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거박? 1순위 지명이 쏘아올린 큰 변화

김종수 2023. 10.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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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돌아보기(21)] 2018년 드래프트



KBL 첫 드래프트에서 1순위의 영광을 가져간 학교는 고려대다. 동년배 최대어 현주엽이 그 주인공으로 1순위가 나오는 순간 SK 감독과 코치가 일제히 만세를 불렀을 정도다. 현주엽 이후 고려대 출신 1순위로는 이규섭, 이승현, 문성곤, 이종현, 박준영, 박정현, 문정현이 있다. 공교롭게도 가드 포지션은 하나도 없고 대부분이 4~5번 빅맨 라인이다.


그나마 윙자원인 문성곤이 가장 앞선 포지션 1순위다.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뽑힐 선수가 뽑혔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고려대 출신 튼튼한 빅맨들은 대학 무대를 평정하고 안암골 전성시대를 이끌어온 주인공들이다. 그런 가운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던 1순위 선수가 있었으니 다름아닌 박준영(27‧195.3cm)이다.


현재 성장세는 물론 당시에도 '1순위에 걸맞는 선수인가?' 갑론을박이 많았다. 1순위 지명선수로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던 것이 이유다, 물론 그렇게 따지면 박정현도 있다. 하지만 박정현 같은 경우는 당시 드래프트 자체가 꽤나 흉작에 가까웠다. 김경원(연세대), 이윤수(성균관대), 박찬호(경희대) 등 유달리 빅맨 자원이 많아서 화제가 되기는 했으나 즉시 전력감으로 꼽히던 선수는 없었다. 1순위 박정현을 비롯 다들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받았던 자원들이다.


박준영이 참가했던 2018년 드래프트는 달랐다. 흉작에 가깝기는 했지만 지명전부터 거물급으로 주목받던 선수가 있었기 때문으로 동국대 출신 듀얼가드 변준형(27‧185.3cm)이 바로 주인공이다. 지명전 기자들의 각종 모의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로 몰표를 받은 것은 물론 팬들마저도 이를 당연시했을 정도로 드래프트 참가자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만약 예상대로 변준형이 1순위로 지명됐더라면 동국대는 드래프트 참가 사상 처음으로 1순위를 배출하는 영광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2순위에 만족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역시 동국대 역사상 가장 높은 순위다. 이전까지 최고 순위는 3순위(김승현, 김종근)였다. 동국대 입장에서는 많이 아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때 드래프트는 지금까지도 ‘변거박(변준형 거르고 박준영)’이라는 말을 낳으며 회자되고 있다.

▶ 201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1라운드
1순위 박준영(고려대 포워드‧KT 지명) / 2순위 변준형(동국대 가드‧KGC 지명)
3순위 서명진(부산중앙고 가드‧현대모비스 지명) / 4순위 김준형(고려대 포워드‧LG 지명)
5순위 조한진(동해규슈대 포워드‧오리온 지명) / 6순위 전현우(고려대 포워드‧전자랜드 지명)
7순위 김한솔(삼명대 센터‧삼성 지명) / 8순위 권시현(단국대 가드‧KCC 지명)
9순위 서현석(건국대 센터‧DB 지명) / 10순위 우동현(명지대 가드‧SK 지명)

▶ 201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2라운드
11순위 장태빈(고려대 가드‧SK 지명) / 12순위 원종훈(단국대 가드‧DB 지명)
17순위 김성민(상명대 가드‧LG 지명) *기타 팀은 지명포기

▶ 201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3라운드
21순위 정진욱(상명대 가드‧KT 지명) / 22순위 홍석민(동국대 포워드‧KGC 지명)
23순위 천재민(연세대 포워드‧현대모비스 지명) / 25순위 강병현(중앙대 가드‧오리온 지명)
26순위 권성진(경희대 가드‧전자랜드 지명) / 27순위 강바일(중앙대 포워드‧삼성 지명)
28순위 임정헌(명지대 포워드‧KCC 지명) *기타 팀은 지명포기

▶ 2018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4라운드
40순위 이상민(조선대 가드‧KT 지명) *기타 팀은 지명포기
 


