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주베일에서 쓴 중동신화…첨단산업으로 확장한다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을 앞세워 고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 신화' 재현에 나섭니다.
특히 중동은 정 선대회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경영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인 만큼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중동 지역으로의 사업 진출은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과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과 같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어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현대 창업자인 정 선대회장의 중동 사업 진출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 선대회장은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중동 신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인물입니다.
1976년 '20세기 최대의 공사'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며 중동 붐을 이끌었습니다.
지금의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정 선대회장부터 이어져 온 '도전 DNA'로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 선대회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현대차그룹만의 헤리티지로 계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최근 중동 핵심 국가인 사우디를 찾아 공사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각종 계약 체결식에 참석했습니다.
중동에서 펼칠 신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입니다.
정 회장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의 주거 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구간을 시공 중으로,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 임직원들을 만나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고 격려한 데 이어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돼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정 회장은 지난 22일에는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 간 '반조립제품(CKD)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습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21%의 점유율로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합니다.
또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습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에 기여한다는 계획입니다.
중동 주요국에서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24억 달러(약 3조 2천억 원) 규모의 '자푸라2 가스플랜트 패키지2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알주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입니다.
또 지난 6월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 5천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의 파드힐리, 사파니아 등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 수주전에도 참여할 예정입니다.
현대로템 역시 이집트 등에서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며 중동에서 입지를 넓히는 중이고, 현대제철은 판재, 봉형강, 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으로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중동 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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