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중동 휩쓴 ‘정주영 신화’… 손자 정의선이 뒤잇는다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건설 등 신사업을 앞세워 중동 시장 영역 확장에 나선다. 1970년대 이 지역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현대차그룹의 발판을 마련했던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를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3일(현지 시각)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州)에 조성 중인 현대건설의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이곳에 네옴시티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의 고속·화물 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만들고 있다.
이번 공사는 일반 사막이 아니라 산악 지형에 터널을 구축하는 것으로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터널 공사에서 습득한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했다.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오늘날의 현대차그룹을 만든 곳으로도 불린다. 지난 1976년 정 선대회장은 20세기 최대 토목공사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항만 공사를 수주했다. 9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 총액은 당시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대형 프로젝트였다. 현대건설은 이 공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사우디 정부는 물론 중동 지역에서 기술력과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후 현대건설은 사우디에서 반세기 동안 총 170여건, 약 232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손자인 정의선 회장은 건설 등 산업 인프라 구축에 이어 전기차, 수소 생태계 조성 등 첨단 산업 분야로 중동 개척을 확장하고 있다. 선대 회장의 도전 정신을 계승해 더욱 확대된 중동 신화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중동 지역에 최초로 CKD(반조립제품) 공장을 짓기로 했다.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설립되는 이 공장은 연간 5만대 생산이 가능하며,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을 생산할 예정이다.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도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 21일 사우디에서 수소 사업을 추진 중인 에어 프로덕츠 쿼트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앞서 있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등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보급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중동 주요국에서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 밖에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 및 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등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3000억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 신화를 창조한 상징적 지역”이라며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계속 창출할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만 만만하게 보다가... 프리미어12 야구 첫 판에 또 졌다
- 솔리다임, 세계 최대용량 AI 낸드 제품 출시
-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 낸 후 ‘술타기’ 시도한 20대 구속 송치
- 멜라니아 “스물네살 차이에 꽃뱀 소리 들었지만, 트럼프 만난 이유는…”
- “나 집주인인데, 문 좀 열어줘”... 원룸 20대女 속여 성폭행 시도
- 몰래 항모 촬영 중국인 휴대폰에 軍시설 사진 500장
- LIV 골프 내년 5월 ‘인천 대회’ 연다
- 간첩죄 대상 적국→외국 확대, 법사위 소위 통과
- [만물상] “남녀 공학 안 할래요”
- 트럼프 압박 시작됐다, 대만 국방비 110조 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