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에 1천원…‘소주 1병 7000원 시대가 온다’
“1년6개월 가격 동결·원가 감내 여려워”
카스 이어 테라·클라우드 ‘줄인상’ 대기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모 부장(52)은 연말 회식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한햇 동안 고생한 부원들과 ‘소맥(소주+맥주)’ 한잔이라도 하고 싶지만 소주가 1병에 6000원, 맥주도 1병당 6000원으로 각 1병씩 주문해도 1만2000원이나 된다.
김 부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만 해도 소주와 맥주가 1병에 3000원씩이었는데 2년 사이 가격이 2배나 올랐다”면서 “밥값보다 술값이 더 나오는 요즘 맥주와 소주 가격이 또 오른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맥주 가격 인상에 이어 소줏값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2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막판 저울질을 하고 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을 올릴 경우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내년 4월 총선 정국으로 미뤄질 경우 자칫 여론 뭇매에 가격 인상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
소줏값 인상은 일찌감치 예상됐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국내 10개 제조사의 소주 원료 주정(에탄올)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평균 9.8% 올렸다. 소주병을 제조하는 공병 업체들도 지난 2월부터 가격을 180원에서 220원으로 22%가량 인상했다.
이에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대표적인 소주 가격이 들썩거렸고 정부는 서둘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일단 가격 인상을 보류했던 하이트진로(참이슬)와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는 “가격 인상 여부와 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속내는 다르다.
소주의 경우 주종별 원부재료 가격 동향을 고려할 때 출고가 인상이 시급하다는 입장이어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정부 요청에 의해 한차례 소주 출고가 인상을 보류했지만 감내할 만한 수준을 넘어섰다”며 “연말 성수기에 눈치는 보이지만 미룰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는 가격을 올리기는 더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 요인이 확실한 소주 원가 상승분에 6개월간 보류분까지 1년 6개월간 가격동결로 인한 타격이 크다”며 “인건비, 물류비, 포장비, 전기값 인상 등까지 더하면 소주 출고가를 최소 10% 이상은 올려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소주 가격이 최소 7%가량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1166원이던 360㎖ 소주 1병의 출고가는 1250원으로 84원 인상된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훨씬 더 뛴다. 제조사의 출고가가 10원 단위로 인상된다고 해도 음식점과 식당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1000원 단위로 껑충 오르는 게 현실이다.
실제 서울 광화문과 강남 등 음식점에서는 이미 소주 1병당 5000~6000원, 맥주는 6000~8000원에 팔리고 있다. 생맥주 1잔(500㎖ )도 국산은 6000~7000원, 수입산은 8000~9000원이나 된다. 조만간 소주 출고가가 인상될 경우 소주 1병당 7000원 시대가 멀지 않다는 것도 근거 없는 계산이 아니다.
맥주 가격도 줄줄이 인상된다. 오비맥주가 지난 11일 카스와 한맥 등 맥주 출고가를 6.9% 인상하며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하이트와 롯데칠성도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란 뜻이다.
국내산 맥아 가격이 떨어진 만큼 맥주 값 인상 명분이 없다고 하지만 한국산 맥주는 원재료의 90% 이상을 수입하고 있어 48% 이상 급등한 국제 시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업체들 얘기다.
정부는 술값 담합 의혹을 ‘압박 카드’로 제시하면서도 지난 16일 “원가 상승에 따른 기업 가격조정은 막기 어렵고, 출고가가 소폭 올랐는데 식당 등에선 1000원씩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맥주에 이어 소주 가격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서민들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일대 직장에 근무하는 장모씨(38)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폭등에 연말 소맥은 커녕 소주 한 잔도 마음 편하게 마실 수 없다니 허탈하다”면서 “하이볼처럼 소맥을 잔술 메뉴로 판매하는 식당이 생기지는 않을지 웃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같은 경기침체기에 소주도 ‘잔술’로 파는 곳들이 적잖게 생겨났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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