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자 빼곡한 통일신라 부적… 가장 오래된 ‘수구다라니’ 공개

박세희 기자 2023. 10. 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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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신라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은 '다라니'를 마치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날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여는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에서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수구다라니를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1919년에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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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에 칼·소라나팔 등 그림도
경주박물관 내년 1월까지 전시
24일 공개된 통일신라 시대의 수구다라니. 고대 인도어로 쓰였다.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옛 신라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은 ‘다라니’를 마치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녔다. 이 중 ‘수구즉득다라니’(隨求卽得陀羅尼)라고도 불린 ‘수구다라니’는 말 그대로 다라니를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여겨져 널리 유행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통일신라 시대의 수구다라니가 24일 공개됐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날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여는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에서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수구다라니를 처음으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전시되는 수구다라니는 경주 남산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금동 경합(經盒·경전을 넣어두는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으로, 고대 인도어로 쓰인 것과 한자로 쓰인 것, 총 두 개다. 두 가지 언어로 쓰인 다라니가 함께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구다라니엔 경합에 넣어두기 위해 여러 번 접었던 흔적이 남아 있으며 각각 2000자 남짓의 글자와 함께 검과 칼, 소라나팔 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8∼9세기 중국에서 제작한 수구다라니와 형식이 매우 비슷하지만 다라니를 쓴 종이가 닥나무로 만든 한지로 분석돼,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것임이 확인됐다.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신명희 학예연구사는 “삼국유사나 해인사묘길상탑지 등 문헌 기록에서만 확인됐던 통일신라의 수구다라니를 처음 발견한 사례로, 매우 중요하고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1919년에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후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리해 왔다. 입수 당시 기록을 보면 조선총독부가 경북 안동 출신의 김한목으로부터 금동 경합과 두 개의 다라니를 각각 20엔에 구입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구다라니는 2020년 학술대회에 소개된 뒤 주목받았으며,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의 조사 연구가 본격 실시됐다. 연구 과정에서 발견 당시 직사각 모양으로 붙어 있었던 수구다라니를 분리해 두 개의 수구다라니를 확인했고 본래의 정사각 모양을 되찾았다. 함순섭 국립경주박물관장은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고대 불교 문화의 진면목을 좀 더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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