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 번 주가조작 연루?”… 키움증권에 개미 ‘부글부글’
“올해만 두번째다. 키움증권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키움증권 주주의 종목 토론방 글)
키움증권이 올해 4월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최근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5000억원 가까운 미수금 충격까지 받았다. 키움증권은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키움증권 주식은 24일 오전 10시 41분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7만5600원에 거래됐다. 주가가 전날 23.93%(2만4000원)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0.92%(700원)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키움증권을 공매도(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고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
키움증권 주가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대규모 미수거래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휘청이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20일 영풍제지 종목에서 4943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종목별로 정해진 증거금률만큼 돈을 내고, 나머지를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대표적인 ‘빚투(빚내서 투자)’다. 증거금률 40%인 10만원짜리 주식을 미수거래 하면 투자자 돈 4만원에 증권사에서 빌린 6만원으로 사는 방식이다. 투자자가 미수거래로 주식을 산 날을 포함해 3거래일 내에 미수거래 대금을 갚지 못한 돈이 미수금이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주식 거래가 재개하면 주식을 강제 처분하는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하지만 영풍제지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큰 탓에 손실 발생이 불가피하다. 증권사들의 키움증권 손실 규모 예측치는 1937억원에서 3658억원이다. 키움증권 내부적으로는 미수금의 절반가량을 손실로 예상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리스크(Risk·위험)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주가조작 일당이 계좌 100여개를 동원해 영풍제지 주가를 끌어올려 1000억원 이상의 부당 이익을 얻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상당수가 증거금률이 낮았던 키움증권 계좌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에 대한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하한가 사태 이튿날인 지난 19일에서야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다른 증권사보다 늦었다. 증권사별 영풍제지 미수거래 중지 시점을 보면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2월 17일로 가장 빨랐고 이어 NH투자증권 2월 27일, 삼성증권 4월 27일, KB증권 5월 2일 등이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종목의 시가총액, 재무구조 등 내부 기준에 따라 영풍제지에 대한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했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미수금 손실보다 투자자 신뢰 붕괴가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 거래 의존도가 특히 높은 증권사다. 키움증권의 최근 3년 평균 순영업수익 대비 수탁수수료 비중은 58.9%로 국내 증권사 평균(31.7%)을 웃돈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때도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키움증권을 비롯한 3개 증권사를 검사한 결과 주가 조작에 악용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개설할 때 명의를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손실 위험 시나리오 분석 결과를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검찰은 폭락 사태의 주범인 라덕연 일당의 주가 조작을 미리 알고,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지분을 폭락 사태 전에 처분했다는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키움증권은 수익 구조상 리테일(Retail·소매 금융)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기 때문에 평판 훼손에 따른 영업 위축 시 시장 지배력이 저하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CFD 사태와 유사한 사례로 단기간에 재발해 금융당국의 제재가 예상되고 키움증권의 위험 관리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현실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평판 자본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키움증권의 미수금 미회수에 따른 손실 규모가 재무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CFD 사태에 이어 위탁매매 관련 대규모 비경상 비용이 발생한 것이 올해 들어 2번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른 증권사는 선제적으로 증거금률을 인상한 것과 달리 키움증권의 위험 관리 역량과 신뢰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키움증권을 비롯한 증권업계 전반의 미수거래 내부 관리를 점검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키움증권의 미비점이 드러나면 추가 검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키움증권은 위험 관리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겠다고 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전날 15개 종목에 대해 추가로 미수거래 증거금률을 100%로 지정하는 등 내부 기준을 더 강화했다”며 “앞으로도 위험 관리 측면에서 놓치는 것이 없게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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