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오늘이 제일 싸다' 덜컥 청약했다가…발 빼는 이유

채신화 2023. 10. 2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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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에도 뜨겁던 청약 열기에 찬물?
1순위 마감해도 미계약·경기도는 미달도
'묻지마 청약' 막상 당첨되니 "금리 부담"

청약 시장의 온도가 차츰 바뀌고 있습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을 이어가던 청약 시장에서 최근 미계약 물량과 1순위 미달이 재등장 했는데요. 

'오늘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하자 '묻지마 청약'에 나서던 이들이 결국 금리, 분양가 부담 등에 발을 빼는 모습입니다. 앞으로 청약 시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분명 1순위 마감했는데…'선착순 분양'?

최근 서울 청약 시장에서 다시 '줍줍' 물량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1·2순위 청약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계약에서 완판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데요. 

서울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는 지난달 1순위 청약(401가구 공급)에서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순위 내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당첨자와 예비 당첨자가 분양을 포기하면서 이달 무순위청약 및 선착순분양에 나섰죠.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개봉'도 지난달 특별공급을 제외 1순위 청약(110가구 공급)에서 평균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전체 공급(190가구) 물량의 약 40%(72가구)가 미계약 돼 무순위청약을 받았고요.

시장에선 이들 단지의 조기 완판 실패 원인이 '고분양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의 3.3㎡(1평)당 평균 분양가는 4000만원에 달해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12억2528만~13억9393만원에 책정됐는데요. 이는 시세와 견줘도 비슷한 수준이고요. 

호반써밋개봉의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9억1560만~9억9860만원으로 발코니 확장 비용 등을 추가하면 10억원을 넘는데요. 이는 시세보다도 1억~2억원가량 비싼 가격입니다. 

높은 분양가에 '선당후곰(일단 당첨되고 분양가 마련 등은 나중에 고민한다는 뜻)' 했던 이들이 막상 계약 때 발을 뺀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이들 단지의 줍줍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무순위는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당후곰 경향이 더 짙거든요.

통상 아파트 일반분양에서 1·2순위 당첨자의 계약 기간이 끝나고 부적격, 계약 취소 등의 사유로 미계약분이 발생하면 줍줍을 진행하는데요.

2023년 9~10월 계약 미달된 수도권 아파트./그래픽=비즈워치

1·2순위 청약 경쟁률이 1을 넘으면 무순위청약을 하는데 무순위청약에서 계약자를 다 찾지 못하면 선착순분양으로 넘어갑니다. 1·2순위 청약 경쟁률이 1 미만이면 바로 선착순 분양에 들어가고요. 

무순위청약과 선착순 분양 모두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무주택, 거주지 제한이 없는데요. 특히 올해 규제지역이 대부분 풀리면서 비규제지역에선 무순위청약도 청약홈이 아닌 시행사 등 홈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다만 선착순 분양은 수요자가 직접 동·호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인기가 좋은데요. 이에 시행사들이 청약 결과 공개 의무가 없는 홈페이지를 통한 무순위청약을 잠깐 받고 바로 선착순 분양으로 넘어가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청약 미달도…"옥석가리기 심화"

최근엔 수도권 아파트들이 1순위 청약부터 미달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경기도 광명 '트리우스 광명'이 이달 1순위(517가구 공급)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 5대 1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전용 84㎡ B,C를 포함한 총 5개 평형의 청약자가 모집 가구의 5배수에 미치지 못해 2순위 청약을 받게 됐죠. 

광명2구역을 재개발하는 트리우스 광명은 총 3344가구의 대규모 단지로 청약 전부터 관심이 높았는데요. 지난 8월 분양한 광명센트럴아이파크(광명4구역)이 완판에 성공해 연쇄 효과까지 예상됐지만 결과는 달랐습니다.

분양가가 광명센트럴아이파크와 비슷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약 시장 분위기에 다소 변화가 생긴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트리우스 광명의 전용 84㎡ 분양가는 10억1840만~11억8600만원으로 오히려 광명센트럴아이파크보다 1억원가량 낮게 책정됐거든요. 그럼에도 광명센트럴아이파크는 1순위 청약 경쟁률 20대 1을 기록했고요. 

2023년 아파트 분양전망지수 추이./그래픽=비즈워치

트리우스 광명이 후분양 단지라 분양가 납부 기간이 짧다는 점을 고려해도 청약 온도가 극명히 갈린 셈이죠.

이달 분양한 경기도 수원 '힐스테이트 수원파크포레'도 1순위에서 미달됐는데요. 431가구 모집에 218명이 청약해 3개 주택형 모두 1순위 마감에 실패했습니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는 8억3200만~9억9900만원으로 시세와 비슷하거나 높은 수준입니다.

'(분양가가)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에서 달궈지기 시작한 청약 열기가 조금씩 식는 모습인데요. 고금리 기조, 분양가 상승 피로감 등이 맞물리면서 분양가를 신중하게 따지는 추세입니다. 

이같은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지며 같은 지역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학습 효과에 따라 금리, 경기 불확실성 등의 패널티를 감안하고도 미래 가치가 높아질 수 있는 단지로 청약이 집중될 경향이 높다"며 "옥석가리기 현상이 심해지면서 같은 수도권이나 지역 내에서도 편차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오늘이 제일 싸다 생각은 아직 유효하지만 수요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용폭에 한계가 있다"며 "수요자들이 더 신중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말에 그동안 밀렸던 예정 물량이 많이 잡혀 있는 지방 청약 시장의 경색이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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