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드립 마스터 탁재훈, 이 썩지 않는 악마의 재능 활용법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3. 10. 2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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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재훈은 어떻게 세 번째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탁재훈은 최근 데뷔 28년 만에 처음으로 단독 콘서트를 가졌다. 공연장은 1000석이 넘는 규모였고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꾸준히 신곡으로 활동하고 히트곡이 많은 가수들도 쉽게 보기 힘든 규모의 공연이었다. 탁재훈은 컨츄리꼬꼬 해체 이후 가수 활동을 본업으로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 예능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마침내 가수로서도 큰 의미가 있는 첫 단독 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게 됐다.

'탁재훈은 제3의 전성기'라고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절친인 배우 임형준이 언급했다. 컨츄리꼬꼬 시절, 그리고 컨츄리꼬꼬 해체 후 예능인으로 활동해 방송사 예능 대상까지 받았던 두 번째 전성기를 지나 다시 한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탁재훈의 세 번째 전성기는 여전한 방송에서의 인기도 있지만 유튜브 채널 <노빠꾸>의 힘이 커 보인다. 이슈의 인물들을 게스트로 불러 진행하는 토크쇼 형식의 영상물을 업로드하는데 대다수가 조회 수 100만은 가볍게 넘긴다.

최고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 배우 오구라 유나 편은 1,000만에 육박하고, 예원이나 이지영 강사 편도 500만이 넘는다. 제약이 많은 방송에서보다는 훨씬 자극적이고 기발한 드립과 입담으로 게스트의 이슈를 갖고 노는 탁재훈의 모습은 그의 별명이 왜 '악마의 재능'인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유튜브에 비하면 다소 얌전하지만 방송에서도 탁재훈은 타 출연자를 압도하고 리드하는 화려한 입담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나 그 스핀오프격인 <신발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이 높은 시청률을 유지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최근 종영은 됐지만 MBN <쇼킹나이트>나 IHQ <맛판사> 등 올해 종편과 케이블까지 넘나들며 채널 곳곳에서 탁재훈을 만날 수 있었다. 유튜브와 방송, 그리고 공연까지 현재 탁재훈의 모습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이런 탁재훈도 큰 기대 속에 시작했지만 힘을 못 쓴 사례도 있다. 지난 17일 종영한 JTBC <짠당포>가 그렇다. 윤종신, 홍진경과 공동 MC로 예능 치트키들만 모아 놓은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1%대 낮은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로 지난 6월 시작해 6개월을 못 채우고 막을 내렸다.

비슷한 사례로 2021년 tvN의 <우도주막>도 그러했다. 제주도에서 첫날 밤을 앞둔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막 운영기인 이 프로그램은 배우로서 화끈한 입담의 주인공 김희선과 탁재훈의 만남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역시 1%대 시청률에 그쳤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 두 프로그램은 '훈훈함'에 기반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짠당포>는 짠 내 나는 시절의 물건들을 맡아주는 전당포라는 의미로 근황뿐 아니라 추억의 물건에 대해 토크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게스트들의 대체적인 토크 흐름이 어려웠던 시절의 고난함과 이를 극복한 현재의 대비됨이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MC들이 게스트를 장난스럽게 괴롭히는 웃음 유발용 입담도 있기는 했지만 프로그램의 기저에는 추억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훈훈함이 깔려있었다.

<우도주막>의 경우도 훈훈함이 함께 했다. 첫날 밤과 관련한 짓궂은 멘트들도 있었지만 함께 새로운 삶을 출발하는 신혼부부들에게 행복한 미래가 같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프로그램 전반에 깔려있기에 흐름은 대체로 훈훈하게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드립의 마스터인 탁재훈에게 훈훈함이라는 분위기는 억제기로 작용하는 듯하다. 게스트의 이슈를 놀리고 괴롭히며 폭주하는 <노빠꾸>뿐 아니라 제약 많은 지상파 방송이지만 <미우새>나 <돌싱포맨>에서처럼 훈훈함의 기운 싹 빼고 출연자끼리 마구 물어뜯는 구성이 탁재훈에게는 최적화된 포맷인 듯하다.

하지만 훈훈함에 주춤한다고 해서 탁재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송사의 예능들이 사회적 올바름 추구과 출연자 존중의 분위기를 강화해가는 현실에 대해 예능 특유의 감칠 맛이 떨어진다는 예능 팬들도 많기 때문이다.

조금은 출연자를 막 대하지만 유쾌하게 폭주하는 <노빠꾸>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제 탁재훈의 본진은 유튜브다. 그렇다고 방송과 멀어지지도 않을 듯하다. 방송은 저 뜨거운 <노빠꾸>의 탁재훈에 대한 방송 맞춤형 사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SBS, JT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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