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남궁민, 남자가 애끓는 사랑을 할 때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고구마 전개라고 성토하며 혀를 찼던 사람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애타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고 화면 앞에 모였다. 팬들은 간절한 마음이 담긴 주인공의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명대사라고 감탄하며 뜨거워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 평소 드라마를 1.5배속으로 빠르게 돌려보던 사람들마저 한 장면 한 장면 놓치기 아깝다며 찬찬히 그리고 꼼꼼히 주인공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이처럼 송두리째 빼앗은 주인공은 바로 최근 파트2를 시작한 MBC 금토극 '연인'(극본 황진영, 연출 김성용)의 남궁민이다. 최근 몇 년간 지상파 연기대상을 휩쓴 그의 흡입력 높은 연기력이야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그가 이렇게 절절한 로맨스로 팬들을 애끓게 할 줄이야 상상하지 못했다.
얼마 전 결혼을 한 터라 로맨스로 대단한 화력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라 속단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팬들의 뇌리에 박힌 작품과 캐릭터들로 인해서 남궁민이 특정 장르나 캐릭터에 특화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가 더 크다.
실제로 남궁민은 '김과장'(2017)에서 큰 사랑을 받은 것에 힘입어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자신의 전매특허로 삼는 듯했다. '천원짜리 변호사'(2022)에서 능글맞음을 더욱 과감하게 보여주더니 이번 '연인'에서도 파트1 중반까지 능글능글한 모습으로 나섰다. 물론 그런 바람에 이장현(남궁민)이 유길채(안은진)의 마음을 일찍 얻지 못했다.
또 많은 이들에게 인생작이 된 '스토브리그'(2020)에서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 냉정한 리더의 모습으로 큰 울림을 준 뒤에는 '검은 태양'(2021)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극강의 냉철함을 보이는 캐릭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단 단장이냐, 국정원 정보요원이냐 하는 직업적, 외형적 차이는 있을지라도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웬만하면 개인적인 애환은 드러내지 않고, 드러내더라도 노골적인 감정은 자제하는 캐릭터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능청스러움을 차치하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 같이 사사로운 감정은 덜어내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돌파해나가는 통쾌함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해결사 캐릭터들이었다. 모두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이성적인 캐릭터들로 유독 남궁민에게 잘 맞는 맞춤복 같아서 매 작품 인생캐릭터를 경신한다는 호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남궁민이 그리는 이장현이 이토록 사랑에 절절매는 사내가 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다. 파트1에서 심양으로 떠나기 전 길채에게 또 한 번 거절을 당하는 순간에도 "정말 밉군!"이라 말하며 돌아설 수 있었던 그였기에 길채 생각에 넋을 놓을 것이라 짐작도 하지 못했다. 이제는 길채 때문에 툭하면 눈시울이 붉어지니 구잠(박강섭)과 량음(김윤우) 등 장현의 주변인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팬들까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남궁민이 그런 장현을 너무도 애절하게 그려내고 있어서 보는 내내 가슴을 두방망이질하게 한다. 길채 생각에 잠겼을 때 보이는 텅빈 눈빛부터, 길채의 아픔을 목도하고 애써 눈물을 참는 그렁그렁한 눈빛까지 최근 남궁민의 눈빛 연기가 팬들마저 견디기 어려운 애달픈 감정에 빠지게 했다.
남궁민의 놀라운 흡입력이 더해진 이장현의 대사들은 단 몇 마디뿐이라도 길채를 향한 간절한 마음을 명징하게 보여주는 명대사들이 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외마디 절규 같은 대사로 분노와 비통함, 회한 등 다양한 슬픔을 한꺼번에 느끼게 했다. 반복되는 짧은 단어 뒤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지 알 것만 같은,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단순한 외침이었지만,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소중한 사랑부터 다른 사람의 부인이 됐어도 그의 안에 머물러 있던 친밀감, 벼랑 끝에 선 듯한 절박한 심경 등이 뒤섞인 용광로 같은 뜨거운 감정을 마주하게 하는 놀라운 순간도 있었다.
때로는 화산처럼 폭발했지만, 때로는 평온하게 말하면서도 폭풍을 겪는 듯한 마음을 전하며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길채와 문을 사이에 두고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잘 모르겠소"하며 말을 이어갈 때나 각화에게 "아무리 다짐하고 다짐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있다"고 이야기할 때는 차분하지만 한탄스럽기 그지없는 마음을 느끼게 해 듣는 이까지 울컥하게 했다.
길채를 향한 사랑을 이야기할 때뿐 아니라 소현세자(김무준)에게 진심 어린 충언을 할 때마저도 장현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은 슬픔과 후회 등이 느껴지기도 한다. 장현이 오랜 풍파를 견딘 내공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사들인데, 실제 남궁민의 내공이 깃들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더욱이 회를 거듭해 소현세자에게 치욕에도 버티고, 백성을 위해 버티라고 말하는 냉정한 듯 따뜻한 장현의 소신이 남궁민의 목소리를 타고 팬들에게 큰 울림과 위로로 다가왔다.
이렇듯 남궁민이 앞서 작품들과는 다르게 '연인'에서는 원 없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모습이다. 특히 로맨스 연기를 펼치며 감정의 곡예를 즐기고 있다. 그런 남궁민을 보고만 있어도 팬들은 그와 함께 감정의 열차에 몸을 실은 듯 감정이 요동을 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남궁민의 절절한 대사에 같이 간절해지고, 남궁민의 촉촉한 눈빛에 함께 감정이 복받치니 속이 타는 전개에도 '연인'을 밀어낼 수가 없게 된다. 로맨스 연기까지 잘하는 남궁민의 빼어난 연기력이 이장현이 등장하는 어느 한순간도, 그의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게 한다. 보는 내내 감탄사가 나오는데, 그 안에 남궁민을 향한 온갖 찬사가 다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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