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가져온 결정 분석해 보니…달 나이 최소 44억 6천만 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1972년 달 유인 탐사 당시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이 가져온 달 샘플 내 결정(crystal) 분석 결과 이 결정은 최소 44억 6천만 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이는 달의 나이가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4천만 년 이상 더 많다는 것을 뜻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필드박물관·시카고대 필립 헥 교수와 영국 글래스고대 제니카 그리어 교수팀은 24일 과학 저널 '지오케미컬 퍼스펙티브 레터스'(Geochemical Perspectives Letters)에서 1972년 아폴로 17호 우주인들이 달에서 가져온 지르콘 결정(ZrSiO₄)이 포함된 달 샘플의 생성 연대를 정밀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헥 교수는 "달 샘플 내 결정들은 지구와 거대 천체 충돌 후 파편들이 뭉쳐져 원시 달이 형성된 다음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고체"라며 "이제 이 결정들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밝혀졌기 때문에 이것이 달 연대기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과학자들은 태양계가 아직 젊고 지구가 성장하고 있었던 40여 억 년 전, 화성 크기의 거대한 물체(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할 때 떨어져 나온 파편들이 큰 덩어리를 중심으로 뭉쳐져 달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달이 형성된 이 사건이 정확하게 언제 일어났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 연구는 논문 제1 저자인 그리어 교수가 헥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중일 때 논문 공동 저자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장비둥 박사와 독일 바이로이트대 오드리 부비에 박사가 달 샘플 정밀 분석을 제안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연구에 사용된 달 샘플은 아폴로 17호의 마지막 달 탐사 임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달 먼지 등으로 구성된 샘플에는 수십억 년 전 달이 만들어질 때 형성된 작은 지르콘 결정이 포함돼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결정들을 분석하면 달 형성 시기를 정확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헥 교수는 "화성 크기 물체가 지구에 충돌했을 때 충돌 에너지로 암석이 모두 녹았고 녹은 암석 마그마가 굳어 달 표면이 됐다"며 "마그마 속에서는 지르콘 결정이 형성돼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달 표면의 모든 결정은 마그마 바다가 식은 후 형성됐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집속 이온 빔 현미경을 사용해 달 샘플 조각을 연필깎이로 깎은 연필심처럼 날카롭게 연마한 다음 끝부분에 자외선(UV) 레이저를 쏴 원자들을 증발시켰습니다.
이어 증발한 원자들을 질량분석기로 분석해 구성 원자들을 파악, 지르콘 결정 내부 원자 중 얼마나 많은 원자가 방사성 붕괴를 겪었는지 조사했습니다.
원자들은 핵 내부의 양성자와 중성자 구성이 불안정하면 붕괴해서 양성자와 중성자 일부를 잃고 더 안정된 다른 원소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우라늄은 붕괴해 납이 됩니다.
각 방사성 원자가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알고 있기 때문에 샘플에 존재하는 다양한 우라늄과 납 동위원소 비율을 알면 그 샘플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밝혀낼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통해 달 샘플에 포함된 지르콘 결정의 나이가 약 44억 6천만 년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달 표면 마그마가 굳은 뒤 형성된 지르콘 결정이 44억 6천만 년 전 만들어졌으므로 달의 나이는 최소한 그보다는 많아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입니다.
헥 교수는 "달이 언제 형성됐는지 아는 게 중요한 것은 달이 지구 자전축을 안정시키고 하루가 24시간이 되게 하고 조수 현상을 일으키는 지구의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라며 "달은 우리가 이해하고자 하는 자연계의 일부이고 이 연구 결과는 그 전체 그림에 작은 퍼즐 조각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NASA 제공, Jennika Greer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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