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올랐으니 달러 팔자"…외화예금 94.1억弗↓, 엔화예금만 늘어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2023.10.10.

달러화 가치가 오르자 차익을 노린 매도가 이어진 영향 등으로 지난달 거주자의 외화예금이 100억달러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개월 연속 감소다. 이에 외화예금 잔액은 1년 만에 800억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슈퍼엔저'에 따른 엔테크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엔화예금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3년 9월 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거주자의 외화예금 잔액은 896억9000만달러로 8월 말보다 94억1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2월(-117억3000만달러)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외화예금 잔액이 800억달러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9월 이후 1년 만이기도 하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올 들어 계속 감소하다 지난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7월 말에는 기업의 해외 조달자금 일시 예치 등으로 외화예금 잔액이 1000억달러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8월부터 강달러 영향으로 외화예금 잔액은 4개월 만에 감소전환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의 현물환 매도, 수입결제 대금 지급 등에 따라 거주자 외화예금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화 예금이 한 달 새 91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일부 기업의 현물환 매도와 수입 결제대금 지급, 추석연휴를 앞둔 예비성 해외자금이체 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유로화 예금도 같은기간 1억4000만달러 줄었다.

반대로 엔화예금 잔액은 8월 말보다 1억달러 늘었다. 9월 말 기준 엔화예금 잔액 83억8000만달러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역대급 엔저 속 여윳돈을 엔화에 투자하려는 수요 등이 몰린 결과다. 최근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2015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900원 초반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엔화예금의 경우 수출 결제대금 수취, 개인의 여유자금 예치 등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