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 외교부장, 26~28일 방미…미·중 정상회담 준비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이번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장관이 26~28일 워싱턴에서 왕 부장을 맞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미·중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책임있게 관리하고 열린 소통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양자 및 역내 이슈, 글로벌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국무부는 전했다. 국무부는 “미국은 외교를 통해 국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이견이 있는 이슈를 해결하며 초국가적인 공동 과제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 부장의 이번 방미는 다음달 중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 성격으로 풀이된다. 미·중은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이은 재무·상무장관의 연쇄 방중 등을 통해 고위급 접촉을 이어왔다. 양국 외교사령탑인 왕 부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중순 몰타에서 회동한 이후에도 잇단 고위급 회담 개최로 양국이 정상회담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왕 부장에 이어 시 주석의 경제 책사인 허리펑 부총리도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샌프란시스코에 오면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한 이후 6년 여 만의 방미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면하는 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이후 1년 만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대만해협과 동·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와 광물 수출제한 조치, 북핵 문제,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두루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과 필리핀 선박이 직접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자 미국은 동맹인 필리핀에 대한 방어 공약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3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간 충돌 문제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참전으로 역내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은 중국이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확전 억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왕 부장의 이번 방미가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의 분쟁 개입을 막고자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찾고 있는 와중에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회담이 열리더라도 고조되는 미·중 전략경쟁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두 정상은 대만 문제, 미국의 반도체·인공지능 수출통제 등 양국 핵심 갈등 현안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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