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항저우 AG ‘새옹지마’…‘가을 공룡’은 더 세졌다
지난 9월20일 잠실 NC-두산전이 비로 취소된 가운데 NC 좌완 구창모가 현장 기자들과 짧은 인터뷰를 했다. 지난 6월 왼팔 전완부 골절 부상 이후 퓨처스리그에서 첫 실전 피칭을 한 다음 날이었다. 구창모는 소집을 앞둔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합류 여부에 관한 질문에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했다. 구창모에게는 비보였다. 구창모는 이튿날 발표에서 대표팀 명단에서 빠졌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구창모가 정상 구위를 회복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NC 좌완 불펜요원 김영규를 대체 카드로 선발했다.
NC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파를 가장 세게 받는 구단이 되리라는 것을 그때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구창모는 대표팀 발탁을 위해 재활 피칭을 서둔 탓인지 이후 2차례 1군 마운드에 등판했지만 부상이 재발해 시즌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NC로서는 구창모의 이탈로 가을야구 팀 투수진 전력을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 카드를 잃었다. 김영규를 대표팀으로 보내면서는 차츰 엷어지던 불펜진이 더욱더 허약해졌다. 대표팀에 합류한 유격수 김주원의 ‘난 자리’는 생각 이상으로 컸다. 떠오르는 포수 김형준도 때때로 아쉽기 시작했다. NC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기간인 지난 9월23일부터 10월8일까지 4승10패(0.286)으로 최하위 승률을 기록했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늘 바꾸어 미리 헤아릴 수 없다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가르침. 올해 NC에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그 변방 노인에 불운과 행운은 모두 갖다준 말과 같다. 항저우를 다녀온 금메달리스트 3명이 가을야구에서 벌떡 일어나고 있다.
불펜투수 김영규와 유격수 김주원, 포수 김형준 등 셋 모두가 항저우 아시아게임이라는 국제무대에 다녀온 뒤로 이른바 농익은 경기를 보이고 있다.
김영규는 NC가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이어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가을야구 3연승을 달리는 동안 3.1이닝 무실점으로 2승 1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살 떨리는 무대에서의 경험 덕분인지 공 하나하나에 자신감을 실어 던지는 표정이다.
김주원은 공수 모두에서 일취월장하는 흐름이다. 항저우에서 홈런 2방으로 ‘강심장’을 입증한 뒤로 수비에서도 세련된 움직임을 자주 보이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몇년치 성장 속도를 보인다. 가을야구 3경기 성적은 11타수 3안타.
포수 김형준은 대표팀 와일드카드 후보들을 제치고 왜 주전 포수로 발탁됐는지 공수 모두에서 입증하고 있는데, 경기를 거듭할수록 그간 전문가들이 기대했던 잠재력을 뿜어내고 있다. 항저우로 날아갈 때와는 완전히 다른 레벨의 포수가 돼 있다. 특히 가을야구 3경기에서 벌써 홈런 3방을 때리면서 팀 타선의 체질까지 바꿔놓고 있다. 김형준이 팀 하위타순에서 ‘홈런포’를 종종 터뜨리며 상대 벤치는 경기 중후반 투수 운용의 피로도가 높아졌다.
NC는 지난 9월 중순만 해도 KT와 2위 싸움을 벌였다. 그러나 아시안게임 기간 내려앉으며 박 터지는 3~5위 싸움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드러내놓고 밝히기는 어려웠지만 결과적으로 아시안게임 여파가 굉장히 컸다. 그러나 지금 NC에 아시안게임은, ‘복’이 돼 돌아오고 있다. 금메달리스트 3명의 존재감이 지난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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