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거래'는 처음이라서…"YG, 나와 '정반대' 이미지라 끌려"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3. 10. 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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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웨이브

그저 '잘 자란 아역 스타'인 줄로만 알았는데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배우 유승호(30)가 지난 6일 공개된  OTT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거래'에서 흡연에 욕설까지, 반전 얼굴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놀라움을 자아낸 것. 데뷔 25년 만에 역대급 변신을 꾀하며, 연기 인생 2막을 활짝 연 유승호다.

유승호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아이즈(IZE)와 인터뷰에서 '거래' 관련 이야기꽃을 피웠다.

'거래'는 우남20 작가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준성(유승호), 재효(김동휘), 민우(유수빈) 벼랑 끝 청춘들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의 선택으로 각자의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낫아웃'(2021)의 이정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유승호는 극 중 본인마저 자신의 삶을 '엠생'(패배자·루저 인생 신조어)이라고 외면하는 20대 초반의 준성으로 변신했다. 갓 전역 후 사회로 나왔으나 불법 도박으로 진 4억 원의 빚에 깜깜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는 준성은 이를 모면한답시고 재효와 함께 친구 민우 납치극을 벌이며 '엠생' 구렁텅이에 빠지는 인물이다. '거래'는 총 8부작으로 현재 6회까지 공개된 가운데, 유승호의 색다른 열연에 힘입어 뜨거운 관심과 호평을 얻고 있다.

유승호 스스로도 기존의 모범적인 이미지를 깨부순 '거래' 출연은 특별한 도전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이정곤 감독님께서 먼저 제안을 주신 게 놀라웠다. 저 또한 제가 가진 이미지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새로운 걸 도전하고 싶은 흥미는 충분히 있지만 이미지 변화가 쉽지 않았다.  그런 연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서 더 반가웠다"라고 '거래' 출연 제의를 받은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제 작품들을 보면 진중하고 정직하고, 주로 이런 것들을 많이 해왔다. 장르도 멜로가 주였다. 물론 이번 '거래'의 준성도 착하고 정직한 성품이 기반으로 되어 있기에 완벽하게 180도 다른 캐릭터는 아니긴 하다. 그렇지만 이전과 다른 브로맨스에 거친 면이 있고 나름대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진짜 많은 노력을 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승호는 캐릭터를 위해 '까까머리' 반삭 스타일을 자처하고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입에 물었다. 그는 "배우의 감정적인 표현도 중요하지만 비쳐지는 모습도 흥미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감독님께 짧은 머리를 제안 드렸다. 납치범인데 허술한 면이 보이면 외적으로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반삭을 한 거다. 원래 흡연자였다가 금연 중이었는데 '거래' 때문에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되었다"라고 역할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전했다.

'거래'에 임한 각오는 보통이 아니었다. 베테랑 배우임에도 손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연기 욕심을 낸 유승호. 그는 "흡연, 욕설하는 모습을 카메라 앞에서 보인 게 '거래'가 처음이었다. 이런 제가 TV에 어떻게 비쳐질까 하는 걱정 속에 담배도 잘 피우려 하고 욕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더 긴장하며 찍었다. 정말로 손이 바들바들 떨렸던 기억이 난다. 그 모습이 드라마에도 담길 정도더라. 개인적으로 긴장한 게 보여 아쉬웠다. 부족하다 느낀 부분이 있지만 피하지 말고 냉정히 판단해 보자는 생각으로 봤다"라고 말했다.

