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장 흔한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A형·E형 간염’··· 음식 꼭 익혀 먹어야

2020~2021년 국내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원인 분포.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국내에서 가장 흔한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급성 A형 간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생소한 ‘급성 E형 간염’이 그 뒤를 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최광현, 정숙향 교수 연구팀은 2020~2021년 국내 12개 대학병원에서 급성 간염으로 등록된 환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연구기간 동안 등록된 428명의 급성 간염 환자 중 바이러스가 원인이 돼 간 조직에 염증이 발생한 급성 바이러스 간염 환자는 160명(37.4%)으로 조사됐다.

급성 바이러스 간염은 2017년 기준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3억4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감염되면 잠복기를 거쳐 발열, 구토, 복통,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환자는 치료를 통해 회복되지만, 만성 간 질환이 있거나 면역력이 약할 경우 드물게 간 기능이 상실되는 간부전이 나타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연구진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 간염의 원인과 임상적 특징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급성 바이러스 간염 중에서는 A형 간염이 78.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E형 간염(7.5%), 엡스테인바 바이러스 간염(3.1%), B형 간염(3.1%), C형 간염(1.9%), 거대세포바이러스 간염(1.2%), 헤르페스심플렉스 바이러스 간염(0.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흔한 A형과 E형 간염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 등을 통해 감염되는 공통점이 있다. A형 간염 환자의 40.5%는 익히지 않은 조개나 굴을 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E형 간염 환자 중 27.8%는 말린 과일을, 11.1%는 멧돼지의 혈액 등을 섭취한 것으로 보고됐다. A형 및 E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선 특히 생고기, 육가공식품, 조개류 등의 음식을 섭취할 때 높은 온도에 가열해 충분히 익혀 먹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A형 간염은 예방 백신이 있으므로 만성 간 질환자나 항체가 없는 20~40대 연령층의 접종이 권장된다. 다만 E형 간염에 대한 백신은 아직 없어 평소 손 씻기, 물 끓여마시기 등의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연구진은 급성 바이러스 간염으로 입원 치료한 환자 비율이 86.7%에 달했다고도 밝혔다. 투석치료를 받은 환자 비율은 3.2%,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비율은 0.6%로 나타났다. 1.3%의 환자는 간부전을 보였지만 간이식을 받거나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최광현 교수는 “급성 바이러스 간염 중 국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급성 A형 간염은 항체 형성률이 낮은 20~40대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그 뒤를 잇는 급성 E형 간염에 대해서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료인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낮아 조금 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