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극우 총리 "EU는 소련의 패러디일 뿐" 맹비난

강민경 기자 2023. 10. 2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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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의 극우 정권을 13년째 이끌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향해 "옛 소련의 패러디(parody)"라며 날을 세웠다.

오르반 총리는 EU의 기금 집행 보류 결정을 비판하며 "(옛 소련 시절 공산당) 동지들의 잔소리는 지금 (EU에서) 조건부 절차라고 불린다"며 "헝가리에 대한 공산당의 질책은 이제 브뤼셀의 법치 절차라고 한다"라고 볼멘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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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회 선거 앞두고 "고칠 여지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3일 1956년 헝가리 혁명을 기념한 연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23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헝가리의 극우 정권을 13년째 이끌고 있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을 향해 "옛 소련의 패러디(parody)"라며 날을 세웠다.

AFP통신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1956년 헝가리 혁명 기념일을 맞이해 서부 베스프렘에서 약 1000명의 지지자들이 모인 가운데 "브뤼셀의 장단대로 춤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오르반 총리는 "때때로 역사는 반복된다"며 "다행히 처음에는 비극이었던 것(옛 소련)은 두 번째에서는 익살극(EU)이 된다"며 "브뤼셀(EU)은 현대의 실패한 패러디"라고 지적했다.

오르반 총리는 "(옛 소련 당시) 모스크바가 휘파람을 불면 우리는 춤을 춰야 했다"며 "브뤼셀도 휘파람을 불지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춤을 출 것이며 우리가 원하지 않으면 춤을 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우 포퓰리즘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이민자 문제와 성소수자 문제, 언론의 자유와 사법부의 독립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EU와 충돌을 벌인 인물이다.

특히 그가 이끄는 집권 여당 피데스는 판사와 검사들의 정년을 70세에서 62세로 낮춰 여러 명을 퇴직시키고 친여 성향 법조인들을 그 자리에 대거 배치했다. 헌법재판소의 권위도 대폭 축소했다.

이에 EU는 헝가리가 '법의 지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헝가리에 할당된 경제개발 기금(약 75억 유로)과 코로나19 회복 기금(약 58억 유로)의 집행을 보류했다.

현대 역사상 최악의 경제 침체에 직면한 헝가리는 이 기금이 절실하다.

오르반 총리는 EU의 기금 집행 보류 결정을 비판하며 "(옛 소련 시절 공산당) 동지들의 잔소리는 지금 (EU에서) 조건부 절차라고 불린다"며 "헝가리에 대한 공산당의 질책은 이제 브뤼셀의 법치 절차라고 한다"라고 볼멘소리했다.

다만 그는 내년 6월 있을 유럽의회 의장 선거를 의식한 듯 "옛 소련 당시 모스크바는 가망이 없었지만 그래도 EU는 아직 고칠 여지가 남아 있고 선거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극우 성향 정당이 EU의 입법부격인 유럽의회 선거에서 돌파구를 마련해 EU가 이민자와 성소수자 문제 등에 대한 노선을 바꿀 수 있길 기대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드앤드컴퍼니 경제학자들은 "오르반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자신의 당에 최선의 결과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EU와 미국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려는 전략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유럽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 일대일로 정상포럼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날 반정부 시위에 나선 한 전직 교사는 AFP 인터뷰에서 "오르반 총리는 유럽의 가치와 동맹을 배반하고 있다"며 "그가 러시아 독재자 푸틴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본다면 헝가리 혁명 세대들은 그에게 침을 뱉을 것"이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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