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맞먹던 日경제, 4위로 추락...저성장·엔저에 獨에도 밀려

2026년엔 인도에 밀려 5위 예상
‘엔저효과’로 제조기업 20곳
올해 이익 예상보다 2조엔 늘듯
“호실적, 임금인상·투자로 연결이 관건”

일본 도쿄 우에노(上野)역 인근 거리.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3위인 일본의 경제 규모가 올해 독일에 역전돼 세계 4위로 1계단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록적인 엔화 약세(엔저)와 독일의 높은 인플레이션율 영향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의 침체를 반영한 결과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짚었다.

23일 IMF는 올해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4조2천308억 달러(약 5천726조원)로 전망했다. 반면, 독일의 명목 GDP는 작년보다 8.4% 증가한 4조4천298억 달러(약 5천996조원)로 일본을 웃돌 것으로 전망됐다. 기록적 엔저에 독일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보다 높아 나타난 결과다. 교도통신은 경제 규모가 국제사회 발언력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GDP 역전은 일본의 존재감을 한층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올해 2분기 전년 대비 실질 GDP 성장률이 1.2%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역대급 엔저로 인해 달러화 가치를 기반으로 한 명목 GDP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달러당 평균 131엔 정도였지만, 현재는 150엔에 육박한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큰 변동이 없었다. 앞서 일본의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올해 엔화값 평균이 달러당 137.06엔보다 떨어지게 되면 일본과 독일의 GDP 순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명목 GDP는 5.8% 증가한 26조9496억 달러, 중국은 1.0% 감소한 17조7009억 달러로 전망됐다.

일본은 1968년 국민총생산(GNP) 기준 서독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다. 이후로도 성장을 거듭해 한때 미국을 누르고 세계 경제 1위에 등극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 중국에 밀려 처음 2위 자리를 내준 이후 올해 독일에 3위 자리도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2000년까지 일본의 경제 규모는 독일의 2.5배, 중국의 4.1배에 달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은 인구가 3분의 2인 독일보다 GDP가 작아지는 등 1인당 노동생산성 저하가 과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IMF는 3년 뒤인 2026년이면 인도가 일본을 밀어내면서 일본의 경제 규모 순위는 5위로 다시 한 계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실적은 예상치 20% 상회…자동차 기업 ‘엔저효과’ 톡톡

지금과 같은 엔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일본 주요기업들의 올해 실적은 기존 예상치를 20% 가량 웃돌것으로 전망됐다. 24일 닛케이는 자동차, 전기, 정밀, 중공·기계 등 일본의 주요 제조기업 20개사를 대상으로 엔화값을 달러당 150엔 정도를 전제로 실적 변동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다른 요인이 일정할 경우 달러당 130엔 일때에 비해 이익이 2조엔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엔저로 인한 혜택이 큰 곳은 자동차 기업들이었다. 조사 대상 자동차 대기업 7곳의 이익 증가분은 약 1조6000억엔으로 전체 이익 증가분의 80% 정도를 차지했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엔저로 인한 실적 증가분이 달러와 유로를 합쳐 8900억엔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입기업 입장에서는 엔저로 인해 비용이 늘어나지만 일본 기업 전반적으로는 이익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마토 증권에 따르면 달러 및 유로에 대한 엔화값이 1엔 저렴해지면 주요 200개 기업의 올해 경상이익은 0.4% 증가했다. 야마토 증권은 현재 환율 시점에 이들 200개 기업의 경상이익이 지난해 대비 6%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닛케이는 10년 전에 비해 엔저에 따른 경상이익 증진 효과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여전히 혜택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엔저로 인한 실적 호조를 일본기업들이 성장을 위한 투자와 임금 인상, 주주환원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