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가진 구슬도 못 꿰는 한국경제…IMF "13년째 잠재성장률 미달"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나라가 과거처럼 고속 성장을 거듭할 순 없겠지만요. 그래도 성장 가능성이 너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죠.
<기자>
'잠재성장률'이라는 개념이 있거든요. 한 마디로 '한국이 이 정도는 해야지'라고 평가되는 성장 수준입니다.
우리의 노동력이나 자본력, 지금 우리가 가진 능력만큼 성장하면서 그 성장세가 너무 빨라서 물가가 오르는 정도까지 가지는 않는, 딱 그만큼의 성장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OECD가 분석한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내려왔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대는 성장해야 하는 걸로 여기다가 2010년 초중반대가 되면 3%대로 줄어들고 이제는 1%대로 확연한 저성장 기조가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더 낮아집니다 1.7% 성장하면 우리 잠재력만큼 하는 거다, 그런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잘 사는 나라들은 다 비슷한 거 아닌가, 하실 수도 있는데요.
한국은행이 그동안 국제기구들이 내놨던 진단을 취합해서 국회 강준현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 내용을 보면요.
당장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인 미국, 내년에 우리보다 더 성장을 잘할 것으로 진단됐습니다.
아직 미국에 비해서는 어린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오히려 미국보다 키 크는 속도는 더 느려질 거란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캐나다와도 0.1% 포인트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앵커>
현재 잠재력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문젠데, 지금의 잠재력이 다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진단도 있지 않습니까?
<기자>
국제통화기금 IMF의 진단으로는 무려 13년 연속 가지고 있는 잠재력만큼도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2012년부터 쭉 우리가 갖고 있는 구슬도 다 꿰지 못하고 있는 상태고 적어도 내년까진 그럴 거라는 진단을 받은 겁니다.
OECD의 경우에는 코로나 원년인 2020년부터 적어도 내년까지 5년 동안 그런 상태가 이어진다고 진단했습니다.
이거는 세계 7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G7 국가들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잠재성장률 자체는 우리보다 낮아도 결국 실제로는 그보다 초과 성장하는 모습을 대체로 보여 왔습니다. 코로나 기간 같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요.
G7 선진국 중에서 우리처럼 최근 13년 연속 이상 잠재성장률만큼도 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나라는 이탈리아 뿐입니다.
이탈리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여전히 제대로 회복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라입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해외로까지 떠나야 하는 나라 유렵에서도 만성적으로 경제가 심각하다고 평가받는 나라인데, 그런 이탈리아와 비슷하게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장기간 처지는 모습이 우리에게서 보인다는 겁니다.
<앵커>
분석도 해주시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여러 가지 요인들을 꼽는데요. 이번 자료를 취합한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가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커다란 요인 하나는 역시 보시는 것처럼 저출산·고령화입니다.
아이들은 적게 태어나고, 에너지 넘치게 일할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경제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저성장이 고착되는 분위기가 되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드는데 어제도 여기서 말씀드렸지만, 뚜렷한 활동이나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의 비중은 늘어나는 일종의 악순환도 벌써 눈에 띄기 시작했고요.
넓게 봐서는 젊은이들의 결혼이나 출산 기피 현상도 사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데서 오는 활력 저하의 한 단면이라고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인구 구조 안에서 생산성을 좀 더 키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최근에 글로벌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오히려 경제 구조를 잘 개선하면 이대로 우리가 점차 주저앉는 게 아니라 오히려 2040년에 1인당 GDP 7만 달러, 1인당 연간 9천 1백만 원 정도의 소득을 올리는 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8가지 과제를 거론했는데, 이를테면 AI 고급인력을 5만 명은 갖춰야 한다 이런 제안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또 하나, 우리는 대외 변수에 잘 흔들릴 수밖에 없는 환경의 나라인데요.
최근의 미중 패권다툼을 비롯한 중국 변수들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대외변수 자체를 통제할 순 없지만, 대비책을 세워놓는 노력들이 함께 필요합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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