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SM 인수는 독이 든 성배였을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 하이브와의 치열한 인수전 끝에 SM을 인수한 카카오는 이후 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 확장을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그룹의 총수마저 이례적으로 소환조사를 받으며 휘청이고 있다. 카카오의 SM 인수가 결국은 독이 든 성배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의장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조사는 24일 새벽 1시 40분경에야 마무리됐다. 금감원 특사경은 카카오 주요 경영진이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 경쟁사 하이브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세 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조사하고 있다. 또 카카오가 SM엔터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하고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대량보유보고' 규정을 의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월 이수만 당시 SM 총괄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의 계획은 공개매수를 통해 SM지분을 약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SM 사측에서는 "모든 적대적 M&A와 특정 주주 세력에 의한 사유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브의 공개매수 마감일이었던 2월 28일 기타법인이 장내에서 SM주식 108만 7801주를 매수했다. 이에 따라 SM 주가는 공개매수가를 한참 웃돌았다. 2월 16일에도 68만 3398주에 달하는 대량 매수주문이 몰려 주가가 13만원을 넘기도 했다. 결국 하이브는 SM인수에서 손을 뗐고 SM인수전의 최종 승자는 카카오가 됐다.
하이브는 SM 공개매수 진행 과정에서 기타법인의 SM 대량 매수를 통해 공개 매수를 방해하는 정황이 있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등을 소환조사하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등 카카오 최고 경영진에게 압박을 가한 수사는 결국 김범수 전 의장에게까지 향했다.
금감원 특사경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 김 전 의장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았는지 직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시간 가량의 조사를 받은 김 전 의장은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는 짧은 입장만을 밝혔다. 현장에서 '카카오 주가 급락에 대한 입장' 등 다른 질문이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는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의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며 거센 후폭풍이 몰고 있다. 카카오와 SM 등 관련 계열사 주가는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김 전 의장이 소환된 지난 23일 카카오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수전 당시 16만원을 넘기고 지난 8월 14만 7천원을 기록했던 SM 주가 역시 다시 10만 원 대로 떨어졌다.
다만, 주가조작 혐의가 입증돼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SM 인수 자체가 무효화 될 가능성은 낮다. 카카오의 시세 조종이 SM 인수에 미친 영향을 법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인위적으로 주가를 띄우며 피해를 본 주주들이 별도의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있다.
인수 자체는 무효화되지 않지만 카카오의 계획은 일그러졌다. 주가 조작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카카오가 SM을 인수했던 것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상장시키기 위해서였다. 웹툰 등의 콘텐츠 사업과 엔터테인먼트·음악 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오래전 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 IP가 부족하다는 약점을 해소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SM을 인수하며 카카오가 추구하는 IP 밸류체인을 구성하는데는 성공했다.
당시에도 카카오가 SM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다. 인수전의 승자가 됐지만, 무리한 인수전의 후유증으로 승자의 저주에 시달릴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수전 이후 SM이 SM 3.0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NCT, 엑소, 에스파 등 기존 아티스트와 라이즈라는 신인까지 성공적으로 연착륙하며 승자의 저주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인수 이후 이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구속되고 김범수 전 의장까지 조사를 받으며 승자의 저주가 실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처벌 유무와는 별개로 카카오가 계획하던 카카오엔터 상장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연 카카오가 마신 건 독이 든 성배였을까. 위기에 처한 카카오와 카카오 엔터가 새롭게 어떤 계획을 세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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