냈다. 서한에는 “김 여사께서 벨라 바자리아 최고콘텐츠책임자(CCO)에게 아름다운 선물과 친서를 보내주신 점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사께서 당부한 대로 넷플릭스는 한국의 신인 배우, 감독, 작가 발굴에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런 분위기에 지난달 SK브로드밴드가 망 사용료를 놓고 넷플릭스를 상대로 3년 넘게 벌여온 소송을 갑자기 취하한 사실이 입길에 올랐다.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1심에서 승소한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일정 비용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다만 SK브로드밴드가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넷플릭스와 법적 갈등을 이어가는 데 부담을 느낀 것도 분쟁을 종식하게 된 배경 중 하나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오히려 여당은 증인 채택 불발 책임은 오롯이 야당에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자기들이 해달라는 증인 채택은 다 해달라면서 우리가 해달라는 것은 안 해주고 있다”며 “(넷플릭스 증인 문제는) 개별적으로 말씀드리기 그렇다. 사전에 증인 얘기는 구체적으로 안 하기로 신사협정을 맺었는데 민주당이 이를 어기고 있다”고 밝혔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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