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거장이 온다…미야자키 하야오 ‘그대들은…’ vs 우라사와 나오키 ‘플루토’

이정우 기자 2023. 10. 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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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야오의 자전적 모습 투영…작품세계와 인생 집약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왼쪽)와 ‘플루토’의 주인공 소년.

스산한 가을, 가볍지 않은 일본 애니메이션 두 작품이 국내에 상륙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전설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거를 작품이 없는 ‘떡밥’의 대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 그것. ‘스즈메의 문단속’이 일본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하는 등 올해 유난히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강세였던 점을 고려하면, 두 거장의 작품은 극장과 안방을 동시에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

25일 개봉하는 하야오의 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하 ‘그대들’)는 하야오의 은퇴 번복작이란 사실 만으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람이 분다’ 이후 무려 10년 만의 작품이다. 24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그대들’은 예매율이 65%가 넘고, 예매 관객수만 이미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작품은 개봉 직전까지 비밀 투성이다. ‘무(無)마케팅’으로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순수하게 작품으로 소통하겠다는 지브리의 뜻으로 지난 7월 일본 개봉 당시에도 시사회나 어떤 프로모션 없이 개봉했다. 전작의 그림체와 사뭇 다른 왜가리의 진지한 모습이 담긴 포스터만으로 수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일본 내에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애니메이션의 경지를 넘어섰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지루하다’같은 부정적 의견도 많다. 줄거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공통적인 평가다. 하야오 본인도 “나도 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한 장면

그렇지만 본인이 이해하지 못하는 얘기로 82세 노감독이 은퇴까지 번복하며 창작욕을 불태웠을 리 없다. 실제로 작품은 하야오의 모든 작품과 인생이 집약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란 점이 전작들과 같다. 전쟁으로 엄마를 잃은 12세 소년 마히토 마키가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탑을 발견하고, 가족을 구하기 위해 다른 세계에서 모험을 겪는다는 줄거리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떠오른다. 말하는 왜가리 등 자연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은 ‘모노노케 히메’나 ‘이웃집 토토로’ 등에서 반복되던 것이다. 그런데 전과 다르다. 우선 씩씩한 소녀가 주인공이었던 전작들에 비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고민 많고 내향적인 소년이다. 시대 배경 등을 고려할 때 감독의 자전적 모습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야오는 “이제껏 밝고 긍정적인 소년 상을 가진 작품을 만들었지만, 소년이란 건 좀 더 어둡고 여러 소용돌이가 뒤엉켜있는 것 아닌가란 생각을 늘 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너만의 탑을 쌓아가거라. 풍요롭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거라”는 예고편 속 한 노인의 대사는 ‘왜 창작을 하는가’에 대한 거장의 고백처럼 들린다. 작품마다 은퇴를 언급했던 하야오는 이번엔 곧바로 다음 작품 준비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브리 스튜디오 역대 최대 제작비에 제작 기간만 7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프리는 이전 작품들의 판권을 넷플릭스에 넘기면서까지 이 작품의 제작비를 마련했다.

# 나오키의 미스터리 강화된 ‘아톰 탄생기’…인간다움을 묻다

플루토

2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플루토’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이다. 우라사와 나오키란 이름이 생소한 사람이라도 ‘20세기 소년’이나 ‘몬스터’, ‘마스터 키튼’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동시대 일본 만화 작가 중 수상 경험이 가장 많은 인물로 ‘슬램덩크’의 이노우에 다케히코 정도가 비견된다.

‘플루토’는 우리에게 친숙한 로봇 캐릭터인 ‘아톰’의 탄생기이다. 플루토는 세계 7대 로봇을 죽이려고 만들어진 최강 로봇. 플루토로 인해 인간과 로봇 사이, 각국 열방 사이에 균열이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직 남아 있는 7대 로봇들과 아톰이 나선다는 줄거리다.

우라사와 나오키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 ‘철완 아톰’을 바탕으로 나오키의 장기인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강화됐다. 플루토의 정체는 초반까지 베일에 싸여있고, 이에 따라 죽은 로봇에 남겨진 뿔 모양의 표식은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그리고 영화적인 연출력을 백분 살렸다. 폭풍에서 등장하는 플루토의 모습이나 각 로봇들의 전투는 만화에 비해 폭발력이 커졌다.

자신이 행한 과거의 학살을 반성하고 눈물을 흘리는 로봇과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내세우는 인간들을 대비시키며 로봇과 인간, 무엇이 더 인간적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특히 아톰은 인간의 미세한 감정까지 느끼며 로봇 식별시스템에서 감지조차 되지 않는다. 종말 수준의 대전투를 앞두고 ‘새로운 세상에 남게 되는 건 인간일까, 로봇일까’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은 최종 대결 역시 누가 강한가가 아닌, 누가 더 인간적인가에 따라 결판을 낸다.

플루토 예고편 화면

지브리 출신인 오오히라 신야를 포함해 현 일본 애니메이션계 최고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와구치 토시오 감독, 엔도 마사아키 등 지브리 출신이 다수 참여했다. 제작기간만 6년이고, 8권으로 구성된 단행본처럼 8부작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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