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던전있는 경기장 된 우리집… 더 실감나는 풀컬러로 돌아왔다
퀄컴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셋 탑재
'패스스루'로 스마트폰 확인 등 동시에 가능
오픈생태계 표방… SKT '이프랜드'와 협업
MR 헤드셋 '메타퀘스트3' 써 보니…
거실 천장이 무너지면서 우주선이 테이블 위에 착륙한다. 익숙했던 집안이 금세 미지의 행성으로 변하면서 색색의 털 뭉치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벽장, 냉장고, 침대 등에서 튀어나온다. 컨트롤러를 들고 있던 손이 총으로 바뀌면서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외계인을 잡는 무기가 된다. 등 뒤와 옆뿐 아니라 사방이 적의 소굴이다. 귀여운 외모의 외계인이지만 몰려드는 무리에 식은땀이 난다.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메타가 지난달 처음 선보인 MR(혼합현실) 헤드셋 '메타퀘스트3'를 착용하고 한 경험이다.
글로벌 빅테크 간 MR 기기 경쟁이 본격적인 막을 올린 가운데 메타가 3년 만에 새 기기를 내놓으며 사용자들의 오감 잡기에 나섰다. MR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이 합쳐진 개념으로, 현실과 가상간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는 1차 출시국으로 SK텔레콤을 통해 기기를 구매할 수 있다.
◇ 40% 줄어든 부피에 착용감도 향상 = '메타퀘스트3' 크기 조절은 간단하다. 기기를 머리에 쓰고 뒤쪽과 중앙부 스트랩을 통해 흔들리지 않게 조절하면 된다. 전작인 퀘스트2의 경우 앞면 부분의 부피가 커 쏠림 현상이 있었지만, 부피가 약 40% 줄면서 착용감이 개선됐다. 안경을 쓰고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팬케이크 광학렌즈'를 도입한 결과다.
퀘스트3로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방을 스캔해야 한다. 기기를 쓰고 지시사항에 맞춰 주변을 둘러보면 심도 센서를 기반으로 격자무늬로 공간을 파악한다. 스캔을 거쳐 즐긴 '퍼스트 인카운터(First Encounters)'로 외계인을 잡으며 퀘스트3와 강렬한 첫인상을 겪으니 다른 콘텐츠를 더 체험하고 싶었다.
◇ MR 헤드셋 쓰고 복싱 체험하니 '운동효과 확실하네' = MR 헤드셋을 쓰고 운동을 하니 평소보다 확실한 효과가 느껴졌다. 평소 러닝을 즐기는 기자는 다리에 비해 팔이 약한 편이다. 집에서도 야외운동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 퀘스트3 기기를 착용하고 트레이닝 운동으로 유명한 '레즈밀(Les Mills)'을 30분 체험했다. '복싱은 처음인데'라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30분이 지난 이후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몸이 반응했다. 다음날 근육통으로 팔이 아플 정도였다.
기기를 착용하자 집안은 높은 던전이 있는 경기장으로 변했다. 복싱을 가르쳐주기 위해 기자 앞에 선 캐릭터는 복싱 체육관 관장님을 만난 듯했다. 잽,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까지 간단한 동작을 숙지한 이후 음악과 함께 리듬에 맞춰 제시 동작을 맞추면 된다. 혼자가 아니라 캐릭터로 소개된 다른 이용자와 함께 순위를 매기면서 운동을 하니 경쟁심이 불타 올랐다.
게임 조작이 더 실감 나는 이유는 퀘스트3에 CPU(중앙처리장치)로 퀄컴의 '스냅드래곤 XR2 2세대' 칩셋이 탑재돼 성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은 2019년 출시된 1세대와 비교해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은 2.5배, AI(인공지능) 처리능력은 8배 향상됐다. 또 4.2K의 고화질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어지러움이 그동안 이용했던 기기에 비해 확연히 덜했다. 배터리 성능도 개선돼 한 번 완충하면 36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다.
◇ 성능 UP, 풀 컬러 화면으로 현실 세계와 연결…패스스루 기능 '눈에 띄네' = 퀘스트3를 이용하면서 인상적인 기능은 단연 '패스스루'였다. 전작은 외부 화면을 흑백으로만 볼 수 있었지만, 퀘스트3의 패스스루는 기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사람이나 물체를 컬러로 인식할 수 있어 스마트폰 알람을 확인하거나 다른 활동과 병행을 하는 게 가능했다. 가상세계와 현실을 보다 매끄럽게 넘나들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패스스루 기능 덕분에 헤드셋을 착용한 채 다른 방으로 이동하는 것도 편안했다.
고화질이 아닌 점이 아쉬웠지만, 주변 환경 분간이 전혀 불편하지 않아 공간의 개념이 달라진 듯했다. 특히 퀘스트3로 미팅 등 업무를 볼 때 유용했다. 퀘스트3를 노트북이나 컴퓨터와 연결해 메시지를 보내거나 화상 미팅을 하는 등 업무 수행도 원활하게 할 수 있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최고경영자)는 "퀘스트3는 대중화된 첫 MR 헤드셋"이라며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융합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힌 바 있다. 패스스루는 저커버그의 발언에 가장 걸맞은 기능이다.
◇ 퀘스트3, 애플 '비전 프로'와 겨룬다…SKT '이프랜드'도 활용 가능 전망 = 퀘스트3는 내년 초 출시 예정인 애플의 '비전 프로'와 자웅을 겨룰 전망이다. 애플은 '공간컴퓨팅'이란 개념을 내세워 비전프로가 기존의 MR 헤드샛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헤드셋 전용 OS(운영체제)인 '비전OS'도 선보였다. 3499달러(약 473만원)라는 비싼 가격을 내세웠는데, 외신에 따르면 시장성을 우려했는지 최근 내부적으로 1500~2500달러(약 203만~338만원) 수준의 비전프로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폐쇄형 생태계인 애플과 달리 오픈 생태계를 표방해 파트너십을 늘리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콘텐츠 부족 현상도 해소될 전망이다. 퀘스트3에는 게임 100여개가 들어간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 게임뿐 아니라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과도 협업한다. 향후 SK텔레콤의 메타버스 '이프랜드' 또한 메타의 MR 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공동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중성을 강점으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R·VR 헤드셋 출하 대수는 2026년 약 35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뿐 아니라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몰입형 비즈니스 환경을 지원하는 메타버스도 강화될 전망이다.
퀘스트3는 출시 이후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실구매자들 사이에서 호평이 나오며 대중화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퀘스트3에 대해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MR 기능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게이머들의 호응이 높다. 전작인 퀘스트2의 경우 2020년 출시 이후 전세계에서 20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퀘스트3의 가격은 128GB(기가바이트) 버전이 69만원, 512GB가 89만원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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