이토록 진한 브로맨스도 처음이었다고. 유승호는 "처음엔 '이게 맞는 건가?' 싶었다. 브로맨스는 처음이라서, 남녀 케미가 없어 허전하긴 했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모습은 없었지만 남자들 케미를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라 좋았다. 심지어 감독님과도 케미가 느껴지고 이게 표현이 되고, 이 또한 처음 느껴 봤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남자 배우들과 호흡은 '거래' 출연을 결심한 큰 계기이기도. 유승호는 "'거래'는 제가 해서가 아니라 드라마 흐름이 정말 재밌었다. 준성 캐릭터 하나에 꽂혔다기보다는 재효, 민우까지 세 친구 이야기 자체에 흥미로운 점이 많아서 참여하고 싶었다. 촬영장도 웃음이 정말 많은 현장이었고 우리들 중 제일 집중을 잘하는 배우가 김동휘였다. 유수빈 형은 에너지가 넘치고 분위기 메이커 그 자체이더라. 연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나이는 또래들이지만 데뷔 25년 차 '대선배'로서 유승호는 현장에서 어떤 역할일까. 그는 "저는 무게 잡는 거? 농담이다(웃음). 제가 제일 어중간한 포지션이었다. 이건 성향 탓이긴 한데 저는 건의보다 상대 의견을 들어서 나만의 방식으로 풀길 원하는 스타일이다. 상대가 편해야 저도 편한 연기가 나오기 때문에. 그래서 상대 배우가 편히 세팅해 주면 많이 듣고 따라가는 포지션을 맡으려 한다"라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제 준성을 떠나보내는 소회로는 "너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유승호는 "준성이가 극 중에서 요즘 말로 고구마 역할을 하진 않을까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어쨌든 준성은 이 납치극을 최대한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큰 인물이다. 고민했던 부분처럼 보이지 않되 준성이가 잘 해결하려는 모습을 끝까지 보여주자,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결말을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답답하게 보일 수 있는 부분이 풀리는 지점이 있을 거다. 그래서 너로서는 최선을 다했고 정말 잘했다고 얘기해 주고 싶다"라고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유승호는 "준성이 가장 많이 가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게 '되돌릴 수 없다'라는 것 때문이다. 이게 가장 깊숙이 박혔다. 개인적으로 납치는 무조건 말렸어야 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나 선을 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근데 우리도 살면서 한 번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어 후회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다. 다시 한번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준성의 절박감은 저도 느꼈고 공감이 되었다.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준성을 보며 시청자분들이 느꼈으면 했던 건 '얘네를 어떻게 해야 하지?'였다.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같은 마음. 또 역시 쉽게 번 돈은 쉽게 잃는다는 것에 너무 공감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7, 8부에 대해선 "회가 거듭할수록 휘몰아친다. 대본을 보는 저도 놀랐고 연기하면서도 상당히 놀랐다. 시나리오 통틀어서 제일 고민을 많이 한 장면들이 마지막 7, 8회에 몰려 있다"라고 귀띔해 기대감을 높였다.

새로운 시도들로 채운 '거래'에 대한 만족도는 어떨까. 유승호는 "저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거래'도 변신이 괜찮을까, 잘 될까 걱정을 안고 임했다. 처음엔 그냥 보시는 분들의 드라마 시청에 방해만 되지 말자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 소소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는데 '거래'가 제 상상 이상으로 재밌고 잘 만들어졌다 싶었다. 군대 고참이자 친구도 6부까지 몰아서 봤다며 '워매 연기 좋다'라는 문자를 보내줬다. 평소 가장 냉정하게 평가해 주는 친구인데, 새로운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고 열심히 한 게 보였다고 칭찬해 줘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아직 확신은 모르겠고 '거래' 덕분에 도전에 대한 자신감은 생긴 거 같다. 전보다는 나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라고 당차게 얘기했다.

준성과 다르게 일탈도, 큰 고비도 없이 그야말로 '갓생'을 살고 있는 유승호. 다만 그는 "굳이 꼽자면 하루하루가 고비이지 않을까 싶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 오늘도 잘해보고 싶은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사실 30대라는 숫자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지더라. 그래서 매일을 재밌게 멋있게 잘 살아보고 싶고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어나가고 싶다"라고 달라진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그 어느 때보다 도전에 대한 강한 열의를 보인 것도 30대에 접어들며 생긴 변화였다. 유승호는 "직접적인 변화는 없었지만 서른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조금 이상해졌다. 설명하기 어려운데 이를테면 제가 원래는 사람 만나는 것에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나 좋은 것만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무심결에 든 동시에, 안 해본 걸 해보면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해보자 싶었고, 이전과 반대되는 것과 많이 부딪혀 보려 하고 있다. 사소하게는 밥도 주로 혼자 먹는 걸 즐기다가 같이 먹고, 이전엔 해 뜨면 자고 해 질 때 일어났다면 요즘엔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하는 등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런 게 다른 분들한테는 쉬운 일이겠지만 저한테는 엄청나게 큰 도전이다"라고 털어놨다.

