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태광 회장, 사면 2개월만 또 `20억 비자금` 압수수색
태광그룹이 25일 창립 73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경찰이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의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와 관련해 그의 자택과 태광그룹 계열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내부 제보를 기반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지만 다시 수사 대상에 오르게 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으면서 사면이 무색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오전 이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에 위치한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경기도 용인에 있는 태광CC 등을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태광그룹 계열사에 속하지만 이번 압수수색 대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태광 계열사 가운데 하나인 골프장 운영업체가 다른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비자금 20억원 이상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태광 CC가 계열사에 대한 공사비를 부당 지원했다는 혐의로 태광CC 관련한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이다. 태광그룹 경영협의회에 대한 압수수색은 2015년부터 2018년 사이 임원의 겸직 위반 혐의다.
이로써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 약 두 달 만에 다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앞서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이 생산하는 섬유제품 규모를 조작하는 '무자료 거래'로 총 421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9억여원대를 포탈한 혐의 등으로 2011년 구속 기소됐다.
이후 건강 등을 이유로 7년 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황제 보석'이란 비판을 받았다. 그는 논란 끝에 2018년 구속됐고 징역 3년형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출소했다.
그는 올해 광복절 특사로 특별 사면을 받았는데, 당시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의 복권에 "국민 여러분과 정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국가 발전에 힘을 보태고 경제 활성화 이바지로 국민 여러분과 정부의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태광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제기된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경찰의 수사에 성실하게 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사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 전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심사 때 이노공 법무부 차관이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차관의 남편 송종호 변호사는 태광그룹 법무실장(전무)을 지냈고 현재 고문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 "지난 8월 9일 열린 8·15 사면심사위에서 이 차관은 당연직 위원, 이 차관의 남편은 태광산업 임원이었다"며 "이 전 회장은 사면심사 대상으로 올라가 복권됐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김홍일 권익위원장에게 "이렇게 보면 공무원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있는 거라고 봐야 하지 않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사적 이해관계자냐 아니냐, 법무부 차관의 남편이 주식 몇 퍼센트를 가졌는지, 그렇지 않으면 그 회사의 사적 이해관계자 범위에 들어가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쟁점이 있을 수 있지만, 이해충돌 가능성이 농후한 게 사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익위가 사실관계 확인 후 수사기관에 이첩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형식을 갖춰서 하시면 저희가 검토하고 그렇게 해서 처리하겠다"며 "사면심사의 직무 관련자는 태광 회장, 이 차관의 남편은 태광 임원이고 법인 태광은 사적 이해관계자로, 직무 관련자하고 사적 이해관계자가 다른 케이스라서 정확히 말씀드리면 사적 이해관계자 신고 및 회피 신청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 측은 이 회장 사면 논란에 대해 "지난 11일 법사위 국감에서 이 차관이 '사면심사위 심사에서 회피하였고, 일체 관여한 바 없다'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경찰청장 "전청조 사기, 남현희 공범여부도 확인…국수본서 엄정수사"
- "배 눌렀지만 추행 아니다"…`성추행` 목사, 재판서 "혐의 부인"
- 남현희 "전모씨, 시한부 거짓말…빠른 시일 내 고소할 생각"
- `기생충` 주연 이선균의 마약 혐의, 외신 주목...서경덕 "K-콘텐츠 이미지 실추"
- "비웃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길 가던 10대女 둔기로 때린 50대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