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우디 정상 "어떤 방식이든 민간인 공격 반대"… 43년 만의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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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에 맞춰 양국 정상이 "민간인 공격에 반대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양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민간인 보호와 정치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사우디의 중동지역 긴장 완화 노력을, 사우디는 북한에 맞선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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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과학기술·에너지·문화 등 걸쳐 협력
사우디, 이·팔 등 중동 정세 입장 이례적
윤석열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국빈 방문에 맞춰 양국 정상이 "민간인 공격에 반대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함께 낸 첫 메시지다. 양국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민간인 보호와 정치적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은 사우디의 중동지역 긴장 완화 노력을, 사우디는 북한에 맞선 한국 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우디와는 1962년 수교 이후 8차례 정상급 교류가 있었다. 하지만 공동성명이 채택된 건 1980년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이다. 44개 항목에 걸쳐 양국 협력을 포괄적으로 다뤘다.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관계'를 강화하고, 경제·과학기술·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협력의 폭과 깊이를 심화하려는 의지가 담겼다.
이·팔 긴장에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 필요"
양국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공동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상황에 대해 "국제법과 국제인도법에 따라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떠한 방식으로든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적 주권국가로 공존하자는 원칙)에 기반한 정치적 해결과 항구적 평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한국 측은 '아랍 평화 구상' 등을 포함한 사우디 측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추진하는 등 그간 '중동 데탕트'를 주도했고, 이번 사태 이후에도 이란을 포함해 아랍권 국가들과 적극 소통하며 균형자 역할을 하는 것에 힘을 실어줬다. 3월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복원한 것에 대해서도 "주목한다"는 평가가 달렸다. 한국은 특히 "중동 지역의 안정이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 전체의 평화, 안정에 직결된다는 인식하에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한 사우디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문제도 언급됐다. 양국은 북한을 겨냥, 핵·탄도 프로그램 및 무기 이전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모든 행위를 규탄했다. 사우디는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 등 한국 정부의 노력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양국은 '평화적 수단'을 통한 위기 해결을 강조했다. 1962년 양국 수교 후 처음으로 주요 국제 현안들에 대한 일치된 입장을 문서로 합의한 것이다. 이도운 대변인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등 중동 현안이 포함된 건 사우디 측에선 이례적"이라며 "한국에 대한 사우디 신뢰를 보여주는 의미가 있고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지향적 전략 동반자 관계 심화"... 수소경제 등 성과와 협력 방향 강조
양국은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맞아 관계를 미래지향적 전략동반자로 격상했다. 이를 심화·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도 공동성명에 담았다. 교역과 투자 분야는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 회담을 계기로 체결된 '수소 오아시스 협력 이니셔티브'를 비롯해 △스마트시티 △현대차 조립식 공장 설립 △IMI 조선소 가동 평가 △1억6,000달러 규모 공동펀드 조성 등 성과가 언급됐다. 건설·인프라 분야의 경우 전날 체결된 24억 달러 규모의 자푸라2 가스 플랜트 사업 계약을 비롯해 사우디 기가 프로젝트(네옴, 키디야, 홍해개발, 로신, 디리야) 관련 합의와 성과, 향후 협력 의지가 명시됐다.
에너지 분야는 전통적인 석유 분야에서 한국석유공사와 카타르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간 맺어진 530만 배럴 규모 원유 비축 사업 성과가 적시됐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등 재생에너지와 사우디에서 한국으로 수출할 청정수소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외에 △기후 △문화 △인적교류 △지식재산 △통계 △보건 △식의약 △스마트팜이 협력을 넓힐 대상으로 언급됐다. 다만 대규모 수출 성사를 앞둔 방산분야의 경우 중동 정세와 사우디의 입장을 감안해 "협력과 조정을 증진하겠다"는 원론적 표현만 담겼다.
왕세자, 직접 운전해 윤 대통령과 행사장 이동
윤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 마지막 날인 24일 예정에 없던 무함마드 왕세자와의 단독 환담을 진행하는 등 밀착 행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열린 '미래투자 이니셔티브 포럼(FII)' 행사장에 가기 전 무함마드 왕세자와 대통령 숙소인 영빈관에서 단독 환담을 가졌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환담을 마치고 FII 행사장에 가야 하는 윤 대통령을 직접 운전해 바래다준 뒤 행사장에 동반 입장해 윤 대통령이 연설과 대담을 진행하는 동안 끝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FII포럼에서 "대한민국은 최적의 경제·투자 협력 파트너", "대한민국은 미래를 위해 함께 연대할 수 있는 혁신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사우디는 대한민국 잠재력을 가장 먼저 신뢰한 국가 중에 하나"라며 "대한민국의 근면과 신뢰를 확인한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은 더 많은 공사를 맡겼고 이는 부존자원도 별다른 기술도 없었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나간 출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리야드=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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