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음주→꿈의 마무리 승격→10월 ERA 5점대…다사다난, 신인왕의 혹독했던 2년차 징크스
[OSEN=이후광 기자]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던 2022년이었다. 혜성 같이 등장해 단숨에 필승조 한 자리를 꿰차더니 신인왕을 수상했고, 태극마크까지 달고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그런 정철원(24·두산)도 2년차 징크스는 피해갈 수 없었다. 음주 파문, 마무리 승격, 후반기 부진 등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타며 1군 두 번째 시즌을 아쉽게 마쳤다.
지난 2018년 신인드래프트서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입단한 정철원은 현역 군 복무를 거쳐 지난해 혜성처럼 등장했다. 1군 무대가 처음이었지만 묵직한 구위와 담대함을 앞세워 필승조를 꿰찼고, KBO 데뷔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23개)과 함께 신인왕의 영예를 안았다.
정철원은 이에 힘입어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승선하는 영예를 안았다. 연봉 또한 기존 3000만 원에서 7000만 원(233.3%) 인상된 1억 원에 계약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이강철호의 이른바 ‘애니콜’로 활약했다.
승승장구하던 정철원은 단 한 번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데뷔 첫 시련을 겪었다. 김광현(SSG), 이용찬(NC)과 함께 WBC 기간 동안 음주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 KBO 조사에 따르면 정철원은 일본전 종료 직후인 11일 김광현과 함께 유흥주점에 출입한 것이 밝혀졌다. 이에 상벌위원회는 숙의를 거쳐 KBO 규약 제 151조 [품위손상행위]에 근거해 사회봉사 40시간, 제재금 300만원 징계를 결정했다.
여기에 2년차 시즌의 모습 또한 기대 이하였다. 4월은 3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2.25로 출발이 산뜻했지만 5월 7.27, 6월 5.23의 기복을 겪었고, 7월 1.17에 이어 8월 다시 6.55의 난조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사령탑의 정철원을 향한 신뢰는 굳건했다. 이승엽 감독은 정철원의 전반기 39경기 5승 2패 2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76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8월 중순 마무리를 홍건희에게 정철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데뷔 2년 만에 마무리의 꿈을 이룬 정철원은 당시 OSEN에 “언젠가 두산의 마무리를 하고 싶었는데 빠른 시일 내에 보직을 맡게 돼 기분이 좋다. 두산에서 LG 고우석, 삼성 오승환 선배처럼 오랫동안 마무리를 하는 게 목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정철원은 8월 말 마무리 성장통을 거쳐 9월 12경기에 등판해 1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1.42의 안정감을 뽐냈지만 3~5위 싸움이 치열해진 10월 팀에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 작년 혹사 논란에 따른 체력 저하가 찾아왔는지 경기를 확실히 끝내지 못했고, 이 감독은 장고 끝 김강률, 홍건희가 포함된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했다.
정철원은 10월 10일 수원 KT전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 허용을 비롯해 10월 한 달을 5경기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68로 아쉽게 마쳤다. 5경기 가운데 무려 3경기서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부진 만회에 도전했지만 ⅔이닝 2피안타로 역시 고개를 숙였다. 두산의 패배와 함께 그렇게 정철원의 2년차 시즌이 마무리됐다.
정철원은 향후 두산의 마무리 투수를 맡아야할 귀중한 자원이다. 어린 나이에 군 문제를 해결했고, 신인왕과 국가대표팀을 통해 성장을 이뤄냈다. WBC 음주 논란이라는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공을 던졌다.
사령탑은 정철원의 내년 시즌 전망을 밝게 내다봤다. 이 감독은 “정철원은 올해 팀 사정 상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막바지 쉬게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라며 “멘탈은 워낙 강한 선수다. 몸만 회복시킨다면 다음 시즌 충분히 좋은 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backlight@osen.co.k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