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의 매크로 VIEW] `숏쟁이` 빌 애크먼의 변심
월가에서 '베이비 버핏'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최근엔 '숏(short)' 투자로 더 유명한 투자자인 빌 애크먼(Bill Ackman·사진)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투자회사 퍼싱스퀘어캐피털(Pershing Square Capital)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입니다.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로 분류되지만 칼 아이칸과는 긴 악연으로도 유명한데요. '늑대가 물 때(When the wolves bite)'라는 책에서 그들의 15년 간 이어온 반목이 그려지기도 했습니다. 그 얘기도 재밌지만 다음에 하기로 하고요.
애크먼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숏에 배팅하면서 큰 수익을 거둔 승부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숏'은 '짧다'는 뜻이 아니라 주식을 팔거나 하락에 베팅해 이익을 내는 투자방법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롱(long)은 주식을 매수하는 것 또는 상승에 베팅하는 것을 말하고요. 애크먼은 팬데믹 당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전략을 활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2020년 2월 말 코로나19 확진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본 애크먼은 투자팀을 불러 "이 바이러스가 전세계 모든 중요한 도시로 확산할 것이다. 봉쇄 조치로 가장 영향을 받을 주식을 던지자"고 합니다.
그들은 신용부도스와프(CDS)를 통해 대규모 헤지를 결정합니다. CDS는 보험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오르는 파생상품입니다. 코로나 봉쇄로 회사채 시장이 폭락했고 그는 2700만달러를 투자해 한 달도 안 돼 26억달러, 약 100배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팬데믹 베팅으로 그가 벌어들인 돈은 거의 40억달러(5조3800억원)였다고 합니다.
애크먼은 역사적인 인플레이션의 시기가 시작될 것도 미리 예측했습니다. 애크먼은 올해 8월초 "장기 금리가 주식에 미치는 영향을 헤지하기 위해 30년 만기 미국 국채에 숏 포지션을 취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애크먼은 "고물가가 지속된다면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곧 5.5%에 이를 것이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채권 발행은 더 이어질 것이고 채권 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8월 말부터 30년물 국채금리는 80bp 이상 상승했습니다. 최근엔 10년물 미국채 수익률은 2007년 이후 무려 16년만에 5%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장기채 매도를 이끌었던 애크먼이 갑자기 기존의 미국 장기채 숏포지션을 청산했다고 알렸습니다. 빌 애크먼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엑스(X; 전 트위터) 계정에서 "We covered our bond short(채권 숏을 커버했다)"고 딱 한 줄 씁니다.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가 반락했습니다. 이날 장 시작 전에도 5%를 상회했던 것이 애크먼의 발언 이후 내려가 현재 4.8%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30년 만기 국채금리도 하락했습니다. 그러더니 뉴욕 증시는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긴장이 고조되면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국채로 몰려듭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그랬지요. 하지만 최근의 중동 사태에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X계정에서 "현재의 장기채 금리에서 채권 숏를 유지하기에는 세상에 너무 많은 리스크가 있다"며 "경제는 최근 데이터가 시사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짐에 따라 투자자들이 점점 더 안전한 피난처로 채권을 매입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아,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한 사람의 한 마디가 이렇게 큰 파장을 가져올 것인가 싶기도 한데요. 증시 참여자들은 애크먼이 시장을 살렸다고 반색했지만요. 그런데 그가 국채 숏을 청산한 이유가 뭐였지요? 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경기둔화는 일반적으로 채권 금리 하락으로 이어지니까요. 그런데 경기침체가 환호할 일 일까요.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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