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산책 잘하죠?”…진돗개 46마리의 서울 도심 행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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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그리고 수많은 믹스견이 세상으로 나올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반려견 트레이닝업체 '굿보이스쿨' 고미정 대표는 "평소 한강공원이나 망원동처럼 더 붐비는 곳에서도 산책을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오늘은 단체로 하는 산책인 만큼 안전을 가장 많이 신경썼다. 개 5마리당 한 명씩 총 10명의 훈련사가 행렬과 함께하면서 진돗개도 훌륭한 반려견이라는 사실을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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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산책가자 진돗개야 ’
진돗개 인식 개선 위해 단체 산책 행사
“진돗개 그리고 수많은 믹스견이 세상으로 나올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조용한 일요일 아침,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반려견 무리가 나타났다. 공통점은 하나, 진돗개이거나 진도 믹스견들이라는 것. 지난 22일 온라인 커뮤니티 ‘산책가자 진돗개야’ 회원들이 모임 4주년을 맞아 ‘산책 퍼레이드’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진돗개도 다른 반려견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알리기 위해 계획됐다. 진돗개는 우리나라에서 국견, 토종견으로 불리긴 하지만 실제 진돗개가 처한 현실은 열악한 편이다. 주로 개농장에서 도사견과 함께 ‘식용 개’로 키워지고, 공장·밭을 지키는 경비견 혹은 짧은 줄에 묶여 마당 개로 살거나 그 과정에서 무분별한 번식을 통해 태어나 유기견이나 들개가 된다.
최근 진돗개도 가정 반려견으로 입양되는 경우가 늘었지만, 여전히 편견이나 오해의 대상이 된다. 예민하고 사납다거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살 수 없는 견종이라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입마개 필수 견종(5대 맹견과 그 혼종)이 아니지만 ‘입마개 시비’를 빈번하게 겪기도 한다.
‘산책가자 진돗개야 ’도 처음엔 진돗개 혹은 진도믹스견을 입양한 보호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2019년 만들어졌으나 점차 진돗개 인식 개선, 유기견 보호 활동 등으로 활동 영역이 확장됐다. 커뮤니티 운영자 김은호씨는 “반려견 동반 카페, 숙소뿐 아니라 반려견 전용 운동장 혹은 병원에서도 진돗개라고 하면 차별과 편견을 보이는 곳이 많다. 진돗개도 도시에서 충분히 공존 가능한 견종이고 미디어에서 흔히 그려지는 공격적인 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했다.
오전 9시30분 모임 장소에 반려견과 보호자들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진돗개라고 하면 백구를 상상하게 되지만 황구, 호구, 믹스견 등 다양한 개들이 참가했다. 여러 개가 모였으니 소란스러울법한데 개들은 각자 정해진 구역에서 5~10m 간격으로 얌전히 대기했다. 서로 만난 적이 있는 개들끼리는 서로 반가운 기색이었지만, 이날 행사 규칙에는 평소 친한 개들이라도 인사하지 않기, 간식 나눠 먹지 않기 등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개와 사람의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주최 쪽은 설명했다.
반려견 트레이닝업체 ‘굿보이스쿨’ 고미정 대표는 “평소 한강공원이나 망원동처럼 더 붐비는 곳에서도 산책을 잘하는 친구들이지만 오늘은 단체로 하는 산책인 만큼 안전을 가장 많이 신경썼다. 개 5마리당 한 명씩 총 10명의 훈련사가 행렬과 함께하면서 진돗개도 훌륭한 반려견이라는 사실을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고 대표는 3년 전부터 커뮤니티 회원들과 산책 교육 프로그램인 ‘스카이댕슬’을 매주 주말 운영하고 있다.
마침내 행진 시작. 개 46마리와 반려인 50여명이 한 마리씩 질서정연하게 출발했다. 이날 산책 경로는 올림픽공원 평화의문에서부터 잠실역까지 왕복 2.5㎞를 다녀오는 것이다. 한 시간가량의 대기를 마치고 산책이 시작되자 쫄보 ‘빼꼼이’도, 공장견이었던 ‘찐’이도, 진도가 고향인 ‘서울이’도 꼬리가 바짝 올라갔다.
한동안 잠실 거리는 ‘개판’이었지만 혼란은 없었다. “목줄 착용, 우측통행, 도로 양보 등 아주 기본적인 펫티켓을 지키는 걸 원칙으로 했어요. 당연하게도 아무 일도 없었고, 오히려 행인들의 시선과 칭찬을 많이 받아 개들도 행복해 보였어요. 벌써 다음 퍼레이드는 언제 하느냐고들 하세요.” 김은호씨는 이번 행사가 진돗개 인식뿐 아니라 마당 개, 유기견, 식용견 문제까지 전하는 ‘나비의 날갯짓’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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