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질환 치료, 정확한 진단∙환자의 이해가 선행돼야” [인터뷰]

김가영 2023. 10. 2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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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경외과 전문의 이상원 원장
허리 통증 원인, 디스크·염좌·근막통증후군 등 다양해
의사의 경험, 자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진단이 치료의 첫걸음


‘허리 통증’을 달고 사는 현대인이 적지 않다.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에게 허리 통증은 익숙한 존재이기도 하다. 허리 통증은 흔한 증상인 만큼, 가벼이 여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허리를 삐끗해서 그렇다’고 스스로 결론짓고 방치하는 사례도 더러 있다. 하지만,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며, 질환이 원인일 경우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신경외과 전문의 이상원 원장(연세탑신경외과)은 “잘 알려진 디스크, 요추 염좌 외에 척추관협착증, 근막통증후군 등의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질환이 함께 나타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임의로 진단하고, 방치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히 진단받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허리 통증의 원인과 치료 방법, 그리고 이를 예방하는 방법까지. 이상원 원장이 자세히 설명했다.

신경외과 이상원 원장┃출처: 연세탑신경외과

Q. 요통이 나타나면 ‘디스크’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요통의 원인, 알려진 것보다 다양하다고요.
요통은 ‘디스크’ 외에도 척추관협착증, 후관절증후군, 천장관절염, 근막통증후군, 골다공증성 압박골절, 말초신경포착, 정맥순환부전 등 다양한 질환이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항상 단독으로만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허리통증을 유발하는 원인 두 개 이상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으며, 이는 요통의 진단과 치료를 복잡하게 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러한 질환은 모두 허리와 경계가 모호한 엉치 통증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엉치 통증의 주된 원인 중에는 고관절(Hip)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진단과 치료가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Q. 요통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겠습니다.
원인이 정확히 진단되지 않으면 병이 해결되지 않고 진행되거나 만성화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치료 과정 중에 후유증이 심해지면 회복되지 않는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요통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자세와 동작에서 발생하는지 등의 자세한 정보, 의사의 경험,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시행하는 전문적인 이학적 진찰소견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래 앉아있을 때나 허리를 숙이고 있을 때 요통을 느낀다면 ‘디스크’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리를 펼 때나 아침에 일어날 때 증상이 악화된다면 후관절 문제를, 고령의 환자에서 돌아 눕거나 누워 있다가 일어날 때 극심한 요통을 느낀다면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을 먼저 의심해 봐야 합니다.

Q. 척추 질환을 진단받았을 시, 어떤 치료가 진행되나요?
X-ray 검사와 이학적 검사를 통해 척추질환의 원인과 진행상태가 처음으로 진단되면, 통증에 대한 보존적 치료와 함께 환자의 일상생활 중 잘못된 자세∙습관이나 동작에 대한 교정 및 예방 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리치료나 신경차단술과 같은 통증주사 치료로 증상이 해결되어도 잘못된 자세∙습관, 동작이 교정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시간이 지나면 같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근력약화나 잘못된 운동 습관도 척추 질환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데요. 운동 전문가에게 단계적으로 트레이닝을 받는다면 척추 질환 예방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3회 이상의 주기적인 신경주사 치료로도 증상이 충분히 호전되지 않으면 MRI와 같은 정밀검사를 통해 통증의 원인과 정확한 부위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경주사 치료는 척추 질환의 원인과 부위에 따라 주사치료의 종류와 부위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신경주사 치료는 치료뿐만 아니라 진단의 목적도 있습니다. 진단과 치료, 두 목적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정밀검사와 더불어 숙련된 의사를 통해 주사치료 계획을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하게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척추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Q. 척추 수술의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말아야 한다’ 말이 많은데요. 최근 추세는 어떤가요?
과거에는 척추 디스크 탈출증, 척추관협착증 등의 질환에서 4~6주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바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조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요즘에는 십 수년 동안 경험과 기술이 축적되어 온 척추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좀 더 보존적인 치료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이나 협착증에서 풍선을 이용한 신경성형술, 고주파수핵감압술 같이 절개 없이 주사로 시행하는 척추 비수술적 치료는 신경주사 치료로 해결되지 않고, 만성화되고 있는 척추질환에서 특별한 마취 없이 시행해 볼만한 수술 전 대안 치료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Q.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요?
보존적 치료 없이 처음부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디스크나 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으로 인해 발목마비 같은 근력저하가 급속히 진행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마미총증후군 같이 엉덩이 감각이 무뎌지면서 근력저하, 괄약근 마비가 진행되어 대∙소변 장애가 생기는 경우에서도 응급수술을 요합니다.

이 외에는 적극적인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 지속되거나 척추질환이 만성화되면서 감각이상∙보행장애 등 이차적인 증상이 나타난 경우에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합니다.

척추 수술은 증상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척추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치료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의료인은 수술의 의미와 수술 후 생길 수 있는 문제점, 그리고 관리법에 대해 반드시 자세히 설명해야 합니다. 환자는 의료인과의 충분한 상담과 고민을 통해 자신에 상황에 맞는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선택 시, 주치의가 수술과 비수술적 치료에 대한 경험이 많고, 도수치료에 대한 전문지식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효과적인 치료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인과의 충분한 상담과 고민을 통해 상황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Q. 척추 질환 완치를 위해, 치료 시 환자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
척추 질환은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도 완치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치료가 된 후에도 주기적인 경과 관찰과 상담을 통해 환자 자신의 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재발에 대한 예방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척추 질환의 완치를 위해서는 치료 후에도 ‘예방’에 힘써야 합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의 병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며, 환자 스스로 금연, 체중조절, 바른 자세 유지와 적절한 운동 등 자기 관리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Q. 바른 자세와 운동의 중요성,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척추 질환의 예방을 위해 바른 자세 유지와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자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척추가 불균형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 등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병∙의원을 찾아 도수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그리고, 완치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피드백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대인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냅니다. 일을 하다 보면 운동을 하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들에게 ‘일하면서 운동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앉아서 계속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앉아서 일할 때 의식적으로 10분씩 허리 신전근과 복근을 사용하여 등장성 운동을 한다면 보다 바른 자세로 앉을 수 있습니다. 바른 자세와 더불어 근력운동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일의 효율 역시 높일 수 있습니다. 서 있거나 걸을 때는 골반저근과 척추 기립근을 사용하는 운동을 주기적으로 한다면 자율신경이완과 근력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시간을 내서 제대로 된 스트레칭 운동과 근력 운동을 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더 말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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