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세월호 이야기,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었어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3. 10. 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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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왜 세월호 이야기인가?
2. ‘학폭의혹’ 박혜수를 하차시키지 않은 이유는?
3. 여고생간의 러브스토리, 왜 택했을까?
영화 ‘너와 나’ 를 연출한 조현철 감독. 사진제공|필름영



연기 잘하는 배우 조현철은 잠시 벗어뒀다. 이번엔 세심한 연출력을 잘하는 조현철 감독으로 관객들에게 돌아온다. 여고생 ‘세미’(박혜수)와 ‘하은’(김시은)의 풋풋한 사랑이야기와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영화 ‘너와 나’로 먹먹하고 뭉클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별이 된 아이들, ‘세월호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죽음이란 공포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을 때 그 안에서 날 꺼내준 건 ‘사랑’이었어요. 일상에서 우리가 몰랐던 사소한 사랑의 감정이요. 이를테면 단순하게 햇빛이 좋다던가, 잠을 잘 때 누군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던가, 제게 사소하게 ‘잘 지내냐’고 물어봐주는 말들이 돌이켜보면 모두가 사랑이라고 느꼈어요. 7년 전 개인적인 사건으로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됐는데 그 허무해보이는 상실에 대한 의미를 ‘사랑’으로 찾아보고 싶었어요.”

조현철 감독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너와 나’에 관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에 조리있고 정갈하게 대답했다.

영화 ‘너와 나’ 공식포스터. 사진제공|필름영



■쟁점1. 왜 지금, ‘세월호’였나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긴 사건이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할 2016년만 해도 지인에게 ‘수학여행 전날 두 여고생의 이야기’라고만 말해도 자연스럽게 ‘세월호’란 단어를 떠올렸어요. 제가 뭔가 드러내지 않아도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는데, 7년간 작업을 해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에게서 점점 잊혀져 가더라고요. 스스로도 체감이 됐어요. 왜 굳이 그 이야기를 꺼내느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잇지만, 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해야만 했고요. 이제는 제가 영화를 만들었다기 보다는 뭔가에 부름을 받고 끌려가는 느낌이에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나 작업하면서 힘든 시간마다 제 주변 사람들에게 힘을 받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이건 완성될 수밖에 없는 영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죠. 삶에서 누구나 상실을 겪거나 그 과정을 겪게 될 건데, 아픈 부분을 나타내면서도 사람들에게 ‘그래도 다 괜찮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어요. 저 역시도 죽음을 대할 때 위로를 받는 것 같아요.”

영화 ‘너와 나’ 사진. 사진제공|필름영



■쟁점2. ‘논란의 중심’ 박혜수를 고집한 이유는?

주연을 맡은 박혜수는 학폭 의혹을 받고 해당 폭로자와 다툼을 벌이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너와 나’를 찍고 개봉하게 돼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조현철 감독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오로지 신뢰와 믿음만으로 강행했다고 답했다.

“박혜수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만났는데 그땐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질 못했어요. 그러다 이 시나리오를 제작사 PD가 박혜수에게 보내보겠다고 하더라고요. 안 할 것 같았는데, 덥석 하겠다고 했다더라고요. 그렇게 아무것도 없을 때 PD와 나, 박혜수가 셋이 의기투합해서 여기까지 왔고 그런 와중에 그 논란이 터졌죠. 그 긴 시간 박혜수를 겪은 경험으로 봤을 때, 제가 본 박혜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소문들은 왜곡되거나 과장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저도 처음엔 흔들렸죠. 하지만 박혜수와 만나보니 이 사람에게 느껴지는 진정성이 있었어요. 내가 봐온 박혜수처럼, 단순히 매체나 업계에서 보는 귀여운 여배우가 아니라 용기 있고 강단있고 후배들도 잘 챙기는 똑똑한 사람이구나. 그런 면을 믿고 진행했고요. 후회는 전혀 없어요. 산업적인 논리 속에서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데 이 이야기를 처음 만났을 때부턴 ‘사랑의 논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요. 사랑에 반한다거나 세상에 고통을 증폭시킨다거나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지란 생각으로 만들었고, 그런 믿음 때문에 힘든 과정도 많았지만 용기를 잃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박혜수가 부담이 됐겠죠. 하지만 박혜수가 유쾌한 사람이라 크게 티 안 내고 유머를 잃지 않아서 전혀 걱정은 없었어요.”

■쟁점3. 조현철 감독은 왜 여고생간의 러브스토리를 들여다봤나?

‘세월호’ 소재에 왜 두 여고생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접목시켰을까.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어요. 제겐 보통의 사랑이었던 것 같고요. 남녀주인공의 멜로영화라고 하면 ‘왜 남녀가 주인공이지’라고 질문하진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제겐 이 사랑이 자연스러웠고요. 다만 30대 남성 창작자로서 이들의 세계를 감히 내가 표현해도 될까란 두려움은 있었어요. 그 두려움 때문에 더욱 열심히 취재를 하고 관찰을 했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영화가 가진 의미처럼 너와 내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다다를 수 있었어요. 또 ‘너와 나’ 팀 중 여성들이 굉장히 많아서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좀 더 풍성하고 납작하지 않은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믿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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