작년 YG엔터테인먼트와의 전속계약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택한 행보라고. 유승호는 "YG에 들어간 것도 그런 지점에서였다. 제 시각으로 딱 봤을 때 YG는 저와 반대되는 이미지의 회사라고 생각했다. 가수가 많아서 그런지 아티스트 느낌이 강했다. 제 상상 속에선 그랬는데 찾아보니 배우분들도 많이 소속되어 있더라. 이분들이 계속 있을 수 있는 이유가 과연 뭔지 궁금했고, 나와 다른 결의 회사와 일하면 새로운 면을 잘 찾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접근이 컸다. 실제로 함께해 보니 제 성향을 이해해 주고 케어를 잘 해주시는 것 같다. 또 제가 알던 아티스트적 느낌이 강한 건 가수 쪽이고, 배우들은 일반 다른 회사 지원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낯설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작품도, 환경도 최근 생긴 변화들에 대한 만족도는 되게 높다"라고 전했다.

유승호는 향후에도 다채로운 활동을 예고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지만 30대는 안 해본 것들에 대한 도전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요즘에 히어로물이나 멜로, 휴먼 등 장르가 다양해지고 역할도 다양해졌다는 생각에 더 기대가 되고 어떤 변신이든 기회가 되면 꼭 참여할 거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유승호는 "이전엔 못 느꼈는데 전역 후부터 비로소 '연기를 내가 택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군 전역이 기점이 된 거 같다. 복무 시절 드라마를 보며 '한때 나도 저 자리에 있었는데. 거기 있으면 멋있는 배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TV를 볼 때면 기분이 이상했고 전역하면 다시 한번 부딪혀 보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들었다. 원래 제 꿈이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직업군이었는데 군인을 경험해 보니 배우를 다시 열심히 해보고 싶더라"라고 고백했다.

한결 성숙해진 유승호는 '잘 자란 아역' '정변 아이콘' 수식어에 대해서도 "예전엔 그런 수식어들이 어색하고 듣는 게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다. 시간이 좀 흐르면서는 잊고 살았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크게 안 하고 있다. 그저 새로운 수식어, 이를 대체할 수식어를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연기 잘하는 배우, 그런 말을 듣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그는 "배우로서 성숙해지려고 아직도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집으로.'(2002)가 워낙 흥행하고 이슈가 많이 돼서 지금까지도 이야기를 하는 분이 많이 계신다. 스무살 때는 아역 이미지를 빨리 벗어나고 싶어서 언급되면 피하려 했던 게 있던 거 같다. 하지만 지금은 나의 소중한 작품이란 생각이고, 또 가끔 보면 제가 봐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출세작 '집으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유승호는 디즈니+ '무빙' 시즌2 출연설에 대해 직접 해명(?)하기도. 앞서 이미 강풀 작가가 시즌1 말미 목소리로만 등장한 김영탁 캐릭터와 유승호의 생년월일이 일치한 건 "우연"이라고 선을 긋긴 했다.

유승호는 "어느 날 갑자기 주변 분들에게 문자가 계속 왔다. 다들 다짜고짜 '네가 영탁이냐' 묻더라. 당시엔 '무빙'을 안 봤으니까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 오히려 제가 '뭔 소리냐. 설명해달라' 했다. 뒤늦게 알고는 영상을 찾아봤다. 얼마 전 강풀 작가님이 라디오에서 '우연의 일치'라고 직접 설명해 주신 것처럼 영탁은 제가 아니다. 실제로 저는 작가님을 뵌 적도 따로 연락받은 적도 없다"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유승호의 인생작 '거래' 7회와 최종회인 8부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웨이브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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