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을 심미적으로 바라본 고원의 화가[그림 에세이]

2023. 10. 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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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운전하면서 터널을 지날 때면 토목 기술력에 감탄하곤 한다.

보통 터널 시공은 양쪽 끝에서 착굴해 가운데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데, 그 오차 없는 정확성이 놀라울 뿐이다.

백두대간 고원에 정착해 작업하는 최법진의 화면은 얼핏 보면 수묵담채 산수화 같지만 유화다.

폐광지역의 암울한 잿빛 풍경일 수도 있지만, 그는 좀 다른 미의식으로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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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미술평론가
최법진, 고원별곡, 91×116㎝, 캔버스에 오일 및 탄분, 2023.

이따금 운전하면서 터널을 지날 때면 토목 기술력에 감탄하곤 한다. 보통 터널 시공은 양쪽 끝에서 착굴해 가운데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는데, 그 오차 없는 정확성이 놀라울 뿐이다. 특히 거리가 너무 멀 경우, 중간 지점들에서 수직으로 뚫어 장비를 넣고 다방(多方)으로 착굴한다는 것이다. 상상을 초월한 기술력에 가이아도, 하데스도 놀랄 일이다.

절개지나 암벽 같은 것이 불거진 산허리 위로 검은 고원 풍경이 아련하게 보인다. 백두대간 고원에 정착해 작업하는 최법진의 화면은 얼핏 보면 수묵담채 산수화 같지만 유화다. 폐광지역의 암울한 잿빛 풍경일 수도 있지만, 그는 좀 다른 미의식으로 접근한다. 까마득한 지하 갱도에서 퍼 올린 석탄을 심미의 것으로 바라본다.

그것은 태초의 지질이 준 선물이며 태고와 오늘을 만나게 하는 매개이다. 그것을 에너지원으로만 보니 이제는 부담스러운 광물질로 보는 것이다. 작가 특유의 물질적 상상력이라는 원심분리기에 입자들을 갈아 넣어 태초의 신비를 유추해낸다. 왜 고원이 하늘과 산, 물길과 바람조차도 태고의 신비와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지 깨달으라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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