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정의선으로 이어지는 '중동신화'… 사우디 안방 공략 속도

김창성 기자 2023. 10. 24.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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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 이어 전기차 생산·수소 에너지 등 첨단산업까지 확장
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의 사우디 지하터널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에서 첨단 신사업을 앞세워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선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중동에서 ▲현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정주영 신화 재창조 나선 정의선


정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철학과 추진력으로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중동신화의 주역이 됐다.
정 선대회장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정주영(왼쪽 세번째) 현대그룹 선대회장은 1970년대 중동에서 잇따라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 했다. 사진은 정 선대회장이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던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최근 중동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한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그룹도 중동에서 과거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에 이어 최근 들어서는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정 회장은 23일(현지시각)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 중인 네옴시티(NEOM CITY)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THE LINE)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 구간을 시공 중이다.

이곳은 일반적인 사막과 달리 산악 지형에 위치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구간이다. 현대건설은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감사를 표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갖고 적극 지원하겠다"며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현장 직원 및 협력사 직원의 국내 가족들에게 감사편지를 동봉한 격려 선물도 보냈다.


첨단 산업 들고 큰 손 사우디 입맛 충족


정 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은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는 중동 주요 나라인 사우디의 변화를 직접 둘러보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정의선(가운데)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사우디 지하터널 건설현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한 뒤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정 회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현대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반조립제품(CKD)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 상반기(1~6월) 현대차와 기아는 21%의 점유율로 판매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사우디에 그룹 최초의 완성차 생산 공장을 완공해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및 현지 특화 마케팅으로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함께 사우디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며 중동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

현대차는 같은날 '한국자동차연구원', 사우디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 및 생태계에 기여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을 중동에 공급하며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전통의 강자 대형 첨단 플랜트도 적극 수주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Aramco)로부터 약 3조1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Saudi Arabia Jafurah Gas Processing Facilities Project) 2단계'를 수주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건설의 사우디 지하터널 건설현장을 찾아 현장을 점검하고 관계자들을 응원했다.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쿠웨이트 알주르(Al-Zour) LNG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으며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를 수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밖에 사우디 마잔 가스 및 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중동 5개 나라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총 26조3000억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의 파드힐리, 사파니아 등 대규모 가스전 프로젝트 수주전에도 적극 참여할 계획이어서 현지 사업 확대가 기대된다.

현대로템도 우수한 품질과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며 중동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현대제철은 판재, 봉형강, 강관 등 다양한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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