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멈춘 시간…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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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집에서 합동분향소가 있는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사계절을 다 봤어요. 꽃이 피면 펴서 슬프고, 비 오면 비가 와서 슬프고, 맑으면 맑아서 슬펐죠. 벌써 낙엽이 지네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고 김의현 씨의 어머니 김호경(58) 씨는 지난 1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호경 씨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들 방에 들어가 아들이 그날 입었던 옷에 얼굴을 파묻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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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의현씨 어머니 김호경씨
참사가 유족들 일상 다 바꿔
“수원 집에서 합동분향소가 있는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사계절을 다 봤어요. 꽃이 피면 펴서 슬프고, 비 오면 비가 와서 슬프고, 맑으면 맑아서 슬펐죠. 벌써 낙엽이 지네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고 김의현 씨의 어머니 김호경(58) 씨는 지난 1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이날 분향소에 놓인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딸인 의현 씨 누나가 갖다 놓은 것이다. 딸은 매일같이 동생이 좋아했던 커피를 들고 납골당이나 분향소를 찾는다. 호경 씨는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아들 방에 들어가 아들이 그날 입었던 옷에 얼굴을 파묻는다고 했다. “예전에는 냄새가 참 많이 났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제 그것도 많이 흐려져서….” 김 씨는 결국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유가족들의 시간은 2022년 10월 29일에 멈춰 있다. 당시 호경 씨는 간호조무사로 재취업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호경 씨 가족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호주에서 부주방장으로 일하던 의현 씨 누나는 동생 소식을 듣고 급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가족들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난 1년을 ‘이태원 참사 유가족’으로 살았다.
호경 씨는 여전히 아들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이 차오른다. 길거리에서 행복하게 웃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아들이 사무치게 그립다. 미루고 미루던 사망 신고를 하기 위해 지난 1월 주민센터를 찾았을 땐 사망신고서를 들고 한참을 울었다. “그날 일이 없었다면, 우리 아들도 저렇게 일상을 살아갔을 텐데…. 의현이만 없고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 슬퍼요.”
다른 유가족들과의 대화가 유일한 위안이라는 호경 씨는 오늘도 합동분향소로 향한다. 그리고 오늘도 집을 나서기 전 아들의 방문을 열고 인사를 건넨다. “의현아, 엄마 다녀올게.”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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