억울한 1순위? 박준영은 그냥 1순위에 뽑혔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박준영은 ‘변거박’이라는 비아냥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예전보다 덜할 뿐 지금도 종종 언급되고 있을 정도다. 드래프트 참가 선수층을 봤을 때 박준영의 1순위 지명이 터무니없을 만큼은 아니다. 다만 변준형이라는 대형가드 유망주가 있었던 것이 불운일 뿐이었다. 때문에 박준영이 뽑힐 당시 KT팬들의 반발은 상당했다. '감독과 같은 고려대 출신이라고 뽑은 것 아니냐?'는 학연픽 논란까지 있었다. 서동철 전 감독 또한 임기내내 함께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이같은 논란은 두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함께 뛰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박준영도 좋은 선수로 차분히 성장하기는 했으나 변준형은 첫해, 평균 19분 2초를 뛰면서 8.3점, 2어시스트, 1.2스틸을 기록하며 신인상을 받는 등 리그를 대표하는 가드 중 한 명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세간의 혹평에 주눅이 들었던 탓일까. 첫 2시즌 동안 박준영은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이며 변준형과의 비교에 더욱 작아졌다. 하지만 절치부심의 노력 덕이었을까. 3년차 시즌부터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냈다. 46경기 동안 18분 31초를 뛰며 평균 6.9득점, 3.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아주 훌륭한 성적까지는 아니라도 충분히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박준영에게도, 팀에게도 득이 됐다는 평가다.


가정이지만 만약 박준영이 1순위가 아니었다면 불필요하게 비난을 받을 일은 없었을 공산이 크다. 기대치도 적었을 뿐 아니라 변준형과도 비교가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려 팬들의 응원 속에서 부담없이 꾸준히 성장하며 더 좋은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1순위 지명이 박준영에게는 꼭 축복만은 아니었다.


​박준영은 일반적인 4번과는 조금 다르다. 포지션 대비 사이즈가 좋은 것도 아니고 스피드, 파워적인 면에서는 아쉬움도 크다. 어찌보면 언더사이즈 빅맨으로서 낙제점에 가까울 수도 있겠지만 대신 다양한 테크닉과 준수한 BQ가 돋보인다. 기본기가 탄탄하고 스탭이 좋은지라 여러가지 방식으로 골밑 공격을 시도하고 슈팅력도 준수해 오픈찬스에서 곧잘 미들슛, 3점슛 등을 성공시킨다.


무엇보다 빅맨치고 시야와 센스가 나쁘지 않아 스크린플레이나 패싱게임 등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박준영이 나오면 볼이 잘 돈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수비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박준영은 아직 완성형이 아닌 기대주다. 젊은 선수이니만큼 매 시즌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일이다. 변준형으로 인해 화가 났던 KT팬들도 점점 박준영의 모습에 응원을 보내는 분위기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박준영에게 KT 지명은 호재는 아니었다. 선수층이 얇거나 젊은 선수가 부족한 팀 같았으면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갔겠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간의 KT는 10개 구단중에서 가장 드래프트 운이 좋은 팀으로 불린다. 박준영 이후 KT에서 로터리 픽으로 뽑은 선수가 박지원(2순위‧가드), 하윤기(2순위‧센터), 이두원(2순위‧센터), 문정현(1순위‧포워드)이다.


박지원이야 포지션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다쳐도 하윤기는 국가대표 빅맨이며 문정현은 박준영의 상위호환으로 불린다. 이두원같은 경우 아직까지 주전급은 아니지만 신체조건에서 박준영보다 훨씬 좋다. 그렇다고 빡빡한 4번으로서의 경쟁을 피해 스몰포워드로 전향하기도 어렵다. 3번에서 활약하기에 스피드, 운동능력, 슈팅 등 확실한 장점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팀에는 확실한 3번 자원이 둘이나 버티고 있다. ​FA를 통해 국가대표 포워드 문성곤이 합류했으며 베테랑 한희원은 뒤늦게 기량이 만개하고 있는 상태다. 포지션도 애매한 상태에서 이들을 제치고 3번으로 기회를 받을 공산은 사실상 희박하다. 박준영은 현재 상무에서 군복무중에 있으며 오는 11월 허훈과 함께 전역해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그야말로 실질적인 생존게임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 박준영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05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4.7득점, 2.2리바운드, 0.7어시스트, 0.3스틸, 0.2블록슛​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21년 3월 8일 전주 KCC전 = 19득점 / 3점슛 성공 ☞ 2019년 11월 6일 창원 LG전 = 3개 / 어시스트 ☞ 2021년 12월 23일 전주 KCC전 = 6개 / 리바운드 ☞ 2020년 12월 29일 원주 DB전 = 9개 / 스틸 ☞ 2019년 10월 17일 전주 KCC전 = 4개​ / 블록슛 ☞ 2021년 3월 23일 안양 KGC전 = 2개
 


