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가지면 내 인생 없어질 것 같아" 가정보다 '루틴' 챙기는 남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24시간을 함께 해도 따로 사는 것 같다는 부부가 고민을 털어놨다.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는 함께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따로 부부'가 등장했다.
현재 15년 차 베테랑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은 보디빌딩 세계 대회 1등 출신이라고 밝혀 MC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위 트로피와 함께 건넨 남편의 감동적인 프러포즈로 결혼에 골인한 두 사람, 하지만 6년이라는 결혼 생활 내내 "쳇바퀴 돌 듯 싸우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아내는 "이제는 남편과 잘 지내고 싶다"며 등장과 동시에 눈물을 터뜨렸고, 남편 역시 "모든 게 망가질 거라면 결혼을 안 하는 게 맞았다"고 발언해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24시간 붙어있지만 너무나도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극한의 갈등을 겪고 있다는 '따로 부부', 룸메이트인지 부부인지 알 수 없다는 두 사람만을 위한 오은영 박사의 특급 힐링 리포트가 공개됐다.
평일 오전, 아직 꿈나라인 아내와는 다르게 남편의 하루는 빠르게 시작됐다. 남편은 "운동을 직접 가르치게 된 이후 관련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후 헬스장에 출근한 아내는 한창 운동 중인 남편에게 바닥 라인을 설치해야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직 루틴이 끝나지 않았다며 "운동, 식단, 샤워까지 하면 3시에 끝난다"고 대답하고 결국 아내는 남편 없이 혼자 작업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남편은 스스로 계획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이라며 "예상을 벗어난 이벤트가 생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언급했다. 남편의 철저한 루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개인 운동을 마친 후에도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식단을 챙기거나 공부를 하고 본업인 트레이너 일을 할 때도 회원들의 특이 사항을 꼼꼼하게 메모하고, 타이머까지 사용하며 수업을 이어 나갔다.
퇴근 시간이 지나도 남편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마감까지 끝났지만, 또다시 유튜브 촬영까지 강행한 것. 기다리다 지친 아내에게 영상 촬영을 도와 달라 요구하자 아내는 시종일관 못마땅한 태도로 일관하지만, 남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이어 나갔다. 이에 대해 남편은 헬스장 운영난을 고백하며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하고 있다", "뜻대로 안 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하루를 쉴 틈 없이 사는 이유와 어려움을 언급해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영상을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 대해 "포부 수준이 높은데 완벽주의 성향까지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성향인 사람의 경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새로운 일을 찾아서 더 열심히 하는 걸로 국면을 타개하려고 하지만 결국 '번아웃'이 올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퇴근 후 잘 준비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MC들은 또다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안방에 두 개의 침대를 따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 심지어 남편은 잠자리에 들기 전 안대와 귀마개까지 착용하기까지 했다. 데칼코마니처럼 분리된 두 사람의 모습에 대해 아내는 "남편이 워낙 예민해서 신혼 때부터 각방을 썼었다"며 "그나마 지금은 시어머니의 권유로 같은 방에서 침대만 따로 쓰게 됐다"고 언급했다.
주말에도 부부의 생활은 모든 게 따로따로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내는 남편에게 "같이 밥 시켜 먹자"고 제안했지만, 남편은 "따로 닭가슴살 먹을 거다"라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각자 식사를 마친 후에도 남편은 심심해하는 아내를 뒤로하고 공부에만 매달렸다.
아내는 "나의 우선순위는 너고, 너의 우선순위도 너야"라며 울분을 토했다. 아내는 "하던 일까지 포기했지만 정작 남편은 더 많은 이해만을 원한다"며 속마음을 털어놨다. 또 아내는 신혼 초 아이를 원했지만 "아이를 가지면 본인의 인생이 없어질 거 같다"는 남편의 말에 자녀 계획을 포기했다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남편도 속마음을 털어놨다. 처음엔 키 181cm, 몸무게 60kg으로 왜소하고 허약한 체질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남편은 운동을 시작하고 세계대회에 나가 입상도 했다고. 그러나 횡문근 융해증을 세 번이나 겪으며 선수 생활을 포기해 상실감이 큰 상태였다. 이후 헬스장을 운영했지만 사업도 잘 풀리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고. 남편은 "한계치에 다다라 부서질 것 같다"며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한계임을 호소해 모두를 안타깝게 했다.
이를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남편에 대해 "인생의 매 순간마다 굉장히 열심히 산 사람"이지만, 지금처럼 과거의 영광을 놓지 못하면 인생을 '역행'하게 될 거라고 진단하며 남편 스스로 재정비를 통해 더 이상 '세계 1등 보디빌더'가 아닌 헬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 그리고 '남편'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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