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때 아냐” 증권가 전망에 개미는 “죽기 직전인데 무슨 소리”… 온도차 뚜렷

전준범 기자 2023. 10.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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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정학 리스크에 美 국채금리 급등
악재 지속에도 증권 리포트 “팔 때 아냐”
데이터 기반하지만 고통 속 개미는 불신
반대매매 사흘 동안 1.3조원 ‘사상 최대’

상승 동력을 상실한 투자 여건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채권 금리 급등 등의 악재가 갈 길 바쁜 국내 주식시장의 발목을 꽉 잡고 있어서다. 시장 고통이 극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등 시기가 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개미들은 ‘공포가 곧 기회’라는 증권업계 희망가에 호응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손실을 감내하기 힘겨워서다.

일러스트=이은현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0.76%(17.98포인트) 빠진 2357.02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8월 초 고점(2668.21)과 비교하면 약 12% 하락한 셈이다.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0.72%(5.56포인트) 하락한 763.69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8월 고점보다 20%가량 밀렸다. 한국 증시는 24일 오전 현재도 약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마땅한 상승 재료가 없는 탓에 증시 부진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했다. 카이로 평화 회의도 성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교전 장기화 리스크가 커지면서 미국 국채 금리는 16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했다. 우리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한층 더 악화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주요 증권사가 발간하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제법 많은 리포트가 절망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례로 SK증권은 전날 선보인 ‘팔 때는 아니다’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지만 코스피는 매우 저렴한 수준”이라며 “반등 트리거(방아쇠) 포인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나 지금 파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이라고 했다.

조선 DB

SK증권은 “10월 20일 종가 기준 코스피 TTM(12개월 후행) PBR(주간순자산비율)은 0.86배까지 하락했는데, 작년 10월 초와 올해 1월 초 저점 수준이 0.83배였다”며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절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했다. 이어 SK증권은 “코로나19(당시 TTM PBR 저점 0.59배) 정도의 위기를 상정하지 않는다면 하방이 굉장히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매수 기회로 사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신영증권은 8월 이후 위험자산 급락의 원인으로 이스라엘-하마스 확전 양상,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재정 적자 부담, 미국 소비경기의 예상 밖 견조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이들 3가지 요인을 제어할 수 있는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신영증권이 언급한 이벤트는 11월 15~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1월 17일 임시 예산안 만료, 11~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다.

미 국채 금리 급등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연초에 미국 국채 금리 급등으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같은 신용 리스크가 발생한 바 있다”며 “현재 5%대를 위협하는 국채 금리가 또다시 신용 리스크를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 심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탄탄한 미국 경기를 근거로 들며 “당장 신용 리스크가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76% 하락 마감한 10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처럼 증권사 전문가들이 과거 경험과 데이터 등을 총동원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 반응은 신통치 않다. 당장 수많은 개미가 증시 급락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서다. 직장인 정준호(36) 씨는 “상반기에도 하반기부터 증시가 반등할 것이란 보고서가 많았지만 현시점에서 보면 다 틀린 전망이었다”며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매수 추천’ 일변도라는 사실에서부터 신뢰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연일 시장 악화로 ‘빚투’에 나섰던 투자자 중 상당수는 제때 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반대매매)당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미수거래 당일 포함 3거래일 내에 갚지 못한 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5497억원을 기록했다.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4월 이래 최대 규모다.

올해 들어 미수거래 반대매매 금액은 하루 평균 365억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과 미 국채 금리 급등 등의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지난 18일 2768억원, 19일 5257억원, 20일 5497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주식 시황에 따라 추가로 강제 처분될 수 있는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도 지난 20일 1조259억원까지 늘었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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