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청산효과 의문…"고용회복 과정서 노동생산성 둔화"

한은 이슈노트…"고용호황, 코로나19 사회변화 때문"
여성고용 확대 긍정적…향후 노동생산성 제약 우려도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코로나19 이후 빠른 고용회복 과정에서 노동생산성 증가세가 둔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직전 경제 위기 상황인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도 경기 침체가 가져오는 긍정적 산물인 고용재조정의 노동생산성 기여도가 미약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팬데믹과 Job-rich recovery' 제하의 BOK 이슈노트 보고서에는 이런 주장이 담겼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의 이수민 과장과 이하민 조사역, 오삼일 팀장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고용률이 급등하고 실업률은 급락하는 뜨거운 고용의 원인과 그 내막에 대해 분석했다.

우선 보고서는 "빠른 고용 회복은 코로나19 경기 침체라는 특성(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며 "대면 서비스업의 빠른 회복, 근로시간 감소, 근로조건 유연화, 사회적 통념 변화 등이 주요 요인"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대면 서비스업의 경우 과거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제1 희생양이었으나, 방역 규제 해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매칭 성공률(job filling rate)이 높은 특성 덕분에 노동시장 호황에 기여했다. 대면 서비스업의 매칭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학력이나 기술 요건이 높지 않고 구직자가 원하는 최소한의 임금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확산한 일-생활 균형 문화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 근로조건 유연화는 여성 고용 급증으로 이어졌다.

보고서는 "팬데믹 이전 대비 여성의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각각 1.7%포인트(p), 1.3%p 상승한 반면 남성은 각각 0.3%p 상승, 0.7%p 하락했다"며 "특히 육아 부담이 있는 유자녀 여성의 고용률 상승이 무자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더 컸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노동 비축(labor hoarding) 현상도 뜨거운 고용을 유발하는 원인이 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산업 간 미스매치 심화로 인해 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이에 기업은 예비적 동기에 의해 기존 취업자 고용을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여 고용 상태에서 실업이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하는 확률(job separation rate)이 팬데믹 이후 하락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용 호황에 대해 보고서는 긍·부정 평가를 절반씩 내렸다.

보고서는 "팬데믹 충격 이후 노동시장이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한 점은 보건위기라는 외생적 충격에서 벗어나는데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특히 여성의 노동공급 기반이 확대된 것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세가 향후 10년간 이어져 성별 경제활동참가율 격차가 미국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노동공급은 연평균 152만명(2023~2052년)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고용 재조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채 노동시장이 빠르게 회복한 것은 노동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산업 간 고용 재조정의 노동생산성 기여도가 상승(2.8%p, 2020년 3분기 → 2022년 3분기)했지만 그 수준이 글로벌 금융위기(4.6%p, 2009년 1분기 → 2010년 4분기)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고 꼬집었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는 저생산성 산업·기업에 있던 고용을 고생산성 산업·기업으로 옮기는 고용 재조정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는데 이러한 '청산 효과'(cleansing effect)가 이번 코로나19 확산기에는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보고서는 "여성을 중심으로 노동 공급 기반이 확대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노동시장 경직성, 팬데믹 기간 중 고용 유지 지원 정책 등으로 산업 간 고용 재조정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은 앞으로도 노동생산성 증가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