대학 시절 명성 그대로! KBL에서도 최고 가드를 노리는 변준형

변준형 입장에서 2순위로 KGC(현 정관장)에 지명된 것은 외려 잘된 일이었다. 1순위라는 타이틀을 달지 못하게 된 것 외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판이 깔렸기 때문이다. 일단 KT로 가면 같은 듀얼가드 유형인 허훈과 경쟁을 해야 했다. 아무리 변준형이라해도 허훈은 비슷한 나이대에서 압도적인 원탑 1번이다. 당장의 실력이든 명성이든 변준형이 밀릴 수밖에 없다.


물론 둘이 함께 가드진을 이루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둘다 자신이 중심이 되어 경기를 이끌어갈 때 신바람이 나는 스타일이다. 더욱이 허훈이 있었다면 변준형은 2번 혹은 백업 1번으로 뛰었어야 되는지라 KGC에서와는 성장 방향이 달라질 공산이 컸다. 반면 KGC에서는 주전 포인트가드 이재도의 군입대로 야전사령관 자리에 공백이 생긴 상태였고 변준형은 1년차 때부터 팀에서 밀어주면서 주전 1번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변어빙‘, ’코리안어빙‘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준형은 화려한 플레이와 더불어 큰 경기에서 과감한 강심장을 발휘하는 테크니션형 가드다. 특유의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개인기가 돋보이는 플레이를 자주 시도하는데 일단 발동이 걸리면 선수들이 겹겹이 뭉쳐있는 상황에서도 개의치 않고 돌파하고 슛 던지고 어시스트를 건넨다. 그날 자신의 컨디션이 문제일 뿐 다른 여러 가지 요소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다.


볼 핸들링과 탄력이 좋은지라 수시로 하이라이트 필름을 찍어댄다. 현란한 양손드리블로 매치업 상대를 혼란스럽게 한 다음 벼락같이 튀어나가 서너명이 몰려있는 틈 사이로 드라이브인을 성공시키는가 하면 돌파를 할 듯 말 듯 잔스탭으로 계속 페이크 동작을 취하다가 스탭백 3점슛을 작렬시키며 수비수를 허탈하게 만들어버린다.


같은 포지션 상대는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빅맨과도 과감하게 몸을 비비면서 슛을 시도한다. 터프샷에 두려움이 적고 아이솔레이션에 자신감이 강한지라 달고 뜨고 부딪히고 성공시킨다. 속공 상황에서의 마무리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신인 시절 등 초창기 때는 그저 빠르게 달려나가 공격하기 급급했지만 연차가 쌓이고 노련미가 붙자 스핀무브 등으로 확실하게 수비수를 따돌리고 슛을 시도하는 것은 물론 한템포 쉬고 다시 속도를 내는 등의 업다운 플레이에도 눈을 떴다는 평가다.


군복무를 직전에 두고 치렀던 지난 시즌 변준형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입증하고 상무로 떠났다. 지난 시즌 가장 빛난 가드로는 SK 김선형과 필리핀 선수 이선 알바노가 있다. 김선형은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창때 못지않은 대활약을 펼치며 생애 첫 어시스트 타이틀을 차지한 것을 비롯 개인 통산 두번째 MVP까지 차지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펄펄 날며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이끌었다. 지지난시즌 통합우승 멤버 최준용, 안영준이 빠진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할때 놀라운 결과였다.


알바노도 빼놓을 수 없다. 팀은 비록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으나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안정적인 야전사령관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며 현대모비스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와 함께 아시아쿼터 제도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다. 최근 국내 무대서 보기힘들어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한 리딩가드라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었다.


