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신화 이룬다"…네이버, 사우디 미래도시 기술 동반자로 낙점된 비결
사우드 정부, 네이버 판교사옥 9차례·네이버 사우디 출장 7번 걸쳐 계약 체결
네옴시티 등 중동 대규모 사업 진출 교두보…스타트업·공공기관 동반 진출 물꼬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제2의 중동 붐, 우리가 주도하겠다."
네이버가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도시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따냈다. 디지털 트윈 플랫폼은 도시·건물 등 실제와 동일한 3차원 가상 데이터 모델을 만드는 서비스로, 도시 계획·모니터링·재난 시뮬레이션 등에 활용한다. 스마트 시티 구현을 위한 필수 인프라로 꼽힌다.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이 주택부와 약 1억 달러(약 1350억원) 이상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네이버의 첫번째 대규모 중동 사업으로, 국가 전략산업인 '디지털플랫폼정부' 수출 1호 타이틀도 얻었다. 네이버의 경우, 향후 65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는 "건설 플랜트 수출로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선배들의 노고와 땀의 가치를 깊이 새기고 있다"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탄탄한 IT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 2의 중동 수출 붐을 이끌어 보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 비롯해 5개 도시 디지털 트윈 맡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한국 대표 IT기업이 첫 단계부터 구축하고, 나아가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는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국내 기업이 당당히 따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가 진행한 글로벌 기업들 간 비교에서 네이버가 가장 빠르면서도 확장성 높은 디지털 트윈 결과물을 제작할 수 있는 점을 인정 받았다.
10cm 내외의 오차 범위로 도시 전체를 정밀하게 구현·복제할 수 있는 원천 기술부터 매핑 로봇, 데이터 처리 인프라까지 자체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또 대규모 실내 공간 매핑 기술과 10년간의 3無(무중단·무사고·무재해) 노하우 등 안정적인 클라우드 역량도 한 몫 했다.
원팀 참여 후 1년만의 성과?…10년 R&D가 뒷배경
네이버, 중동 기술 수출 물꼬 텄다…스타트업·공공기관도 동반 진출 가능성
2000년대 초반 검색 서비스로 시작한 네이버가 어떻게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술 파트너로 꼽혔을까. 지난 2013년 네이버는 ‘넥스트 모바일’을 준비하기 위해 사내 기술 연구조직 ‘네이버랩스’를 출범시킨 후 2017년 1월 분사했다. 네이버랩스는 현재 한국을 비롯, 유럽의 연구자들이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3D·HD 매핑, AR 등을 연구하는 씽크탱크가 됐다.
클라우드 기술 역량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는 2013년 사용자의 데이터를 잘 보관하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국내 인터넷 기업 최초의 데이터센터 ‘각’을 춘천에 건립했다. 이를 토대로 세종에 제2데이터센터 ‘각 세종’을 건축 중이다.
네이버의 매출 대비 연간 R&D 투자 금액은 22%~25%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약 2조원에 가까운 비용을 R&D에 썼다. 기술 연구 자회사 네이버랩스에 출자한 누적 금액만 3600억원 수준이다.
사우디아리비아 정부는 지난 1년여간 한국을 방문해 '네이버 1784' 사옥을 9차례나 다녀가는 등 네이버 기업 및 기술을 현장 검증한 결과, 네이버를 최종 기술 파트너로 낙점했다. 지난해 11월 마제드 알 호가일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 올해 10월에는 압둘라 알스와하 사우디 통신정보기술부(MCIT) 장관이 네이버를 직접 찾았다. 네이버 역시 지난해 11월 원팀 코리아 합류 이후 채선주 대표를 비롯해 관계자들이 8차례에 걸쳐 사우디를 오가며 계약 성사에 공을 들였다.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가 다양한 첨단 기술을 중동 지역에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업을 계기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동 지역 클라우드 리전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초대규모AI 및 클라우드를 활용해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의 정책 현안을 해결하는 방안 역시 논의 역시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네이버는 메신저,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의 성공 노하우로 아시아, 북미, 유럽으로 진출한 바 있다. 이번 중동 지역으로의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이 추후 하이퍼클로바X·소버린AI·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네이버의 클라우드 사업 역시 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봤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봐도 실내·외를 모두 아우르는 도심 단위 정밀 디지털 트윈 기술과 자체 매핑 장비, 자동화를 위한 AI, 클라우드 기반의 프로세싱 인프라까지 한번에 갖춘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며 “항공사진과 MMS(Mobile Mapping System), AI와 클라우드 기술력, 5G특화망 운영 경험, 대규모 실내 매핑 기술까지 모든 요소 기술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실제 PoC(실증 사업) 경험까지 쌓아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은 국내 스타트업들과 공공기관들의 중동 지역 진출에도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은 한 번 구축되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들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플랫폼’이자 ‘인프라’에 가까워 일종의 디지털 SoC(사회간접자본)로 보는 시각도 있다”며 “외부 스타트업도 활용 가능한 오픈플랫폼 형태인 만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이를 활용해 중동 진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경우 건축 관련 정부부처가 네이버가 구축한 사우디아라비아 특정 도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활용해 도시 계획을 할 수 있다. 교통 관련 부처에서 도로 단위 교통 정보를 구축해 제공하거나, 서울시 S-맵과 같은 공공 지도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민간에서는 특정 스타트업이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기반의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해당 지역의 디지털 트윈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심부름 로봇을 손쉽게 제작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도시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현실감과 규모감 넘치는 VFX(시각 특수효과)를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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