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190m서 굉음과 함께 쏟아진 토사… 아직 환청, 불켜고 잠 자도 4시간 못 자”

박천학 기자 2023. 10. 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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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과 함께 토사가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쏟아졌습니다. 그 공포나 두려움은 쉽게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동료 광부 1명과 작업 도중 마시기 위해 가져간 커피믹스 30개를 고립 3일 동안 밥 대신 먹었고 이후에는 갱내에 흐르는 물과 모닥불에 의지하며 버텨야 했다"며 "당시 광산 안에서 겪었던 이러한 일들이 환청으로 들리고 날마다 꿈에도 나타나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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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아연광산 붕괴사고 1년
221시간만에 구조생환 박정하

봉화=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굉음과 함께 토사가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쏟아졌습니다. 그 공포나 두려움은 쉽게 잊히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26일로 경북 봉화군 재산면 아연채굴광산 붕괴사고 1년을 맞는다. 당시 펄(토사) 약 900t이 수직갱도 아래로 쏟아져 갱내 지하 190m 지점에서 고립됐다가 221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조돼 생환한 박정하(62·강원 정선군 고한읍·사진) 씨는 2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사고로 입은 신체적 부상은 나았지만 여전히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료 광부 1명과 작업 도중 마시기 위해 가져간 커피믹스 30개를 고립 3일 동안 밥 대신 먹었고 이후에는 갱내에 흐르는 물과 모닥불에 의지하며 버텨야 했다”며 “당시 광산 안에서 겪었던 이러한 일들이 환청으로 들리고 날마다 꿈에도 나타나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해가 지기 시작하면 불안해져 불을 켜 놓고 잠을 청하지만 하루 4시간도 못 잔다”고도 했다.

그는 채광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한 베테랑이었다. 박 씨는 “1∼2주일마다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에서 치료받고 하루 2차례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먹지만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된 이후 광부들의 안전 개선을 호소했는데 정부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산 갱내 통신시설, 생존 박스와 추락·전도사고 방지 시설 설치 등을 위해 지난해 예산 64억 원 대비 약 72% 증액한 110억 원을 올해 집행한 데 이어 내년에는 이보다 약 25% 늘어난 138억 원을 편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광산은 325개이며 최근 3년(2020∼2022년) 동안 갱내 작업 도중 낙반 사고 등으로 13명이 숨지고 68명이 중경상을 당했다. 박 씨는 “강원 태백시에 있는 산업부 동부광산안전사무소를 수시로 방문해 광부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대책 강화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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