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에 관한 슬픈 사실들
방혜린|전 군인권센터 활동가·예비역 대위
평생 군과 관련한 일만 하다가 갑작스레 동물보호단체에 취직하게 됐다. 퇴사 뒤 대학원 졸업 전까지 실업급여로 버텨보고자 했으나, 지방 출신 자취생 신분에 실업급여로만 서울 살림을 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경력을 포기하고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넣은 결과 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당첨됐다.
아마도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게 되지 않았다면 내가 알고 있는 ‘동물 문제’라는 것은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같은 유기동물 입양 문화나,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 같은 상식 수준에서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상식 밖의 일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쪽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몇가지 슬픈 사실이 있다. 첫째, 동물은 돈이 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둘째, 어떤 사람들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동물을 괴롭히고, 즐거워한다.
얼마 전 불법 수술로 모견의 배를 갈라 새끼를 꺼내는 등 학대 정황이 확인되어 크게 보도됐던 ‘화성시 번식장’은 동물이 돈이 된다는 훌륭한 예시다. 화성시 번식장은 지자체 허가를 받은 ‘합법’ 동물생산업장이었다. 동물생산업은 강아지 생산을 담당하고, 생산된 강아지는 경매장을 통해 동물판매업자에게 넘겨진다. 동물판매업자가 우리가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펫숍’이다. 반려동물로 인기가 높은 소형견의 경우 최저 60만원 수준에서부터 분양가가 형성된다.
화성시 번식장에서 구조한 개체수는 1420여마리였는데, 가장 싼 품종이라고 치고 계산해도 판매금은 8억5천만원에 이른다. 유통마진율 20~30%를 제외해도 업자에겐 대충 6억원 넘는 돈이 남는 셈이다. 거기에 동물생산업은 면세사업자인데다가, 대체로 현금 거래가 이뤄지므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챙겼을지는 모를 일이다. 번식장은 개가 교배해서 새끼를 낳기만 한다면 대단한 투자 없이 가치가 계속 창출된다. 무엇보다 개에겐 사육환경의 열악함과 부당한 대우를 따질 능력이 없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요를 보며 업자는 동물 생산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동물은 돈이 된다는 사실이 끔찍스럽긴 하지만, 두번째 기상천외한 동물 괴롭힘에 비할 바는 아니다. 2021년 80여명이 모여 각종 고양이 학대 방법과 학대 결과를 공유하고 부추겼던 오픈채팅방 ‘고어전문방 사건’이 공론화됐다. 그 사건 주범이 실형을 선고받는 등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기 시작하자 동물학대 혐의 처벌은 피하면서 동물을 괴롭히는 갖가지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고 보급됐다.
이렇게 개발된 신종 동물학대 방법 중 ‘고양이 무단방사’라는 것이 있다. 멀쩡히 자기 구역에서 지내는 길고양이를 포획해 수십㎞ 떨어진 인적 드문 곳에 방사시키는 행위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는 습성상 준비 없이 극단적인 환경 변화를 겪으면 적응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은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적극적 행위만 학대로 보기에, 무단방사는 법의 틈을 교묘히 노린 괴롭힘인 것이다. 인터넷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안티캣맘 갤러리’에는 무단방사 행위에 경찰이 ‘불송치’(무혐의) 결정을 내렸다며 합법이라고 주장하는 글부터, 고양이 급식소 철거를 위해 지자체나 기관에 ‘민원 테러’를 하고 인증하거나 자랑하는 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 누군가의 밥자리를 부수고, 사는 터전을 앗아가 버린다. 그리고 그런 괴롭힘이 합법이라며 자랑스러워하고 즐거워한다.
군인권센터에서 근무한 지난 5년 동안 사람이 사람에게 얼마나 끔찍해질 수 있는지 많은 사건을 통해 접했다. 사람에서 동물로 옮겨와 보니 또 다른 끔찍한 세계가 있다. 나보다 약한 생명체를 거리낌 없이 착취하며 이득을 얻고, 괴롭히면서 즐거워하고 전시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동물을 괴롭히지 말자, 동물을 구매하지 말고 입양하자는 게 그렇게 어려운 요구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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