​변준형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었다. 강호 안양을 만들어놓은 장본인이자 자신을 성장시킨 김승기 감독과 외곽 에이스 전성현이 타팀으로 떠난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았고 야전사령관 역할을 잘해냈다. 정규리그 53경기에서 평균 14.08득점, 5.04어시스트, 2.68리바운드, 0.92스틸을 기록하며 팀의 선두질주를 이끌었다.


이같은 공헌도를 인정받아 정규시즌 MVP를 놓고 김선형과 끝까지 경합했다. 개인 성적이나 임팩트에서는 김선형에게 밀렸던 것이 사실이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끈 주전 1번이라는 점에서 마지막에 웃은 쪽은 변준형이었다. 오세근, 문성곤 등 우승 주역들의 타팀 이적으로 인해 전력이 뚝 떨어진 정관장 입장에서 변준형은 이후 대반격을 위한 최후의 카드라고 할 수 있다.

◆ 변준형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14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1.1득점, 2.3리바운드, 4.1어시스트, 1.2스틸, 0.2블록슛​

◆ 변준형 플레이오프 통산기록 ☞ 통산 31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0.4득점, 2.4리바운드, 4어시스트, 1.1스틸, 0.3블록슛​

◆ 변준형 챔피언결정전 통산기록 ☞ 통산 16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0.8득점, 2.4리바운드, 4.4어시스트, 1.1스틸, 0.1블록슛​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21년 12월 25일 전주 KCC전 = 31득점 / 3점슛 성공 ☞ 2022년 1월 12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 = 6개 / 어시스트 ☞ 2020년 10월 10일 서울 삼성전 = 17개 / 리바운드 ☞ 2020년 11월 10일 고양 오리온전 = 7개 / 스틸 ☞ 2020년 12월 13일 전주 KCC전 = 6개​ / 블록슛 ☞ 2022년 12월 17일 수원 KT전 = 2개
 


울산의 미래 서명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고졸신화

3순위로 지명된 서명진(24‧189.7cm)은 현재 울산 현대모비스의 미래로 불린다. 그는 부산 중앙고 줄업 후 일찌감치 프로행을 결정지었다. 고졸임에도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로터리픽에 이름을 올리며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이른 선택은 자신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또래들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때마침 현대모비스 역시 양동근의 뒤를 이을 주전 가드가 필요했던지라 타이밍도 잘 맞았다. 서명진은 현대모비스에서 적지않은 출장기회를 보장받으며 매시즌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준수한 활약을 이어가며 팀내에서 입지를 굳혀가는 모습이다. 포지션 대비 좋은 사이즈에 잘 달리고 슛 좋은 장신 가드로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치가 큰 탓인지 아쉬운 플레이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대모비스 팬들이 서명진에게 바라는 모습은 '양동근의 후계자'다. 때문에 포인트가드로서의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데 시야와 안정감, 게임조립 능력 등에서 적지 않은 혹평을 받고있다. 답답하다는 의미에서의 '동맥경화'에 더해 큰 경기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러서 한강에 갔다왔다는 의미로 '한강'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서명진은 개인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아직까지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는 미숙한 모습이 다. 특히 볼 핸들링이 좋지 못해 상대가 강하게 압박하면 실책을 남발하는 등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상대팀이나 수비에 따라 경기력이 요동을 치는 가장 큰 이유다. 그가 1번으로서 자리를 굳히려면 이 부분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역대로 패스가 안좋은 가드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은바 있어도 볼핸들링이 약한 가드는 포인트가드로서 생존률이 매우 낮았다. 중앙대 시절 대학 최고 가드였던 임재현 또한 커리어 내내 이러한 부분을 지적받다가 말년에는 아예 보조리딩 잘하는 식스맨 슈팅가드로 위치를 바꿔서 명예회복에 성공한 바 있다.


어찌보면 서명진은 팀내 레전드 양동근이 걸어왔던 길을 비슷하게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지적받고 있는 여러 단점은 양동근 역시 커리어 초창기에 고생했던 부분이다. 양동근은 여기에 대해 부정하기보다는 스스로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결국은 레벨업에 성공한다. 서명진 또한 스스로 이를 극복해 성장할 수 있다면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서명진 나이에 그만한 경기 숫자와 누적기록을 쌓은 선수는 많지 않다.

