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비 지출 늘리는 사우디…오일머니로 K방산 '큰손' 되나
향후 10년 획득 규모 1400억달러…전투기·전술수송기 등 도입
(서울·리야드=뉴스1) 박응진 최동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 시장에서 K방산의 주요 고객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우디 측의 국산 대공방어체계 및 화력무기 등 무기체계 수입을 위한 방산협력이 막바지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엔 '국방 및 안보 분야에서 양측은 양국 공통의 이익에 부합하고, 지역 및 국제 안보와 평화 구축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국방·방산 분야에서 협력과 조정을 증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였다'는 문구가 담겼다.
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데 이어 칼리드 빈 살만 알 사우드 국방장관과 압둘라 빈 반다르 알 사우드 국가방위부 장관을 접견해 방산협력 강화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한-사우디 간 방산협력은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협력 프로그램으로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을 만난 칼리드 사우디 국방장관은 "결실 단계에 접어든 한-사우디 방산협력 성과가 양국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나아가 칼리드 국방장관은 "앞으로 한국과 차세대 방산 협력을 함께하길 희망한다"며 기술 협력과 공동 생산까지 함께하는 포괄적인 협력을 제안했다.
사우디와 주변국 간 안보·정세 상황 등을 고려해 사우디 측이 사들일 국산 무기체계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그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작년 초 사우디 인접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이 35억 달러(약 4조7300억원) 규모의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M-SAM) '천궁-Ⅱ'를 사들이기로 계약한 것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UAE는 2조원대 규모의 국산 차륜형 다연장로켓 K-239 '천무'도 수입했다.
올 6월엔 사우디군 총참모부 등 대표단이 우리 공군의 미사일방어사령부와 예하 '천궁' 부대를 방문한 바 있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이란계 후티 반군으로부터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은 경험 등이 사우디가 항공기·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천궁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올 4월엔 사우디군이 천무를 도입해 운용 중인 사실이 사우디 국방부 측의 영상 공개로 확인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측은 작년 3월 천무 제작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30억리알(약 9880억원) 규모의 방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136 다연장로켓에서 사용하던 130㎜ '구룡' 로켓도 천무에서 쏠 수 있다.
최근 사우디는 국방부문의 지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펴낸 '2022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2021년 중동의 국방비 지출은 약 1860억달러로서 전 세계의 국방비 지출 중 8.8%를 차지했다. 또 2012~16년 대비 2017~21년 무기 거래가 증가한 지역은 유럽(증가율 19%)과 중동(2.8%)뿐이었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이 높은 10개국 중 6개국이 중동 국가로 나타나기도 했다. 오만이 GDP의 7.3%를 국방비로 지출해 그 비율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쿠웨이트(6.7%), 사우디(6.6%), 이스라엘(5.2%), 요르단(5.0%), 카타르(4.8%) 등의 순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 각국의 재무장 기조에 더해 유가 상승을 바탕으로 한 중동 국가들의 경제 회복, 중동 지역에서 지속되는 각종 내전·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이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군사비 지출을 늘리고 있는 배경으로 거론된다.
특히 향후 10년간 사우디의 무기체계 획득 규모는 1400억달러 수준으로 점쳐지고 있으며, 전투기·전술수송기와 수송 및 공격헬기, 경장갑차량 등을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우리 방산업계에선 앞으로 사우디가 K방산의 큰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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