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했는데 부끄럽다니…' 당구 女帝는 인터뷰도 달랐다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이 프로당구(PBA) 여자부 통산 최다 우승을 달성했다. 역대 최다 6회로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김가영은 23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5차 투어 '휴온스 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상아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1(11:4, 10:11, 11:4, 11:4, 11:3) 승리를 거뒀다.
통산 6번째 우승이다. 김가영은 PBA 원년부터 4시즌 동안 6번 우승을 달성했다. 이번 대회 64강전에서 탈락한 스롱과 타이를 이뤘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 3000만 원을 더한 김가영은 통산 상금 랭킹 1위(2억6440만 원)를 달렸다. 올 시즌 상금 랭킹에서도 NH농협카드 김민아(4175만 원)를 제치고 1위(4555만 원)에 올랐다.
이날 김가영은 역대 결승전 최다 뱅크 샷 기록도 세웠다. 김상아를 상대로 14개의 뱅크 샷을 꽂으며 김민아, 스롱의 11개를 갈아치웠다.
김가영은 PBA 출범 이전 포켓볼 여왕으로 군림했다. 세계선수권대회, US오픈, 차이나 오픈, 암웨이 컵 국제오픈 등 포켓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세계 랭킹 1위를 달렸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은메달 2개도 수확했다.
PBA 출범과 함께 김가영은 3쿠션으로 전향했고, 마침내 최다 우승으로 진정한 당구 여제로 우뚝 섰다. 김가영은 남녀부 통틀어 통산 최다 결승 진출(11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35번의 투어에서 18번이나 4강 이상의 성적을 냈다. 절반 이상 4강 이상에 오를 만큼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포켓볼과 3쿠션, 2개 분야를 제패한 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가영은 "후배들이나 다른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오고 있는데 훈련 방식 등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선수들로 인해 내 훈련이나 루틴이 바뀌진 않는다"면서 "저의 베이스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저에게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강점들이 있고, 우승했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데 하는 것들이 오히려 저에게 없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김가영은 "다른 방식으로 다른 템포로 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제의 위엄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가영은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우승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기는 해야 하기에"라고 답했다. 이어 "이 대신 잇몸이 있고,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부어서 한 점 한 점 따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숱한 경기를 치르면서 쌓인 내공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날 결승은 김가영의 부모님도 직접 관전했다. 김가영은 "두 분 모두 관람에 대해서는 베테랑들"이라면서 "당구도 잘 아시니까 거의 30년을 관중석에 앉아 계셨는데 여유가 생기실 만도 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당구 여제의 부모님도 연륜이 쌓인 것이다.
김가영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횟수를 정해서 우승해야지 하는 마음은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욕심이 많긴 한데 우승을 했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면서 "흥분되지가 않는다. 너무 부족한 점들이 많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다"고 했다. 이날 결승에 대해서도 "사실 오늘 중계 댓글이 별로 좋지 않았을 것 같다"면서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저를 높게 평가해 주시는데 김가영이라는 선수가 칠 수 있는 공의 수준일 것인데 실수가 많았다"고 반성했다.
우승보다 경기력 향상이 먼저라는 김가영이다. "몇 번의 우승보다 애버리지(이닝 평균 득점)가 더 잘 나왔으면 더 기본공에 대한 실수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김가영은 "대회 애버리지로 1.2점 정도는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여제다운 우승 인터뷰였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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