◆ 서명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06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8.13득점, 2.07리바운드, 3.45어시스트, 0.62스틸, 0.05블록슛​
 


대형슈터 기대주 전현우는 반등할수 있을까?

’예상보다 낮은 순위에 뽑혔다‘ 6순위로 인천 전자랜드의 선택을 받은 전현우(27‧194cm)에 대한 평가다. 울산 무룡고 시절 변준형과 함께 15학번 고교랭킹 1위를 다퉜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큰 폭으로 순위가 하락한 배경에는 4학년 시절 부상으로 고생했던 전력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부상 부위 또한 슛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오른쪽 어깨였기에 더욱 그랬다.


사이즈와 손끝 감각을 겸비하고 있는 전현우는 전형적인 저격수형 슈터다.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빈 공간을 찾아다니다가 찬스다 싶으면 망설이지 않고 고감도 외곽슛을 성공시킨다. 돌아 나오는 움직임도 좋고 스크린도 잘 활용한다. 단순히 받아먹는데 그치지 않고 드리블을 치면서 스크린을 타고 슛을 던지는 플레이에도 능하다.


3점슛을 쏠듯하면서 수비수를 속이고 빈틈을 파고들어 살짝 올려놓는 레이업 슛에도 일가견이 있다. 3년차 시절 54경기에서 8.94 평균 득점을 기록한데 이어 다음 시즌에도 7.44로 포텐이 터지기 시작하나 싶었으나 직전 시즌 3.80으로 폭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군복무 중인 상무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재도약을 노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전현우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07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6.07득점, 1.70리바운드, 0.46어시스트, 0.47스틸, 0.04블록슛​

김준형(26‧201.1cm)은 다소 늦은 나이인 중학교 시절 농구를 시작한 것을 비롯 고려대 재학시절에도 출장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리엔트리를 결정했고 우려와 달리 4픽이라는 높은 순위로 지명됐다. 이유는 단순하다. 빼어난 신체조건 때문이다. 드래프트 컴바인 측정에서 신장, 윙스팬, 점프력 모든 부분에서 최상위권을 찍으며 주목을 받았다.


심하게 마른 체형이 내내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는지라 그가 만약 빅맨이었으면 가능성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슈팅력에 강점이 있는 스몰포워드다. 신장만 봤을 때는 대형 슈터로서의 재목이 분명하다. 하지만 신체조건이라 하면 키가 전부는 아니다. 지나친 저체중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저 키만 컸던 슈터 유망주에서 끝날 수 있다.


5순위 조한진(26‧193cm)은 일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선수로 화제를 모았다. 도카이대학 부속 구마모토 세이쇼 고등학교와 규슈도카이대학을 다녔다. 삼일중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부모님의 사정으로 인해 이모가 있는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4순위 김준형과는 삼일중학교 동기이며 중학교 재학 당시 송교창과 함께 2012년 전국소년체전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 김준형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31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2.81득점, 1.42리바운드, 0.10어시스트, 0.10스틸, 0.06블록슛​

◆ 조한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144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2.72득점, 1.38리바운드, 0.35어시스트, 0.38스틸, 0.13블록슛​

드래프트 3, 4라운드에 낯익은(?) 이름이 있다. 강병현(26‧187.1cm)과 이상민(27‧183.5cm)이다. 둘 다 가드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혹시 할 수 있겠지만 동명이인이다. 곱상했던 원조선수들과 달리 남자답고 터프한 외모를 가졌으며 둘다 현재는 은퇴한 상태다. 나름 다재다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확실한 무기가 없었던게 이른 은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팬들 사이에서 지명이 유력했던 한준혁은 아쉽게도 지명되지 않았다. 개인 기량은 출중한 수준이지만 농구선수로서 지나치게 작은(170cm) 키가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한편 2018년 드래프트는 '운명의 순간, 프로농구 신인선수 드래프트'라는 부제로 다큐멘터리 3일에서 2018년 12월 9일 방송을 탔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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