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여성' 고용 급증했으나 '노동생산성'은 별로

최정희 2023. 10.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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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팬데믹 이후 고용 회복' 관련 BOK이슈노트
과거 침체기 고용률 0.5%p 회복됐으나 팬데믹 이후엔 3.2%p 회복
남녀 경활률차 미국만큼 좁혀지면 女 노동공급 연평균 152만명씩 급증
'대면서비스' 위주로 빠른 회복세로 '생산성'은 낮다
한국은행 전경(사진=한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여성 중심의 빠른 고용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고용률이 빠르게 상승하고 실업률도 뚝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미국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향후 10년간 여성의 노동 공급이 연 평균 152만명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노동 생산성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24일 한은이 발간한 ‘팬데믹과 고용 회복세(Job-rich recovery)’라는 제하의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고용률은 3년간 3.2%포인트 회복됐다. 팬데믹 이전 경기회복기때 고용률이 고작 0.5%포인트 회복된 것과 상당히 대조된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으로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처: 한국은행
팬데믹 이후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대면서비스업이 엔데믹 이후 빠르게 회복한 영향이 크다. 대면서비스업은 학력이나 경력 등을 요구하지 않는 일자리가 많기 때문에 빠르게 모자란 인력을 채울 수 있다. 그로 인해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했지만 근로시간은 급락한 이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문화가 강화된 영향이다.

근로시간 감소는 취업자 수 증가를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노동공급량을 유지하기 위해 취업자 수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 한은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근로시간 감소로 인한 취업자 수 증가 효과는 93만명(2020년 1분기~2023년 2분기 평균)에 달했다.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의 노동공급도 활발해졌다. 팬데믹 이전 기혼 여성의 유연근무제 활용 비중은 14.4%(2019년)였으나 2021~2022년엔 20%를 상회했다. 재택근무 활용은 팬데믹 이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13세 이상 한 자녀를 둔 여성의 고용률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반면 두 자녀 이상, 6세 이하 미취학 자녀를 둔 경우에는 고용률 증가가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높은 고용률이 유지되는 원인으로 기업들의 인력난이 꼽히기도 했다. 팬데믹 회복 과정에서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중소기업, 내수기업 등을 중심으로 여전히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현상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인력을 유지하려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추세가 지속돼 향후 10년간 이어져 남녀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현재 18.9%포인트에서 미국 수준인 10.5%포인트로 줄어든다면 노동공급은 연 평균 152만명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노동공급 급증은 노동생산성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오 팀장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를 거치면서 저생산성 산업에서 고생산성 산업으로 고용이 이동하는 ‘고용재조정’ 현상이 노동생산성 증가를 이끌게 되는데 팬데믹 이후 노동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러한 고용재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산업간 고용재조정의 노동생산성 기여도는 2020년 3분기에서 2022년 3분기까지 2.8%포인트 상승하다가 현재 기여도는 제로 상태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엔 2009년 1분기에서 2010년 4분기까지 4.6%포인트 급등한 이후 2012년까지 생산성 기여도가 유지된 것과는 대조된다.

오 팀장은 “팬데믹 이후엔 생산성이 낮은 대면서비스업 위주로 회복됐다”며 “서비스업이라도 전문과학 기술, IT정보통신 등 생산성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이 일어났으면 생산성에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제조업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나 제조업 일자리는 추세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제조업 일자리의 감소가 더디게 진행되는 쪽으로 가는 것도 생산성에는 도움이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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