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역꾸역, ‘이두나!’[봤다 OTT]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이두나!’를 꾸역꾸역 완주했다. 배우 수지는 ‘이두나’ 역에 찰떡이었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잔잔하게 전개되는 감정선은 목에 걸린 ‘찰떡’ 같았다. 수지의 영상 화보, 그 이상은 되지 못했다.
‘이두나!’는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이 셰어하우스에서 화려한 K-POP 아이돌 시절을 뒤로 하고 은퇴한 두나(수지)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드라마다. ‘로맨스가 필요해’ ‘로맨스는 별책부록’ ‘굿 와이프’ ‘라이프 온 마스’ ‘사랑의 불시착’ 등 히트작들을 연출해온 이정효 감독의 지휘 하에 수지, 양세종, 하영, 박세완, 김도완, 김민호 등이 합을 맞춰 9부작을 완성한다.
믿고 보는 감독과 배우들의 조합이라 공개 전부터 기대가 높았다. 특히 그룹 미쓰에이 출신의 원톱 아이돌이었던 수지가 극 중 톱 아이돌 ‘이두나’로 분한다는 소식에 동명의 원작 웹툰 팬들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큰 설렘을 안겼다. 제작 단계부터 ‘찰떡 캐스팅’이란 호평이 나왔기에, 작품의 완성도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작품에선 이들의 시너지가 극대화되지 못한 인상이다. 가을을 촉촉히 적실 멜로물의 탄생을 기대했건만, 두나와 원준의 로맨스 서사는 어쩐지 덤덤한 맛이고, 셰어하우스에 함께 사는 인물들의 관계성도 촘촘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나마 초반 회차에서 ‘진주’(하영)가 ‘원준’과 ‘두나’ 사이를 좀 더 긴장감 있게 만드는 구실을 하지만, 그 외 ‘이라’(박세완), ‘정훈’(김도완), ‘윤택’(김민호) 등은 기능적으로만 배치된다. 마치 예전 캠퍼스 시트콤에서 웃음을 담당하기 위해 머릿수로 배정받은 배역들처럼 ‘원준’과 ‘두나’의 관계에 주목할 만한 영향도 끼치지 못한 채 겉돈다. 후반 회차에서 ‘P’(이진욱)가 등장해 그 아쉬움을 달래지만, 전체적으로 큰 사건 없이 인물들의 관계성과 감정선만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그 밋밋한 맛까지 상쇄하진 못한다. 그러다보니 다음 회차로 넘어가지 못하고 자꾸만 덜컥 걸리는 이들도 있겠다.
물론 장점도 있다. 이정효 감독 특유의 아련한 느낌 강한 연출은 마치 흐린 수채화를 보는 듯 눈을 정화하게 한다. 수지의 아름다운 자태도 부각된다. 그의 팬이라면 꼭 한 번은 볼만하다.
수지와 양세종의 케미스트리도 합격점이다. 특히 후반부 감정골이 깊어진 ‘원준’과 ‘두나’가 서로에게 사과하라며 다투다 기침터지 듯 사랑을 고백하는 두 번의 장면은 이 시리즈 전체의 백미다.
귀를 사로잡는 BGM도 나쁘지 않다. 특히 오프닝 뛰어넘기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빅나티(서동현)의 ‘데이라이트’는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아우를 만큼 정서를 잘 담아낸다. 또한 타이틀이 뜨는 오프닝 장면은 엔딩과 연결될 수 있으므로 ‘스킵(Skip)’하지 않으면 조금 더 두 사람의 결말을 곱씹을 수 있다. 넷플릭스서 스트리밍 중.
■추천할래? ★★☆☆☆ (그래도 수지는 아름다운 피사체니까.)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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